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1_13명의 가족과 함께인 고아, 장마음입니다

#41_13명의 가족과 함께인 고아, 장마음입니다

“북카페다!”

“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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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짱을 푸는 대신 손은 놓지 않았다. 사람이 많을 것을 예상하며 가방 속에서 모자와 마스크를 꺼낸다.
우산은 잠시 정신 판 새에 마음이가 물기를 탈탈 털어 우산꽂이에 꽂는다. 내가 하려고 했는데…

“책… 안 좋아하지, 오빠?”

“좋아할 것 같습니까”

“크큭, 그럴 줄 알았어.
시끄럽게만 안 하면 다 괜찮으니까
오빠 하고 싶은 거 해.”

“응, 랩메이킹이나 해야겠다.”

그녀의 작은 손이 내 손목을 잡아당긴다. 기분 나쁠 법도 하건만 기분이 조금도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가 기분이 좋아보여서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나도 어지간히 그녀에게 미친 모양이었다.
그녀의 손에 이끌려 들어간 곳은 주황빛이 도는 적막과 책장 넘어가는 소리가 들리는 도서관이었다. 물론 북카페라 카페가 있긴 했지만.

“로파아아아안…!”

들어서자마자 눈 앞에 보이는 813.7의 로판무더기. 2개의 책장엔 모두 로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수준 높은 책도 읽으면서 여전히 로판이 좋은 모양이었다.

“가서 앉아있을래? 내가 마실 거 사갈게”

“아, 혹시 케잌도 사줄 수 있어?”

그녀의 물음에 피식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긍정의 의미다.

“레드벨벳 케잌”

“알았어. 가서 기다리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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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로판 책장에서 로판 몇 권을 꺼냈다. 제목은 ≪검을 든 꽃≫. 아마 여기사 이야기가 아닐까, 예상해본다. 걸크 넘치는 게 마음이 같을 거 같다. 종종걸음으로 책상으로 가는 그녀를 바라보다 카페로 간다.

“초코라떼 핫이랑, 아메리카노 핫으로 주세요.
그리고 레드벨벳 케잌도요.”

“네, 13500원입니다.”

카드를 꺼내 결제한다. 잠시 기다리자 따뜻한 음료 두 잔과 예쁜 빨간색의 조각 케잌이 나온다.

“오빠…!”

북카페라 그런지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많이 작다. 그녀에게 다가가 초코라떼를 건넨다.

“어… 나 오빠 앞에서 뭐 시킨 게 한 번밖에 없었는데
내 취향 바로 알아버렸네”

“관심 있게 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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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자 설레게 하는 데 타고 난 듯? 좀 설렜다”

설렜다는 그 말이 나에게 설렘으로 다가왔다. 네가 나를 완전히 남자라는 것을 배제하고 보고 있는 것은 아니구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혼자 다짐한 게 그것이었으니. 매달리지 않을테니 나에게 조금만이라도 설레달라고. 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완전 츤데레인 줄 알았는데, 아니네.
다정한 부분이 있긴 했어.”

내 손은 떼어졌는데, 그녀는 괜히 내 손길이 닿았던 부분을 만지작거렸다.

“뭐야… 오빠, 왜 다시 젖어있죠? 우산 썼잖아!”

“음… 그러네.”

“설마… 나 우산 더 씌워준다고 그런 거야?”

“그런가 보네. 의식적으로 한 행동은 아니야, 절대로!”

그녀는 내가 웃긴지 예쁜 얼굴에 그보다 더 예쁜 미소를 피운다.

“고마워, 오빠. 생각보다 다정한 사람이었어, 울 오빠.”

“정한이 형이나 슈아 형처럼은 못해줘, 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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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보단 엄청 다정해졌잖아”

하지만 여전히 짖궂어. 친구로라도 네 곁에 남고 싶어 마음을 숨기고 있거든.

“내가 이 집에 빨리 적응하기를 바래서 그랬던 거야?
난 그렇게 느꼈거든”

“…너 대단하다. 편한 사람이 많을수록 적응하기 쉽잖아.그래서 그랬던 거야… 평생 몰라주길 바랬는데.”

그녀는 희미하게 웃으며 초코라떼가 담긴 잔을 만지작거렸다.

“나도 끝까지 모른 척 할까 하다가
그냥 말하기로 했어. 너무너무 고맙다는 말을.
덕분에 적응 진짜 잘할 수 있었다고.
그건 전적으로 오빠 덕분이라고”

“다행이다, 적응 잘 해서.
근데 우리 이런 얘기는 그만하자. 너무 쑥스러워…”

그녀는 웃으며 응,하고 대답한다. 그리고 분위기가 어색해지지 않도록 초코라떼를 마시는 것으로 분위기를 환기한다.

“완전 애기 입맛이다, 장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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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 입맛이 어디가 어때서…!”

“귀여워서.”

“안 귀여워…
나 원우 오빠한테 누나 소리 듣는 사람이야…”

“오구, 그랬쪄여?”

귀엽지 않다고 하는 반응마저 귀여웠다. 애칭을 애기라고 지어주고 싶을만큼. 물론 내가 그렇게 부르면 마음이를 포함한 멤버들한테 죽겠지만.

“윽, 이 오빠 갑자기 왜 이런대”

질겁하는 표정을 짓긴 지었으나 곧 다시 웃는 표정으로 돌아왔고 그런 마음이의 반응이 귀여웠다. 

“아, 진짜. 꼬맹이 때문에 못 산다.”

“꼬맹이 아니야…! 나 오빠보다 겨우 2살 작고,
키도 평균이거든?”

물론 남사친 사이에 껴서 그것마저도 작았다. 특히 한승우라는 친구는 180을 가뿐히 넘어갔으니 상대적으로 작아보일 수밖에.

“나보단 훨씬 작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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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킨 하지…”

그녀의 반응이 귀여워서 조금 더 놀리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진짜 화내는 걸 볼 거 같았다. 그리고 그녀가 화내는 건 보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그녀 앞에 있는 로판이 꽤 쌓여있었기에 책을 읽도록 내버려두는 게 나을 거 같았다.
주머니에 있었던 폰을 꺼내자 마음이도 자연스레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몰랐겠지만 난 그녀의 모습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가만히 책에 집중하는 모습, 책장을 넘기는 모습, 약간 눈을 찌르는 머리카락을 넘기는 모습, 하나하나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머리를 묶기 위해 책을 덮고 앞을 바라본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어색했지만.

“나 보고 있었어? 예뻐서?”

눈이 반짝반짝하며 장난기가 섞인 말을 뱉는다.

“응, 예뻐서.”

하지만 나는 장난기라고는 1도 없다. 예쁜 건 사실이었으니까.

“허… 나 또 설렜는데.
이럴 땐 그냥 장난으로 대답해도 되는데…”

“대신 진심이면 네가 설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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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내가 이렇게 직진했지. 원래 연애할 땐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타입이었는데. 너라서 내가 달라지고 있는 모양이다.

“그렇…긴 하지.”

붉어진 얼굴을 겨우 숨기며 머리를 묶고 다시 책에 집중한다.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너를 바라보는 일은 여기서 중단해야겠다. 아마 인내심의 한계를 체험하는 일이 될 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