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덜비
“…잠을 못 자니까 헛 것이 다 보이네”
“…”
“…”
산타는 늙지도 죽지도 않은 작은 요정이지만 지금 순간만큼은 간절하게 죽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어떡하지? 그냥 선물만 두고 튈까? 빠르게 두뇌를 굴려봤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하얬다.
“진짜 귀신인가?..”
“..아, 네 맞아요.”

“…”
나도 모르게 대답해버렸다. 아 몰라..난…난 오늘부터 귀신 할란다. 내 대답을 듣고 굳어진 연준이 입을 틀어막았다. 어떡해..많이 놀라셨겠지? 귀신한테 말 거는 이 사람도 제정신은 아닌 것 같지만 어찌됐건 난 자연스레 나가기만 하면 됐다. 그럼 이만!..

“근데 귀신이 왜 비트메이커를 들고 있지?“
”…“
그 순간 털썩 주저 앉았다. 다리에 힘 풀림 + 들켜버렸다는 충격
비트메이커가 뭐였냐면, 최연준의 선물이었다. 포장 했는데 어떻게 알았지?.. 최연준의 시선을 따라 선물을 보니 포장지가 조금 뜯어져 있었다. 여러모로 최악이군
“저 최연준 씨 일단 진정!..하시고 제 얘기 좀,”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아 그쪽이?”
“…”
시발 여주야 너부터 진정해. 완벽한 사고다. 산타 할아버지가 알아챈다면 난 모아 마을에서 영영 쫓겨날 수도 있을 정도에 대참사가 일어났다고 지금.
심지어 최연준의 표정도 점점 안 좋아졌다. 이 새끼 정체가 뭐지 라고 얼굴에 쓰여있길래 마음 같아선 저 귀신 맞으니까 신경 안 쓰셔도 된다 전해주고 싶었다.
“이상한 사람 아니고요..저는..산타..인데 선물, 전해주러..”
“뭐? 뭐라고? 산타?”
“네….”
그 때였다.

“선배 왜 연락을 안 봐ㅇ…“
둘을 발견한 태현이와 눈이 마주쳤다. 태현아 우리 좆됐어…
뒤에서 바람 빠진 웃음 소리가 들렸다. 새벽 5시에 자칭 산타라고 부르는 사람이 쳐들어 왔으니 어이가 없을만도 했다.

“그럼, 쟤는 뭐 루돌프냐?“
“…”
“둘이 뭔지 확실히 말 해라 신고하기 전에“
그 순간 최연준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귀신(?)의 갑작스런 터치에 깜짝 놀란 연준이 허리춤을 손으로 고정했다. 아 씨, 바지 내려간다고. 아 저기요, 야!
“제발요 저 오늘 첫 출근인데 한 번만 봐주세요..네?”
“아 놓으라니까!”
“으허어엉, 저 안 그럼 잘려요오..”
“알았어! 알았다고! 이것 좀 놔봐”
연준이 속으로 안도를 하며 구겨진 바지를 툭툭 털어냈다. 하마터면 팬티 공개할 뻔했네 진짜 미친 사람들인가.. 문을 통과하며 다니는 걸 보아하니 사람이 아닌 건 확실하고. 그렇다고 선물을 들고 다녀? 사람도 귀신도 아닌 게 다짜고짜 제 바짓가랑이를 붙드는 일을 겪으니 굉장히 심란해졌다.
“뭐 그러니까 둘이 산타랑 루돌프라고?”

“..설마 저보고 루돌프라는 건가요?”
“그래, 가만 보니 코가 빨갛네”
“그건 밖이 추워서,“
”아 어쨌든 둘이 무단 침입 했다는 거잖아“
”…“
연준이 태현의 말을 끊었다. 애초에 대답은 들을 생각도 없어 보였다. 어이가 없네.. 침입? 확 그냥 비트메이커인지 뭔지 부시고 나갈까? 도대체 이 사람이 왜 착한 아이 명단에 들어있는지도 의문이지만 감히 신성한 산타 요정을 범죄자 취급 한다니 명백한 명예훼손!..
“농담이니까 표정 좀 풀지?”
“..에?”
“궁금한 게 있는데, 산타는 술 못 먹나?”
“술은..먹긴 하죠. 근데 왜”
“그럼 쉬었다 가요. 루돌프 말대로 밖에 추워“
태현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루돌프 아니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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