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1_13명의 가족과 함께인 고아, 장마음입니다

#40_13명의 가족과 함께인 고아, 장마음입니다

어깨에 젖은 물을 털어내었다. 아, 이런. 하얀색 셔츠를 입고 있다는 것을 까먹고 그냥 달려왔다. 아직 비치지는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우산 코너를 둘러보았다.

“이거 하나밖에 안 남았어요?”
photo

알바생의 꽤 예쁜 목소리가 하나밖에 안 남았다고 대답한다. 물론 우리 마음이 목소리가 더 예뻤지만. 약간 동생바보가 된 기분이지만 이런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학생분들이 꽤 많이 사가셔서요…”

다시 그 목소리가 들려 그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여성 분이셨는데 연예인을 열심히 보고 사는 내게도 꽤 예쁜 편에 속하는 얼굴이었다. 고양이처럼 위로 올라간 눈매, 또렷하고 높은 콧대. 그리고 예쁘게 휘어진 웃는상의 입. 그리고 핑크빛이 도는 빠알간 입술색. 이렇게 표현하는 거에 대한 것에 오버는 없다. 현실 그대로를 형용하는 거다. 하지만 딱 그 정도일 뿐이었다. 객관적으로 예뻤지만 주관적인 관점으론 우리 마음이가 더 예뻤다. 고양이상보단 강아지상을 더 좋아하고, 저렇게 샤프하게 생긴 것보단 귀엽게 생긴 걸 좋아했다.

“괜찮습니다. 얼마에요?”

지갑을 열며 물었다.

“3500원이에요.”

반응 대신 지갑에서 4000원을 꺼낸다. 그녀에게 주자 그녀는 500원을 거슬러주며 말한다.

“저… 제 이상형이신데 전화번호 좀 주세요”

연예인이라고 밝히는 걸 별로 선호하는 편이 아니었다. 연예인이라고 밝히는 순간 별로 관심없는 사람들도 우선 달려들고 봐서. 그래서 그냥 내 마음을 말하기로 했다.

“죄송해요.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요”

이름 모를 편의점 알바는 착하게 웃으며 말한다.

“괜찮아요. 잘 되길 바랄게요”

“감사합니다.”
photo

여기서 잘 되길 바란다고 응원을 받을 줄이야. 잘 되길 바라는데, 쟁쟁한 라이벌이 너무 많아서요. 입 밖으론 절대 꺼내지 않을 말을 하며 편의점을 나왔다.
민트색의 우산을 팡 하고 펼친다. 멀리서 마음이의 실루엣이 보였다. 찰박찰박, 물이 고인 웅덩이 덕에 물이 바지까지 다 튀고 있다. 그녀에게 도착하자마자 그녀는 나를 걱정한다.

“헐… 오빠 완전 다 젖었는데?”

“이렇게 다 젖을 줄은 몰랐네”

“그렇게 태연할 때가 아니야. 지금 다 비친단 말이야…”

“얼굴은 왜 붉어지시나요, 마음 양”

“ㅇ,아니…”

요즘 운동을 열심히 하길 잘한 거 같다. 하, 이 와중에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다니.

“몸 좋지”

“아니… 그렇긴 한데. 그걸 본인 입으로…”

“왜, 설렜어?”

마음이는 빨개진 얼굴을 숨기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끄덕거렸다. 그런 모습마저 귀여워보였다.

“굉장히 솔직한 타입이시네요.”

마음이는 내 말에 다시 고개를 들어 날 빤히 쳐다보았다.

“왜?”
photo

“솔직한 타입인 거 밝혀진 김에”

마음이는 자신의 마이를 벗어 내 어깨에 둘러주었다. 키 차이 때문에 덩치 차이가 있는데, 작디 작은 마이가 귀여웠다.

“너무 작은데? 효과가 있을라나~”

“작은 거 아는데… 비치는 건 싫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어깨에선 내 사이즈보다 몇 단계는 작을 마이가 떨어질 것 같았다. 다른 손으로 다시 어깨에 올린다.

“나중에 웃통 까면 죽을라 하겠는데?”

“세븐틴 웃통 안 깐 건 진짜 다행이야…”

“근데 넌 맨날 보잖아?”

이건 사실이었다. 멤버들 중에 조심하지 않는 멤버들도 꽤 있었다. 승철이 형이나, 준휘 형, 원우 형, 지훈이 형, 그리고 나. 나머진 진짜 조심하려고 하는 거 같은데 가끔 마음이에게 웃통 깐 것을 보이곤 했다.
물론 고의는 아니었겠지만 마음이는 처음 그 모습을 보고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오히려 몸 좋다고 감탄하기까지. 이유를 물어보니 남사친들도 가끔 그랬다고. 와, 진짜 네 남사친들 뭐냐.

“아 오빠! 굳이 그렇게 일깨워야겠어?”

“아니… 그냥 본 적 있으면서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뭔가 싶었지, 난”
photo

“다른 사람이 보는 건 싫어.
그나저나 마이 진짜 작은가봐”

결국 떨어진 마이를 마음이가 주웠다. 내게 다시 주나 했지만 그건 아니었다.

“20cm 차이 나니까 작을 수밖에.
마음이가 그렇게 덩치가 있는 편도 아니라서 더 그렇고.”

“그냥 옷가게 가서 뭐라도 하나 살까? 내가 사줄게!”

“으이그, 이 꼬맹아.
내가 너한테 뭐 사주는 거 받는 거 봤냐.”

“그건 아닌데, 내 거 쓰기엔 너무 웃길 거 같아서.”

“최대한 안 비치게 할게. 걱정 마.”

“알았어. 근데 우산이 왜 하나야?
나랑 같이 쓰고 싶어서~?”

“그렇게 사심 가득한 이유는 아니고요,
우산이 하나밖에 없더라. 학생들이 많이 사갔다네.”
photo

사심 가득한 이유가 아예 없다고는 말하지 못한다. 그녀와 한 우산 아래 있는 게 바램이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마음이가 불편해한다면 얼마든지 사심을 잠깐 배제할 수 있었다. 그녀를 위해서 못할 건 없었으니까.

“아, 그렇겠다. 그럼 같이 쓰고 가자. 크기도 크네”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뱉었다. 나는 그녀에게 오빠보다 친구였고, 남사친도 아니라 그냥 친구였다. 남자로는 1도 보지 않는 존재. 그게 그녀가 날 보는 시점이였다.
하지만 난 아니었다. 네가 아무 감정 없이 말하는 모든 게 나한테는 설렘으로 다가와. 평소에는 신경도 쓰지 않던 심장이 미친 듯이 고동치고, 설레임으로 가득 차 살아있음을 느껴. 너는 나의 삶의 이유이자, 삶을 이어가는 원동력이야.

“북카페는 어딨어? 빨리 가자!”

너의 말에 겨우 정신을 차린다. 네 생각만 하면 현실에서 자꾸 벗어나려는 경향이 있다.
겨우 생각을 갈무리하고 우산을 핀다.

“붙어야… 겠지? 비 안 맞으려면.”

“응, 알았어. 팔짱 낄까?”

그게 제일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내 팔이 내 팔에 닿는 순간, 내 심장박동이 너에게 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 그걸 장담할 수가 없다.
나는 오른손으로 우산을 들었고 왼팔은 마음이의 오른팔이 닿아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았다는 거다.

“이번 수능 어땠어?”

“난… 늘 어렵지.”
photo

내 대답에 그녀는 그녀 특유의 웃음으로 하하 웃는다. 아, 진짜 웃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진다.

“그렇게 말하면 어떡해.
난 이번 수능이 불수능인지, 물수능인지
구별이 안 간단 말이야.
아… 불수능이었으면 좋겠다. 나 되게 잘 친 거 같거든”

팔이 그녀의 팔에 의해 속박당하지만 않았더라면 그녀의 볼을 꼬집어주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대답한다.

“오구, 잘 쳤어요?”

“응, 난 쉬웠어. 근데 주변 사람은 어렵다고
하는 거 같더라. 근데, 이거 좀 놓으면 안 될까.”

나도 모르는 새에 그녀의 손을 잡고 있었다. 팔짱까지 낀 상태로 손을 잡으니 꽤 불편했던 모양이다.

“싫은데.”
photo

“아니 왜!”

나는 나도 모르는 새에 그녀 쪽으로 우산을 조금 더 기울이고 있었다. 정신 차려보니 왼쪽 어깨가 많이 젖어있었다. 마음이를 확인하니 마음이는 조금도 젖지 않은 것 같았다.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