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점점 뭐야”
승관이가 정색인 듯 정색 아니게 말한다.
“무슨 점점”
슈아가 반박한다.
“아 온점 있잖아 그거! 말 안 하는 거! 왜 망설인건데!”
왜 망설이냐고. 글쎄다. 아마 여주가 자신을 이성적으로 보는 게 싫다고 해서인 것 같아.
“너도 포함이야, 이찬”
승관이가 말했다. 찬이는 그런 기색 못 느꼈는데 이찬도 그랬나.
“오호. 홍지수, 윤정한, 김민규, 전원우, 권순영, 이찬.
아주 위험한 것들이야.
13명에 중에 어떻게 5명만 안전하냐”
승철이가 말했다. 순간 양심이 찔렸다.
“여주, 우리랑만 다니게 할까?”
석민이의 말에 순간 정신이 퍼뜩 들었다. 대체 뭘 했길래 그렇게까지 해. 물론 석민이는 농담이겠지만 마음이만 관련되면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무, 무슨 소리야…”
“그러게. 우리가 못할 짓을 한 것도 아닌데.”
“맞는 말이야. 우리가 뭔 짓을 했는데”
순간 정색하고 말았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여주와 관련된 일이라 그렇겠지.
“농담이었는데 분위기가 험악해졌네.
여주는 우리 같이 있는 걸 좋아하잖아.
그걸 말릴 생각은 없는데”
석민이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한다.
“그래, 다들 너무 그러지 마.
근데 6명이면 라이벌이 너무 많아지는 거 아니야?”
한솔이의 말에 민규가 바로 반박한다.
“라이벌까진 아니야.
우리가 여주 두고 싸울 일이 뭐가 있겠어”
난 싸울건데. 물론 아직 미자라 건드리진 않을 거지만 1년 1개월 뒤에 내가 여주한테 어떤 사람이 되어있을 지는 나도 모르겠다. 멤버들 모두 쟁쟁하고 멋진 사람이지만 그들에게 보내고 싶진 않달까.
“쟤 끝까지 저러네? 그냥 다정하게 해도 되는데”
슈아의 말에 나도 고개를 끄덕이긴 했다. 하지만 속으론 반대했다. 다정한 사람은 여주의 이상형이었고, 원우나 민규는 다정한 사람이 아니었으니. 그러니 견제는 적당히 해도 되는 사람인데. 하지만 같이 녹음하러 간 사람은 안다. 여주 츤데레도 좋아한다는 거. 하지만 절대 말해주지 않을 것이다. 알려주면 나만 손해니까.
“너무 부담 가지지 말고. 편하게 하고 와, 알았지?
탈락해도 되니까”
“고마워, 정한이 오빠”
“감사합니다”
승우처럼 예의바른 사람이 또 있을까. 처음 세븐틴에게 안 좋은 감정을 가졌지만 지금은 존경한다고. 날 돌봐줘서 너무 고맙다고. 그리고 그들에게 깍듯하다. 이런 생각 좀 뭐하지만 결혼하면 장모님한테 사랑받을 캐릭터야. 근데 정한이 오빠는 그게 아닌가봐. 질투라도 하는지 내 남사친인 승우를 노려보았다. 승우는 그걸 눈치 못 챈 거 같아서 다행이지만.
“이제 나 간다?”
“에이, 오빠. 우리 1~2시간이면 끝날텐데…
주변에서 좀 놀면서 우리 기다려주면 안 될까?”
정한이 오빠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난 싱긋 웃으며 말한다.
“고마워, 오빠. 사랑해~”
여기서 말하는 사랑은 그냥 하는 말이었는데. 승우의 얼굴은 똥씹은 표정이 되었다. 날 포기하고 있는 과정이라면서 아직 날 좋아하나보다.
“야, 빨리 들어가자.”
승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오디션장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좋아하는 연둣빛 파스텔 톤의 벽 색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심하게 긴장해서.
“장마음 님?”
장여주라고 할 수 없었다. 대한민국에 나는 장마음으로 재적되어 있었으니까.
“네, 여기요”
손을 들어 표시한다. 관계자는 옆의 승우를 보고 의아해한다.
“랩만 해주려고요”
승우의 말에 관계자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들어오시면 됩니다.”
긴장 됐지만 긴장을 풀려고 노력했다. 긴장하면 될 일도 안 되곤 했다. 이때까지 연습을 그저 물거품으로 만들고 싶진 않았다. 3명의 심사위원, 그리고 소유… 선배님. 선배님이라고 불러도 되려나. 난 아직 그냥 일반인인데. 뭐, 맘대로 불러야지. 하지만 노래는 진심을 다해 부른다.
“와… 진짜 잘한다.”
“옆에 랩하는 애도 잘하네요. 친구 부탁으로 온 걸까요?”
2절이 다 끝나가고 있었는데 다른 심사위원과는 달리 소유 선배님은 어떤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신경 쓰지 않았다. 평가는 노래가 끝나고 나서 들어도 늦지 않다. 내가 잘 부르든, 못 부르든, 지금은 그냥 노래 부르는 거에 빠지면 되는 거다. 그게 보컬팀에게 배운 모든 것이었다. 네가 진심으로 부르면 듣는 사람도 진심으로 들어줄거라고.
“다… 불렀습니다”
“전… 이만 나가볼게요”
평가를 받기 전에 승우는 오디션장을 나갔다. 승우는 평가를 받을 이유는 없으니까. 그리고 혼자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배려해준 거겠지. 내 옆에 있어도 상관없는데. 그나저나 왜 아무도 아무 말이 없는 거지. 망해버린 걸까. 하지만… 중간에 심사위원 반응은 좋았는데. 하… 오늘따라 마음에 안 들긴 했어. 나만 보인다는 그 단점도 유난히 부각됐고, 음정도 조금 떨린 것 같은데
“열… 여덟?”
드디어 소유 선배님이 질문을 했다. 신청서에 적힌 내 나이를 보고 되묻는 거겠지.
“네, 올해 열여덟입니다”
“혹시… 학원 같은 거 다녀요?"
“아뇨, 학원 같은 건 안 다닙니다”
미치도록 떨렸는데 대답은 어찌 이리 또렷한지.
“헐”
심사위원들의 반응은 ‘놀람’이었다. 난 내 노래가 맘에 안 들었는데.
“제 주변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라
조언을 좀 구하긴 했습니다”
“전문적으로 배운 적은 없단 얘기죠?”
심사위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심지어… 열여덟이라고.”
소유 선배님은 왜 자꾸 내 나이에 집착하는 거지
“감성이… 터졌어. 완전 잭팟”
아, 이래서인가. 세븐틴도, 범주 오빠도 놀란 감성의 수준. 겪은 게 많아서 그럴거에요, 아마.
“I miss you… 불러줄 수 있어요?”
“음… 어…”
노래 연습을 하긴 했는데, I miss you는 소유 선배님이 부르는 노래잖아요… 나 또 전문가 앞에서 불러야하나요…
“연습 안 된 거 알고, 원곡자 앞이라 떨리는 것도
이해해요. 그래도 들어보고 싶어서요.”
“음… 일단 해볼게요”
자연스럽게 눈을 감고 흘러나오는 반주에 몸을 맡기고 입을 연다. 노래 부를 땐 진짜 언제나 그 노래에 빠진다.
“연습… 안 한 거 맞죠?”
“솔직히 하긴 했어요.
이번 OST 다 듣고 다 연습했거든요…”
소유 선배님은 옅은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좋은 신호이기를.
“알겠어요, 수고했어요. 이만 나가봐도 좋아요”
억지로 웃으며 감사합니다, 하고 밖으로 나왔다.
“정한이 형한텐 전화해놨어. 잘했어?
방음이 잘 되어 있어서 하나도 안 들렸거든.
한 곡 더 부르는 것 같던데.”
“조오금 아쉬운데…”
눈물이 새어나올 뻔한 걸 겨우 참았다. 나 진짜 눈물 많다. 의미 없는 걸로도 울고 말이야…
“왜 그렇게 생각해?”
그는 내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어주었다. 고마워, 한승우
“오늘 아침만큼만 했어도…
오늘 아침엔 지훈이 오빠가 칭찬도 해줬단 말이야…”
그것도 코칭 하나 없이 완벽하다고 해줬으니까.
“지금은 맘에 안 들었어?”
“더 잘할 수 있었을 거 같아서.
내가… 오늘을 위해 진짜 많이 노력했단 말이야…”
아쉬움에 결국 눈물이 흐르고 말았다. 이때까지의 노력이 허사가 되어버린 것 같아서. 몇 백 시간이 그대로 사라진 것만 같아서.
“진짜 조금만 더 잘했으면…”
어쩌면 욕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쉬워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예전부터 힘든 시절에 함께해주었던 승우였기에 어떤 위로의 말을 건네기보단 나를 그저 날 안아주었다. 내 등을 토닥거리며 괜찮다고 말했다
“최선을 다했어. 잘했어.”
결국 소리를 겨우 줄여가며 눈물을 흘렸다.
“여주…야”
언제 왔는지 정한이 오빠가 내 이름을 불렀다. 승우에겐 미안하지만 그에게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승우는 날 그냥 내버려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