*이 모든 것은 허구이며 어떠한 것과도 무관합니다

아름다운 밤하늘을 보며 몸에 힘을 빼려는 순간, 누군가가 날 끌어당겼다.
“살아.”
“제가!……“
여주를 끌어당긴 사람은 다름아닌 연준이었다.
“저 혹시.. 저희 어디서 본 적 있지 않아요?”
“….글쎄요”
”집이 어디세요?“
”..네?“
”그냥 데려다 드리려고요“
”혼자 갈 수 있어요“
”지금 혼자 가기 힘들텐데..“
맞다. 여주는 온 몸이 놀라 힘을 주기 힘들어 걸어가기에도 더 힘들었다.
“데려다 드릴게요”
“필요없는데요”
“….”
“가세요”
“………….”
“저 방해하셨는데도 용서해드린거에요”
“… 그럼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네.”
저.. 여기 사니까 힘들면 찾아오세요. 집에 항상 있을거에요. 연준은 자신의 집주소를 적어 여주에게 주었다. 여주는 내키진 않았지만 그냥 받았다.
집에 와서 주소를 살펴보니 옆집이었다.
그렇지만 찾아가고 싶진 않았다.
힘겹게 몸을 이끌고 집으로 가려는 순간 행인의 신고를 받고 찾아온 경찰이 나타났다.

괜찮으세요? 신고받고 왔습니다.
여주는 그 경찰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연준은 그나마 마음이 놓였다.
여주는 집에 돌아와 연준이 건네준 쪽지를 보았다. 머리로는 가고 싶지 않았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 옆집을 찾아가고 싶은 마음이 자리 잡고 있어 찾아가 보았다.
말대로 집에 있었다. 그 사람은 나를 유독 반기는 것 같았다.
여주는 문득 궁금했다. 구해준 건 둘째치고 집 주소는 왜 알려준건지.
”저 아세요?“
”음.. 아마요“
”그게 뭐죠“
”뭐..“
”이름은 뭐에요?“
“최연준이요, 기억해줘요”
“기억할 필요까지야”
“있어요”
“왜요”
“글쎄요”
그 남자는 뭔가 이상했다.
그렇지만 그 남자와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하고 즐겁기까지 했다. 그렇게 우리는 3개월동안 충분히 친해졌다.
“봄이네”
“그러게”
“여주야”
“왜?”
“그거 알아?”
“뭐”
“벚꽃 예쁜 거”
“딱히 모르겠는데”
“우리 나중에 보러가자”
“굳이?”
“응, 굳이”
.
.
.
오늘은 물리치료를 받으러 가는 날이었다. 반년이 지나도 끝나지 않는 물리치료가 싫었다. 죽지도 못했는데 왜 떨어졌을까
물리치료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연준이 기다리고 있었다.
받기 싫었던 물리치료를 받고 온 나에게 선물 같았다.
”벚꽃 보러가자”
“오늘?”
“안 그럼 다 져”
“..알겠어…”
“그대신 업혀”
“됐어”
“한 번만 업혀”
”…..알겠어..“
연준은 여주를 업고 뒷동산에 올라갔다
”나 벚꽃이 예쁘다는 거 언제 알았는지 알아..?“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4년전..”
“오 꽤 오래전이네”
“응 누군가가 알려줬어”
“난 아직도 모르겠는데.. 그게 누구야? 좋은 사람이네”
“그러니까”
“왜 벚꽃이 예뻐..?”
“그 이유는 모르겠어. 걔가 말하니까 자연스레 아.. 하고 알게됐어”
“신기하네”
“응”
”여주야“
”응?“
”너도 벚꽃 예쁘다는 거 알아줘”
“ㅇ..응..”
”오늘 어땠어?“
”음.. 벚꽃 계속 보니 예쁜 것 같기도 하더라“
”다음엔 초록색으로 덮힌 숲이 되어있겠지“
”그렇겠지“
”그것도 보러가자“
”보러갈 필요까지야“
”있어“
”응..ㅎ”
”여주야, 이거봐“
”응? 어! 뭐야“
”내가 주워왔지~!“
”흠.. 이거 코팅할까?“
”그래!!!“
연준은 예쁜 벚꽃을 찾아 주워 온 것이었다. 그 둘에게 있어서 처음으로 어떤 것이 예쁘다는 것을 알게해준 그 제재가 벚꽃인 것을 연준은 알고 있었기에 벚꽃을 더욱 더 간직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여주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잠시 작은 문방구에 들려 손코팅지와 가위를 샀다. 오랜만에 동심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그냥 살아가는 것에 치여 이러한 것조차 신경 쓰지 못할 때를 떠올리자 여주에게 만감이 느껴졌다.
그 별거 아닐 수 있는 코팅된 벚꽃이 연준과 더불어 여주를 살아가게 했다.
그 둘은 벚꽃을 나눠 가져 각자 추억을 간직했다.
우리의 일상은 반복되었다. 나는 대학교를 통학하기 때문에 점심을 먹고 수업을 듣고 오면 항상 연준이 우리집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인을 기다리는 동물처럼..
나는 가끔, 아주 가끔씩, 호흡곤란이 오곤한다. 죽을 시도를 두 번이나 해봤는데 안 올리가 없지.. 그럴때면 연준이 어떻게 알고 찾아와 나를 챙겨준다.
어느날 나는 연준에게 말했다.
”연준아“
”응?“
”우리 행궁.. 갈래….?“
”좋지!“
“근데 왜?”
“아니, 행궁같은데는 높은 사람들이 많고 힘든 시람도 많았을거같아서.. 위로 차원에서..?”
우리는 간단한 양궁을 할 수 있는 부스에 갔다. 나는 왠지 모르게 그것이 너무 하고 싶었다. 그런 마음을 알았는지 연준은 바로 활을 들고 하자고 했다.
연준은 정말 잘 쐈다. 그래서 손쉽게 나에게 상품을 선물해줬다.
”너 뭐야..?“
”나?“
”응, 아니 왜케 잘쏴“
”나 사실 양궁했어“
”어?“
”ㅎ“
”양궁을 했다고? 백수인 줄만 알았더니.. 오.. 대단하다“
”ㅎ오랜만에 활 쏘니까 기분 좋네“
“.. 연준아”
“응?”
“그만 둔거야?”
“그렇지”
“왜?”
“답답해서….?”
“그럼 도망친거야?”
“음.. 그런셈이지”
“너라면 뭐든 다 참고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의외네“
”나도 사람…이니까..“
”ㅎ 그렇네“
여주와 연준은 함께 키링도 맞췄다. 그런 적 한번 없던 그들에겐 낯설었지만 함께라 다 괜찮은 것만 같았다.
그 이후로 연준과 여주는 행궁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집으로 돌아갔다.
“간만에 웃었네”
“그러니까”
여주와 연준이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한 사람을 만났다.

여주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때 만났던 경찰이었다.
“오! 안녕하세요!!”
“어, 안녕하세요”
“그땐 감사했어요”
“힘든 일 있으면 찾아오세요. 서울용산경찰서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아 네!!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근데 무슨 일 있으세요?”
“네?”
“아니 아까 무슨 일 있는 표정이시길래..”
“아.. 그냥 요즘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서..”
“아…. 그렇죠… 힘내세요!!”
“네“
”혹시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최범규 순경입니다“
”오..! 저는 우여주에요ㅎ“
”이름 예쁘시네요“
”ㅎ 저 기억해주세요, 안 바쁘실 때 찾아갈게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넵“
”와 진짜 착하시다, 그치“
”응..“
”왜그래“
”아니.. 너 살려준 건 난데 나한텐 고맙단 말 제대로 한 번이라도 안 했는데.. 저 순경님한테는 고맙다고 하고 자꾸 웃어주고..”
“진짜 생각해보니 너한테 고맙단 말을 안 한거 같네”
“몰랐어?”
“그땐 경황이 없어서..”
“…☹️”
“고마워”
“됐어. 늦었어”
“고마웡 연준아아ㅏ”
“피식.”
“웃었네, 가자”
“..”
“음.. 여주야”
“내가 널 우주라고 불러도 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