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1_13명의 가족과 함께인 고아, 장마음입니다

#38 13명의 가족과 함께인 고아, 장마음입니다

“아, 자리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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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이라고 말한 건 신경도 안 쓰이는지 자리가 없는 상황을 한탄할 뿐이다.

“옆에 있어도 되지?”

“오빠가 언제부터 나한테 이렇게 친절했다고?
얼마든지 옆에 있어주세요~”

가늘게 접히는 그녀의 눈웃음이 예쁘다. 사랑에 빠진 소년에게 소녀의 어떤 것이 안 예쁘겠냐만은.

“밍구 좀 멋있었어”

“…괜찮아?”

“뭐가? 어른으로 오해받은 거?”

“아니. 내가 네 남친이라고 말한 거 말이야”

괜찮냐고 물었을 때 뭐가, 로 대답한 거 보면 아예 상처도 안 받았다는 얘기다. 다행이면서도 다행이 아니다.

“그거야 뭐… 근데 그런 말 해도 돼? 나름 아이돌이잖아”

나보다 한참 작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다시 검은색으로 염색했지만 머릿결이 안 좋은 건 여전하다.

“이 정도로 일이 일어나진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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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푹 숙인 그녀가 고개를 끄덕인다.

“도와줘서… 많이 고마웠어.”

오글거리는 말을 잘 하면서 오늘은 꽤나 부끄러운 모양이다. 고개까지 숙인 채 말하는 걸 보니.

“응”

내 대답에 그제서야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나를 향해 웃어주었다. 나도 그녀를 따라 웃어준다.

“치마… 줄였어?”

마음이가 지금 입고 있는 옷은 나와 달리 교복이다. 교복에 대한 애착이 남달라서 그랬겠지. 하여튼 처음 입고 온 그날보다 치마가 좀… 아니 많이 짧았다. 남색에 가까운 검은색의 치마는 A형이었다. 그 치마는 생각보다 많이 올라가있었다. 무릎 위로 한 15cm는 거뜬히 올라가있었다.

“응… 이상해?”

이상하진 않아. 오히려 예쁜 걸. 이 상황에서 예쁘다고 말해도 될 지 모르겠지만. 옆의 남자들의 시선이 거슬려. 왜 남친이 여친에게 짧은 치마를 입지 말라는 건지 알 거 같아. 하지만 난 네 진짜 남친이 아니니까 괜히 밝은 척을 해본다.

“그래~ 내가 네 남친도 아니고 왜 치마 길이를
걱정해주겠어. 근데 시험 칠 땐 조금
불편할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체육복도 들고왔어.”

“그냥 교복을 입고 싶었던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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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은 나에게 특별한 의미니까.
수능은 꼭 교복 입고 가고 싶었어.”

특별한 의미란 ‘평범’을 뜻하는 것일 것이다. 현재 마음이의 소망도 그것이고. 어쨌든 우리와 엮인 이상, 더 이상 평범하게 살지는 못할텐데. 괜찮은 걸까.

“아… 엄청 긴장된다. 검정고시 때문에 내신이 없으니까 정시를 잘 해야하거든”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있었던 것이 아니다. 다만 내 신경은 그녀의 짧은 치마에 가있었을 뿐. 조금 눈치를 보다 그녀의 뒤로 가서 섰다. 그제서야 안심이 되었다.

“으이그, 어차피 내년에도 칠 수 있잖아”

뒤에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내가 자리를 바꾼 걸 아는 눈치였지만 왜 그런지는 모르는 눈치였다. 그런 설레는 과정을 겪으며 중앙고에 도착했다. 학교 건물 바로 앞, 나는 말을 꺼냈다.

“나… 2반에서 치는데.”

“난 4반.”

같이 점심 먹을까, 하고 물어보려 하는데 마음이가 먼저 선수친다.
“그냥 점심 먹으러 오라고 말해도 되는데.”

“헿, 들켰다. 마음이가 올래, 아님 내가 갈까?
아무래도 시험 대충 치는 내가 가는 게 낫겠지?”

마음이는 발꿈치를 최대한 들어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팔이 긴 편이라 그런지 딱히 그것에 대한 어려움은 없어보인다.

“응, 그래줬으면 좋겠어. 배려 고마워”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잡아 내린 후 눈높이를 맞춘다.

“응, 앞으로도 그렇게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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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런 말을 하는데 대체 왜 내가 설레는 거지.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인지 그녀의 얼굴도 많이 붉어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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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과목을 치고 난 후, 드디어 점심 시간이었다. 수능이라 점심 시간 때도 이동이 불가능할 줄 알았는데 충분히 가능하다고 한다. 기쁘고 들뜬 마음을 감출 생각도 없이 마음이가 수능을 치는 4반으로 향한다.

“어, 민규 오빠!”

창가와 가장 가까운 자리, 그리고 가장 뒷자리. 가장 구석자리에 앉아 나를 향해 손을 들어보인다. 그녀는 그녀의 자리 옆에 주인 없는 의자를 끌어 나에게 앉으라고 권한다. 이 의자 주인은 나처럼 다른 반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고.

“수능 잘 쳤냐?”

“일단은. 근데 남은 게 문제야…”

자존감이 높다고 자부할 수 있는 그녀에게도 불안한 부분이 공부인 모양이다. 어떤 결과에도 만족하지 않는다. 그러니 공부 성적이 매우 높은 거겠지.

“남은 게 영어지?”

“응. 영어랑, 제2외국어.”

“거의 원어민 수준으로 영어하더만.
내가 봤을 땐 진짜 잘하는 거야”

마음이는 입에 넣은 밥을 우물거리며 대답한다.

“평소에 전혀 안 쓰는 말이 나오니까 그렇지.
내가 보통 한국말을 하면서 머릿속으론
영어로 번역 중인데… 이건 힘들어.
아마 슈아 오빠도 못 풀걸?”

“그… 정도로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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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밍구 오빠는 어떻게 하려나?”

“하… 차라리 일본어였으면.”

내 말에 마음이는 킥킥대며 웃는다.

“아, 일본어는 잘하지? 약간 일본 현지 투입이긴 했지만”

“그지. 물론 그 전에도 열심히 하긴 했는데,
역시 현장 투입이 직방이야.”

그녀는 고개를 끄덕인다. 물통을 달라는 신호에 그녀의 손에 물통을 쥐어준다. 화장 때문인지 물통엔 그녀의 입술이 최소로 닿는다.

“그래도 열심히 해봐. 아, 세븐틴,
오늘 스케줄 있어도 마치는 시간 최대한 맞춰본대.
멤버들 늦으면 오빠랑 나랑 같이 있으면 되고.”

“응, 같이 있으면 되지. 앞에 카페도 있고,
네가 좋아하는 북카페도 있더라.
많이 늦으면 그리로 가자”

“진짜? 진짜 북카페도 있어?
와, 멤버들 늦었으면 좋겠다…”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녀에게 노는 건 독서라니. 물론 그것을 말린다거나 그럴 생각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그런 취미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나에게 조금만 더 신경을 써주었으면 했다.

“됐어. 끝나면 배고프잖아. 마음이 너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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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가 지금 입고 있는 건 명찰이 없는 교복이다. 명찰은 보통 학교에서 일괄적으로 나누어주는 거였고, 그렇기에 없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평범한 삶을 원하는 그녀에게 명찰 하나가 가지는 의미는 크지 않을까. 고등학교 담임쌤한테 연락해봐야겠다. 혹시나 가능할 수도 있으니까.

“응, 고마워!”

밝게 웃는 그녀의 얼굴이 예뻤다. 그녀의 미소를 조금 더 지켜주고 싶었다. 봄처럼 화사한 그녀의 미소에 밖의 눈이 녹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