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
#도용시 사과문 3000자
"난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니까. 어떻게 또 과제를 내줄 수가 있냐고."
"난 좋아."
"뭐 이년아?"

"내 이상형이랑 같은 조잖아...ㅎ"
처음에는 과제가 또 있다는 말에 교수님을 암살을 할까... 하고 있었는데, 조별 과제라지 뭔가...! 괜스레 기대를 했는데 진짜로 같은 조가 될 줄은 몰랐다.
나의 개같이 멸망한 연애의 길을 다시 터볼 수 있는 기회인 게 분명하다. 아마도...?
"전번도 얻었다구...ㅎ"
조원들이랑 전번도 교환했기에 그 사람의 전번도 얻을 수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학식이라도 같이 먹자고 하고 싶었지만... 날카로운 인상에 무미건조한 말투에 무슨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다.
"저 선배가 불쌍하군... 하필 김여ㅈ···."

"그 입 닥쳐, 말포이."
"옘병하네."
.
.
.
.
분주한 오전. 조별 과제를 위해서 학교 근처 카페에서 모이기로 했다. 원래라면 후줄근하게 입고 나갔겠지만, 앞으로는 그럴 수 없을 거 같다^^
"옷은 이걸로 입고~"
"향수는... 안 뿌려야지."
중요한 날 아니면 굳이 뿌리지 않는 향수. 향에 예민하기에 향수를 썩 좋아하지 않는다.

내 존재 자체가 꽃이다 이 말이여!!
"뭐야. 김여주 너 어디 가?"
"ㅇㅇ. 과제 하러."

"그 꼬락서니로?"
누가 봐도 평상시의 여주와 다른 모습이기에 태형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이번 조별 과제하러 가는 거냐? 그 모습으로? 왜?"
"니 알바 아니구열^^"
"형!!!! 김여주가!!!"

"개소리 한 번 당 어퍼컷 한 대."
"과제 파이팅 하라고..."
.
.
.
.
딸랑 -
마음을 가다듬고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보다 먼저 도착한 사람이 있었다.
"일찍 오셨네요?"

"...? 아! 네."
"왜 이렇게 일찍 오셨어요?"
"늦는 것보다는 나으니까요."
"아~"
여주는 딱히 할 말도 없고 어색했기에 가방을 자리에 내려두고는 주문을 하러 카운터로 향했다.
마실 걸 시키고 자리에 앉았을 땐 내 머릿속은 백지 그 자체였다. 무슨 말을 해야 되지...? 아직 조원들이 안 모여서 과제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ㅠ.ㅠ
"그..."
"...?"
"말 놓으셔도 돼요. 선배 시잖아요."
"아, 제가 편해지면 그때 말 놓을게요."
"넵...!"
ㅋㅎ... 아 진짜 개같이 멸망했네.
저 대화를 끝으로 잠깐 동안 침묵이 이어졌을까. 휴대폰에 시선을 옮겨 놓고 있을 때 선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느 정도 틀은 정하고 있을래요?"
"아, 네네!"
그래. 뭐라도 해야지...
"주제는 최대한 안 겹치게 해서···."
집중하는 모습도 내 취향이네... 어쩜 저렇게 작은 얼굴에 오목조목 눈코입이 다 들어가 있는 건지...

"제 얘기 안 듣고 있죠."
시선은 계속 자신의 노트북으로 향한 채 나에게 말한다. 딴 생각 하고 있는 걸 어떻게 알았지...
"하하... 설마요ㅎ"
"제가 뭐라고 했게요?"
침묵
"거짓말도 못하면서 왜 거짓말을 해요?"
"죄송합니당..."
"괜찮아요. 아직 조원들도 안 왔으니."
점수를 따야 할 판국에 쪽팔리는 모습만 보이고 있는 건 기분 탓인 걸까ㅠ
"저기요."
"...?"
누군가 선배에게 말을 걸었다.
"혹시... 전번 좀 주실 수 있으세요? 너무 제 이상형이시라...ㅎ"
"네...?"

저게 뒤지고 싶나 잘생긴 건 또 알아가지고 시부랄 거
여주는 당장이라도 손에 쥐고 있는 음료를 저 여자에게 던질 기세로 노려보고 있었다.
"애인 없으시죠?"
"아... 그게..."
선배 거절하셔야죠. 누가 봐도 곤란하다는 얼굴인데 왜 거절을 못 하세요. 저 피 말라죽는 거 보고 싶으세요??
아무 관계도 아니면서 속이 타들어 가는 여주. 잠깐 본 거 가지고 첫눈에 반하는 게 이렇게 무서운 법이다...
"민망하니까 어서···."
"저기요."
"네?"

"제 애인이거든요? 내가 이렇게 당당하게 앉아 있는데 무슨 생각으로 이러시는지? 당장 가주시겠어요???"
"애인이시라고요?"
"뭐죠 그 안 믿는다는 표정은."
"아까부터 지켜보고 있었는데, 전혀 애인 같지는 않아 보였거든요ㅋㅋ..."
이런 싹바가지 없는 기지배를 봤나
"애인 맞아요. 그러니까 가주시죠."
"ㄱ... 거봐요!"

"우리 사이도 모르면서 왜 저렇게 나오시는 걸까, 자기야."
"허... 됐네요."
언짢다는 표정을 짓고서는 가버리는 여자. 그리고 얼굴이 붉어진 여주. 저렇게 예쁘게 웃는 사람은 처음 본다.
"하하... 선배 인기 많으시네요."
"...그런 건 아니고. 여튼 고마워요. 난감했었는데."
"뭘요. 그저···."
"그저?"
"아니에요...! 그... 곧 다른 조원들 곧 올 시간이네요!"
"그렇..."
깨톡 -
5조
한지예
진짜진짜 죄송한데, 제가 급한
일이 생겨서요ㅠㅠ
남는 일 저한테 시켜주세요...ㅠㅠ
정현우
저도 오늘 못 갈 거 같아요...
열이 너무 심해서 급하게 입원해서...
아...
____
"음... 조원들이 못 온다네요."
"그러... 게요...?"
"어쩔 수 없죠. 둘이서 어느 정도는 시작해요."

"네, 그래요...ㅎ"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____
우리 여주의 인생에도 꽃이 필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