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1_13명의 가족과 함께인 고아, 장마음입니다

#42_13명의 가족과 함께인 고아, 장마음입니다

거의 다 왔다는 승철이 오빠의 연락을 받고 북카페에서 나와 카페로 들어갔다. 방금 음료를 마시고 온 상태라 그냥 딸기빙수를 하나 시켰다.

“수험표 할인 되는데, 혹시 수험생이신가요?”

“아, 네. 잠시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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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을 뒤져 수험표를 제시했다. 정가에서 무려 5000원이나 할인해준다. 와, 수험표 짱인데.

“10000원입니다.”

그리고 계산은 민규 오빠가 했다. 대체 왜 내가 사려는 건 다 막는 거지. 난 오빠들에게 고마움을 갚아야할 필요가 있는데 그들은 내게 기회를 주지도 않았다. 그들 딴에서는 배려라고 하겠지만 간만에 마음에 들지 않는 배려가 나왔다.

“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진동벨과 함께 영수증을 받고 자리를 잡고 앉는다. 괜히 진동벨을 굴리며 장난을 친다. 그런 날 바라보고 있던 민규 오빠는 묻는다.

“수험표 할인 되는 곳 많을텐데. 놀러 안 가?
나야 스케줄이네 뭐네 바쁘지만 넌 아니잖아.”

“별로. 공부에 그렇게 찌들린 것도 아니었고,
다음에도 수능쳐야할 거 같아서.
잘 친 건 그냥 느낌이니까.
결정적으로 나 일반인 친구가 많이 없단다.”

“내가 봤을 땐 엄청 잘 쳤을 거 같은데?
마음이가 원하는 대학 붙을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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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응원에 기분이 간질간질하다.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 울렁거린다.

“말이라도 고맙다, 오빠야.”

의도치 않은 사투리가 흘러나왔다. 헤헿, 사투리를 이렇게 대놓고 쓴 적은 없는 거 같은데. 손에 쥐고 있던 진동벨 때문에 민규 오빠의 반응을 바로 보진 못했다. 민규 오빠 카운터로 가 빙수를 들고 오기까지 시간의 텀이 있었으니까.

“넌 가끔 원우 형이나, 지훈이 형이랑
비슷한 사투리를 쓰는 거 같던데. 고향이 어디야?”

“원우 오빠랑 같아.”

그렇게 대답하고 숟가락을 들었다. 딸기 빙수가 생각보다 맛있었다. 플레이팅도 고퀄이었지만 사진을 찍는다거나 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자고로 음식은 눈보단 입으로 먹어야지.

“원우 형 고향이…”

“창원.”

“아… 지연… 아, 기분 나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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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빛의 빙수를 먹으며 의아해했다.

“대체 오빠가 왜 기분 나빠하는 거람.”

빙수만 냠냠거리며 혼잣말 아닌 혼잣말을 한다. 예상가는 대답이 있다. 왜인지 그의 대답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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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한대”

언제 나타났는지 원우 오빠 특유의 중저음의 보이스가 내 귀 바로 옆에서 들렸다. 민규 오빠에게 바랬던 대답은 원우 오빠에게서 나왔다. 무척이나 놀라 소리를 질렀다.

“깜짝이야!”

원우 오빠는 내 소리에 놀랐고. 원우 오빠는 민규 오빠만큼이나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검은 모자에 검은 마스크. 알아보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나도 원우 오빠임을 알아챈 건 목소리 때문이었으니.

“우리 여깄는 거 어떻게 알았대?”

민규 오빠가 묻는다. 나도 궁금했던 거였다.

“중앙고에서 제일 가까운 카페로 갔다가…
없어서 다음으로 갔다가 다시 왔지. 어딨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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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북카페에 있는 동안 이곳에 왔던 모양이다. 하긴, 우리가 여기 온 건 얼마 되지 않았으니.

“북카페. 여주가 가고 싶어해서.”

가끔 저 오빠가 신기할 때가 있다. 단둘이 있을 땐 아무렇지 않게 마음이라고 부르면서 멤버들만 나타나면 실수 한 번 없이 여주라고 부르는 게. 연예계에서 일하려면 이 정도는 필요한 능력인건가

“여주우우우! 수능 어땠어? 잘 쳤어?”

정한이 오빠도 마찬가지다. 한 번쯤은 실수할 때도 있을텐데.

“나름?”

“오, 역시 울 누나.”

“누나 아니라니까 그러네…”

원우 오빠는 언제까지 누나라는 표현을 쓰려는 거지.

“잘 쳤나 보네. 난 완전 망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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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관이 오빠는 망했다는 사실을 즐기고 있는 느낌이었다.

“나, 이거 먹어도 돼?”

이 와중에 눈치 없는 순영이 오빠는 빙수를 보고 묻는다. 난 고개를 끄덕인다. 그걸 산 건 민규 오빠였지만 의사 결정은 왜 또 내가 하는지. 이 오냐오냐는 언제까지 이어질런지.

“말 안 해도 알아요, 부승관 씨.”

“헤헿”

“칭찬 아니고요.”

“그것도 알아욧”

“미친… 왠 애교임…”

한솔이 오빠가 극혐하는 듯이 말했다. 아닌 척 해도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인 듯 싶다.

“좀 열심히 하지. 어제 여주 과외 도움 안 됐어?”

승철이 오빠가 묻는다.

“안 봐도 뻔하다. 단체로 안 듣고 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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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최한솔 어떻게 알았대…”

승관이 오빠는 이 상황마저 신나 보인다. 그래, 차라리 신난 게 더 낫지.

“순영이 오빤 어때? 잘 쳤어?”

“가채점 결과 300점? 조금 넘던데.”

“뭐야… 생각보다 잘쳤는데. 오빠가…?”

“넌 대체 날 뭐로 보는지 모르겠다”

순영이 오빠의 말에 옆에서 민규 오빠가 대꾸한다.

“뭐로 보긴 뭐로 봐. 공부 못하는 오빠겠지.”

정답이란 뜻으로 옅게 웃어보인다.

“자자, 그만하고 밥이나 먹으러 갈까?”

슈아 오빠가 상황을 정리했다. 맞다, 그러려고 만난 거지.

“그래. 가만히 놔두면 진짜 싸우겠네”

“싸우는 건 일상 아니야?”

그 일상이 심한 싸움은 아니지만

“암암, 일상이지”

찬이의 말에 승철이 오빠는 이마를 짚는다. 싸움이 일어나면 보통 중재는 승철이 오빠니까 저럴 수 밖에

“그럼 싸우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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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또 아니야, 형.”

석민이 오빠의 말은 이미 승철이 오빠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승철이 오빠도 세븐틴이고 이런 말이 장난임을 이미 알고 있으니까.

“빨리 가자! 나 오빠들 기다리고 있었어!”

나는 승철이 오빠의 팔에 팔짱을 끼며 말한다. 왜 한 건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냥 그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마음을 그저 따랐을 뿐이었다. 아, 오빠들이란 표현은 찬이까지 포함한다면 오빠들이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맞지 않았으나 왜인지 그들은 멤버들이라는 대명사를 딱히 좋아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덕분에 살았는데, 행복했는데 이 정도야 아무것도 아니었다.

“뭐 먹고 싶어?”

승철이 오빠가 다른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글쎄. 뭐 먹을까? 뭘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응, 소문 절대 안 나~”

빙수는 언제 다 먹었는지 그릇은 어느새 비어있었다

“치, 나빴어.”

결국 14명이 먹고 싶어하는 모든 걸 먹을 수 없었다. 오늘의 주인공들은 수능 친 사람들이었으니, 순영이 오빠와 승관이 오빠, 나와 민규 오빠가 상의해서 결정하기로 했다

“짜장면! 짜장면!”

순영이 오빠는 부끄럽지도 않은지 약간 소리를 높였다. 하긴, 오빠만큼 관종도 못 보긴 했지만… 큼큼, 오빠 미안.

“짜장면은 무슨… 우리 칼질하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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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질하러 가자는 건 스테이크를 먹으러 가자는 의미였다. 원래 스테이크 비싼데 14명에서 먹으면 얼마쯤 나오려나. 1인당 10만원으로 잡아도 140만… 생각하지 않기로 하자. 스테이크 집은 개인별로 가는 거로 하자고.

“여주 넌 뭐 먹고 싶어?”

민규 오빠의 갑작스런 다정한 말. 원래 이 오빠가 이렇게 다정했었나.

“어? 난 아무거나 다 괜찮은데?”

스테이크 빼고. 그렇게 비싼 건 먹는 것도 부담스러울 거 같아.

“에이, 그게 뭐야. 먹고 싶은 거 있을 거 아니야.”

원우 오빠가 날 걱정해주었다. 난 진짜 뭐든 괜찮았는데. 수능을 칠 수 있을 거란 생각도 하지 못했고, 수능을 친다 하더라도 맛있는 걸 먹으러 갈 수 있을 거라고 꿈에서도 상상하지 못했는데. 나는 그렇게 살아왔으니 이런 호의에 적응하지 못했다.

“괜찮아, 장여주. 뭐든 다 사줄테니까 말만 해”

준휘 오빠가 날 그윽하게 내려다본다. 순간 오빠한테 욕할 뻔 했다. 뭐 그렇게 느끼하게 쳐다보냐고. 어느새 설레는 게 아니라 욕하는 수준이 되었다. 그만큼 내가 그들을 편하게 생각하는 거겠지.

“괜찮아, 말해봐.”

한솔이 오빠의 말에 그제서야 먹고 싶었던 게 생각났다. 마음 한 구석 짜디짠 눈물로도 씻겨내려가지 않았던 그 맛이 드디어 생각났다.

“진짜… 뭐든 괜찮아? 멋 안 나는 거라도…”

“세상에 안 멋있는 음식은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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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걸 유난히 좋아하는 민규 오빠가 말했다. 날 안심시키려는 목적이 없지는 않았겠지. 난 안심하고 내가 먹고 싶었던 음식을 입 밖으로 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