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 위로 더 잘해주겠죠?’

‘여주에게 어떤 마음인지 알겠는데, 반대 안 해요.
제가 뭐라고. 하지만 여주 친구로서 부탁드릴게요.
잘 해주세요. 믿을게요’
“오빠…”
“응, 말해요”
“나 더 잘 할 수 있었거든…”
“응, 왜 속상한 건지 알겠다.”
“오늘 오디션 수고했어, 연습한다고 애썼고.
결과가 좋게 나오면 최고지만, 안 좋게 나온대도
충분히 잘하고 왔어”

그녀의 작은 등을 토닥인다. 큰 거라곤 자존감 하나인 그녀에게 이 세상이 얼마나 차가웠을까. 얼마나 많은 시간동안 눈물을 흘렸을까.
“난 네 편이야, 언제나 예외 없이”
“ㄱ,고마워, 오빠…”
‘여주 기분이 좀 안 좋을 수도 있어’
단톡에 톡을 남긴다. 이젠 여주도 같은 가족이니 여주에 관한 문제는 함께 얘기해야한다.
‘왜… 잘 못했대?’
카톡 잘 안 보기로 소문난 지수가 바로 답이 온다.
‘좀 그런 면이 있었나봐’
‘우리 여주… 부담이 너무 심했나봐.’
준휘의 축 처진 모습이 여기까지 보였다.
‘나… 너무 잡았나.’
‘좀 그런 면이 있긴 했지.’
찬이 말에 나도 동감이라고 톡을 보낸다.‘하지만… 난 더 잘했으면 하는 마음에…’

‘차라리 그런 조언보다 잘하고 있다는
칭찬 한 마디가 더 효율을 높일 듯’
승철이는 여주를 잘 알고 있었다. 아마 다른 멤버들보다 조금 더 관찰을 많이 했으려나. 총괄리더로서.
‘그래도… 원래 잘하는 애잖아. 연습량도 장난 아니고’
‘무슨 느낌인지 알겠는데, 나는.
분명히 잘했을텐데 아쉬운 거’
석민이가 제일 많이 하는 거. 녹음 멋지게 잘 해놓고 아쉽다고 우는 거. 그런 면에선 여주와 석민이가 닮은 듯도 하다.
‘자기 능력을 너무 잘 아는 사람이잖아, 우리 여주.
그래서 못하면 아쉬울 밖에 없지…’
승관이도 그런 여주의 마음을 이해하는 모양이다. 뭐, 가끔이지만 승관이도 그러곤 하니까.
‘형이라도 우선 위로해주세요.
데리고 오면 나머진 우리가 알아서 할게요’
‘이찬, 웬 높임말이냐. 됐고, 집에 가면 진짜 위로해줘.
하나보단 열셋이 나으니까’
‘알았어’
‘…응.’
웬일로 민규가 알았다고 하네. 그래, 여주랑 그냥 친구 느낌이 아니라니까. 많이 좋아하고 있다니까.
‘빨리 와요. 아, 단 거라도 사주고요’

‘오, 좋은 생각이다, 최한솔. 우선 한승우만 내려주고’
‘아, 올바른 선택이지.’
원우가 진심 가득한 톡을 하나 보낸다. 톡은 억양이 전달되지 않아 오해가 생긴다는데, 이렇다면 평생 오해할 일 없겠다.
‘나 한승우이란 애 맘에 안 듦. 뭔가 있었다니까.’
버논이다. 한솔이가 평소 촉이 나쁜 편은 아니었지만 딱히 좋은 편은 아닌데.
‘뭐, 사귀기라도 했단 말?’
‘거기까진 아니더라도 썸 정도?
그건 가능할 거 같지 않아?’
‘신빙성 있지. 걔 눈에서 떨어지는 꿀을 봤어야 하는데’
내가 톡을 보내자 멤버들은 모두 한승우에 대한 점수를 깎았다.
‘어쨌든 빨리 갈게. 기다리고 있어.’
뒤에서 여주가 묻는다.
“누구랑 톡해?”
“애들. 뭐 할 말이 있어서.
한승우, 삼성힐스테이트 2단지에 사는 거 맞지?”

“네, 맞아요.”
“감사합니다.”
“어, 수고했어.”
“오늘 고마웠어, 승우!”
“너 약속 지켜라?”
“무슨… 약속?”
“아, 붙으면 치킨 사기로 했거든.근데 그럴 일 없을 거야. 한승우 너 기대하지 마. 오늘 역대급으로 별로였어.”

“그럼… 가보겠습니다. 희망을 가져, 여주”
“나… 이어폰 끼고 노래 들어도 돼?”
“안 끼고 들어도 되긴 한데. 편한대로 해.”
“아, 오빠.”
“응, 말해. 왜 그래?”

“윤정연… 이라는 오빠 동생, 만나보고 싶은데…”
“왜 보고 싶은데? 아니, 만나게 해줄 순 있는데
순수하게 궁금해서 그래”
“그냥. 의도치 않게 정연 님께 도움을 많이 받았어.
숙소 처음 갔을 때 입은 옷도 정연 님 옷이었잖아.
그리고… 정연 님 생각나서 날 데리고 온 거고.”
“반박할 수가 없네. 정연이는 이미 너 알고 있으니까,
일정 맞춰서 가보자. 아마 수능 끝나면
언제든 만날 수 있을거야.”
“응. 따로 말 좀 해줘. 마음…이라는 이름을 가진
99년생이 그쪽이랑 많이 친해지고 싶다고.”
“알았어, 마음아.”

정연이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고 디저트집에 도착했다.
“여기…”
“아는 곳이야?”
“인터넷에서 봤어. 유명한 가게잖아.”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다 골라. 사줄게”
“여기… 비싼데”
“아직도 그런 감정 느껴? 가족인데?”
“알았어.”
“뭐야, 더 골라도 되는데”

“뭘 알아야 고르기라도 하지.
마카롱이랑 머랭쿠키 말곤 아는 것도 없어서
먹고 싶지도 않아”
“거짓말. 눈이 먹고 싶다고 말하고 있는데?”
“…들켰다, 헤헤”
“비싸도 괜찮아. 우리 돈 잘 벌어.
1년 수입을 보여줄까? 그럼 먹고 싶은 거 다 먹을거야?”
“그럼 맘대로 고를게!”
“오빠, 이거 먹어봤어?”
“응”
“진짜? 맛이 어때?”
“음… 존나 달던데”

“킥킥킥, 오빠 욕하는 건 언제 봐도 새롭다.
하여튼 이것도 살게”
“많이 단 게 먹고 싶었어?”
“응! 처음 보는 것도 많거든?
혀가 아릴 정도로 단 거 먹어보고 싶어.
우울할 땐 그게 직방이거든”
“8만 4500원입니다”
“계산해주세요”
“보통… 카드 쓰지 않아?
나 오빠 현금 쓰는 거 처음 보는데”
“간만에 뽑았어. 너한테 플렉스 하려고”
“큭큭큭, 올~ 멋있는데?”
“오빠?”

“응, 가자”
“맛있어?”
“응, 존나”
“이제 다시 욕 쓰는 건가?”
“그건 이지훈 탓”
“3살 오빤데?”
“4살…까지는 친구 아닌가?”
“ 그 말은 나도 친구 같다는 말이야?”

“오빠는… 친구보단 오빠 같은 느낌이 더 커.
95 오빠들 다. 하지만 난 그게 더 좋아.”
“왜인지 이유를 물어도 될까?”
“음… 기댈 수 있을 것 같아.”
“그렇구나…”
“졸리지. 일찍 일어나서 그럴거야.
또 극심하게 긴장하다 방금 풀렸잖아"
“자도… 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