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1_13명의 가족과 함께인 고아, 장마음입니다

#35_13명의 가족과 함께인 고아, 장마음입니다

‘형이 위로 더 잘해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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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우는 내게 눈빛으로 말을 걸어왔다. 난 믿으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애틋한 눈빛으로 여주를 한 번 바라본다.

‘여주에게 어떤 마음인지 알겠는데, 반대 안 해요.
제가 뭐라고. 하지만 여주 친구로서 부탁드릴게요.
잘 해주세요. 믿을게요’

승우는 귓속말로 말하고 자리를 떴다. 내 마음… 나만 외면하고 있었는데 이제 알겠다. 내가 여주를 생각보다 많이 좋아하고 있다는 걸.

“오빠…”

“응, 말해요”

약간 반존대를 섞어 말한다. 물론 설레라고 말한 건 아니었다. 지금은 그저 위로가 목적이었으니까.

“나 더 잘 할 수 있었거든…”

“응, 왜 속상한 건지 알겠다.”

나보다 훨씬 작은 아이가 내 어깨에 얼굴을 묻고 눈물을 흘린다. 가끔 나보다 커보이긴 했는데, 결국엔 어린아이였다.

“오늘 오디션 수고했어, 연습한다고 애썼고.
결과가 좋게 나오면 최고지만, 안 좋게 나온대도
충분히 잘하고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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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작은 등을 토닥인다. 큰 거라곤 자존감 하나인 그녀에게 이 세상이 얼마나 차가웠을까. 얼마나 많은 시간동안 눈물을 흘렸을까.

“난 네 편이야, 언제나 예외 없이”

내 말에 그녀의 손은 내 어깨 위로 올라왔다. 자신의 모습을 숨기듯이. 그래, 오늘은 조금 숨어도 돼. 숨는 건 내가 도와줄게. 숨어서 편하게 울어요. 대신 다 울고 나선 다시 돌아오길.

“ㄱ,고마워, 오빠…”

여주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눈물로 젖은 그녀의 모습은 생각보다 아름다웠다. 그녀의 손을 잡고 다시 차로 온다. 여주를 뒷자석에 앉혀놓고 폰을 꺼낸다.

‘여주 기분이 좀 안 좋을 수도 있어’

단톡에 톡을 남긴다. 이젠 여주도 같은 가족이니 여주에 관한 문제는 함께 얘기해야한다.

‘왜… 잘 못했대?’

카톡 잘 안 보기로 소문난 지수가 바로 답이 온다.

‘좀 그런 면이 있었나봐’

‘우리 여주… 부담이 너무 심했나봐.’

준휘의 축 처진 모습이 여기까지 보였다.

‘나… 너무 잡았나.’
‘좀 그런 면이 있긴 했지.’
찬이 말에 나도 동감이라고 톡을 보낸다.

‘하지만… 난 더 잘했으면 하는 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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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그런 조언보다 잘하고 있다는
칭찬 한 마디가 더 효율을 높일 듯’

승철이는 여주를 잘 알고 있었다. 아마 다른 멤버들보다 조금 더 관찰을 많이 했으려나. 총괄리더로서.

‘그래도… 원래 잘하는 애잖아. 연습량도 장난 아니고’

‘무슨 느낌인지 알겠는데, 나는.
분명히 잘했을텐데 아쉬운 거’

석민이가 제일 많이 하는 거. 녹음 멋지게 잘 해놓고 아쉽다고 우는 거. 그런 면에선 여주와 석민이가 닮은 듯도 하다.

‘자기 능력을 너무 잘 아는 사람이잖아, 우리 여주.
그래서 못하면 아쉬울 밖에 없지…’

승관이도 그런 여주의 마음을 이해하는 모양이다. 뭐, 가끔이지만 승관이도 그러곤 하니까.

‘형이라도 우선 위로해주세요.
데리고 오면 나머진 우리가 알아서 할게요’

‘이찬, 웬 높임말이냐. 됐고, 집에 가면 진짜 위로해줘.
하나보단 열셋이 나으니까’

‘알았어’

‘…응.’

웬일로 민규가 알았다고 하네. 그래, 여주랑 그냥 친구 느낌이 아니라니까. 많이 좋아하고 있다니까.

‘빨리 와요. 아, 단 거라도 사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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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좋은 생각이다, 최한솔. 우선 한승우만 내려주고’

‘아, 올바른 선택이지.’

원우가 진심 가득한 톡을 하나 보낸다. 톡은 억양이 전달되지 않아 오해가 생긴다는데, 이렇다면 평생 오해할 일 없겠다.

‘나 한승우이란 애 맘에 안 듦. 뭔가 있었다니까.’

버논이다. 한솔이가 평소 촉이 나쁜 편은 아니었지만 딱히 좋은 편은 아닌데.

‘뭐, 사귀기라도 했단 말?’

‘거기까진 아니더라도 썸 정도?
그건 가능할 거 같지 않아?’

‘신빙성 있지. 걔 눈에서 떨어지는 꿀을 봤어야 하는데’

내가 톡을 보내자 멤버들은 모두 한승우에 대한 점수를 깎았다.

‘어쨌든 빨리 갈게. 기다리고 있어.’

뒤에서 여주가 묻는다.

“누구랑 톡해?”

“애들. 뭐 할 말이 있어서.
한승우, 삼성힐스테이트 2단지에 사는 거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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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맞아요.”

한시라도 빨리 그를 내려버리고 싶은 마음과 같이 교통체증도 없었고 신호도 많이 걸리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근데… 예의는 바른 거 같다. 예의라도 안 발랐으면 이미 발라버렸을지도 모르는데.

“어, 수고했어.”

“오늘 고마웠어, 승우!”

그녀의 말에 한승우는 피식 웃으며 말한다.

“너 약속 지켜라?”

“무슨… 약속?”

“아, 붙으면 치킨 사기로 했거든.근데 그럴 일 없을 거야. 한승우 너 기대하지 마. 오늘 역대급으로 별로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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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여전히 저기압이네. 자존감 높은 그녀가 기분 나빠하는 모습을 보기가 힘이 들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희망을 가져, 여주”

한승우는 집으로 걸어갔고 여주는 내게 묻는다.

“나… 이어폰 끼고 노래 들어도 돼?”

“안 끼고 들어도 되긴 한데. 편한대로 해.”

여주는 가방에서 하얀색 이어폰을 꺼내더니 폰에 꽂았다. 어떤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을까. 그녀의 기분대로 촉촉하고 감성적인 발라드일까, 아님 기분 전환을 위한 신나는 댄스음악일까. 어느 쪽이든 그녀가 좋아하는 노래이길. 듣고 행복해질 수 있길. 집으로 가는 길 대신 유명한 디저트집이 있는 곳으로 길을 틀었다. 여주는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지만 어디로 가는지는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오디션에 신경 썼던 여주의 신경이 죽어가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 오빠.”

“응, 말해. 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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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연… 이라는 오빠 동생, 만나보고 싶은데…”

“왜 보고 싶은데? 아니, 만나게 해줄 순 있는데
순수하게 궁금해서 그래”

“그냥. 의도치 않게 정연 님께 도움을 많이 받았어.
숙소 처음 갔을 때 입은 옷도 정연 님 옷이었잖아.
그리고… 정연 님 생각나서 날 데리고 온 거고.”

“반박할 수가 없네. 정연이는 이미 너 알고 있으니까,
일정 맞춰서 가보자. 아마 수능 끝나면
언제든 만날 수 있을거야.”

“응. 따로 말 좀 해줘. 마음…이라는 이름을 가진
99년생이 그쪽이랑 많이 친해지고 싶다고.”

마음, 그녀가 극하게 혐오하는 이름이었다. 누군지도 모르는 부모를 원망하며 그들에게서 받은 이름을 싫어했는데. 어떤 마음인지는 마음이만 알겠지. 다시 자기 자신을 인정하며 살아가기로 마음을 먹은 것일까. 이유가 어떻든 네 선택이 그렇다면 얼마든지.

“알았어, 마음아.”

내 대답에 그녀는 싱긋 웃어보인다. 마음이라고 불러준 것에 대한 감정이겠지. 걱정 마, 네가 말할 때까진 멤버들 앞에선 여주라고 부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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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이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고 디저트집에 도착했다.

“여기…”

여주는 그 가게를 아는 눈치다.

“아는 곳이야?”

“인터넷에서 봤어. 유명한 가게잖아.”

그녀의 입은 귀에까지 가 걸려있었다. 다행이다. 조금 기분이 나아진 것 같아서.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다 골라. 사줄게”

“여기… 비싼데”

돈 걱정이라곤 하나도 안 하는 눈빛으로, 기대에 가득찬 눈빛으로 그렇게 말하면 퍽이나 내가 걱정하겠다.

“아직도 그런 감정 느껴? 가족인데?”

내 말에 빙그레 웃는 그녀가 참 예쁘다. 진짜 미쳐도 제대로 미친 모양이다. 내가 전에 말했듯이 그녀는 아직 미성년자다… 심지어 만 17세도 아직 안 지난 어리디 어린 그저 소녀일 뿐인데.

“알았어.”

그 말을 끝으로 나름 큰 가게를 열심히 돌아다녔지만 막상 여주가 고른 것은 얼마 되지도 않았다.

“뭐야, 더 골라도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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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알아야 고르기라도 하지.
마카롱이랑 머랭쿠키 말곤 아는 것도 없어서
먹고 싶지도 않아”

아는 것과 상관 없을텐데. 각 음식마다 이름표가 친절하게 붙어있는데. 심지어 몇몇은 어떻게 만드는 건지, 유래는 뭔지, 다 나와있는데.

“거짓말. 눈이 먹고 싶다고 말하고 있는데?”

“…들켰다, 헤헤”

괜히 착해가지곤 최대한 우리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하는 거였겠지.

“비싸도 괜찮아. 우리 돈 잘 벌어.
1년 수입을 보여줄까? 그럼 먹고 싶은 거 다 먹을거야?”

약간 세게 나가긴 했으나, 이렇게 하지 않으면 그녀는 끝끝내 고르지 않을 것 같았다. 상처 받지 않기를 바랬는데 상처는 무슨 신나서 입꼬리가 귀에 걸려있다.

“그럼 맘대로 고를게!”

그제서야 마음껏 고르기 시작했고 그런 그녀를 보며 웃었다. 그 누구보다 귀여운 그녀를.

“오빠, 이거 먹어봤어?”

그녀는 해맑게 웃으며 무언가를 내 앞에 내민다. 에끌레어 같은데.

“응”

“진짜? 맛이 어때?”

“음… 존나 달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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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킥킥킥, 오빠 욕하는 건 언제 봐도 새롭다.
하여튼 이것도 살게”

“많이 단 게 먹고 싶었어?”

“응! 처음 보는 것도 많거든?
혀가 아릴 정도로 단 거 먹어보고 싶어.
우울할 땐 그게 직방이거든”

속으로 인정한다. 즐겨 찾진 않지만 그것만큼 효과 좋은 게 또 없긴 하다. 다쿠아즈, 브라우니, 슈, 케잌, 티라미슈, 와플 등 드디어 그녀가 원하는 것을 고르고 있었다.

“8만 4500원입니다”

미친 듯이 많이 골랐는데 고른 거에 비해 값은 적당하다. 

“계산해주세요”

간만에 뽑은 현금 9만원을 꺼낸다.

“보통… 카드 쓰지 않아?
나 오빠 현금 쓰는 거 처음 보는데”

“간만에 뽑았어. 너한테 플렉스 하려고”

“큭큭큭, 올~ 멋있는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그녀는 싱긋 웃어보인다. 그것을 바라보는 포장해주시는 알바생 분은 해탈의 표정이다. 혹시 우리 커플로 보이시나요. 그럼 안 되는데… 얘 아직 미성년자거든요…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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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의 부름에 겨우 현실성 없는 생각에서 벗어난다.

“응, 가자”

자연스레 포장봉투를 들고 다른 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는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채 다른 손으로 마카롱을 들고 밖으로 나온다.

“맛있어?”

“응, 존나”

“이제 다시 욕 쓰는 건가?”

“그건 이지훈 탓”

3살이나 차이나는 오빠인데, 아무렇지도 않게 이지훈이라고 이름을 부르는 걸 보면 세븐틴에 물든 건가.

“3살 오빤데?”

“4살…까지는 친구 아닌가?”

“ 그 말은 나도 친구 같다는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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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는… 친구보단 오빠 같은 느낌이 더 커.
95 오빠들 다. 하지만 난 그게 더 좋아.”

“왜인지 이유를 물어도 될까?”

“음… 기댈 수 있을 것 같아.”

“그렇구나…”

순간, 마음이 입에서 하품이 터져나왔다.

“졸리지. 일찍 일어나서 그럴거야.
또 극심하게 긴장하다 방금 풀렸잖아"

“자도… 되나?”

난 고개를 끄덕인다. 끄덕이자 얼마 걸리지 않아 너는 안전벨트에 기대어 잠이 든다. 친구보단 오빠가 나은 것 같다. 지친 널 안아줄 수 있을 테니. 자고 있는 그녀에게 따뜻한 이불을 덮어줄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