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
도용시 사과문 3000자
생각보다 별일 없이 윤기의 생일을 잘 보내고 있었을까. 선물을 전달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형! 진짜 우리가 이거 어렵게 구한 거야."
"전재산 털었다. ㅇㅈ?"
"뭔데 그렇게 호들갑이야?"
윤기는 예쁘게 잘 포장되어 있는 상자를 열어 봤다. 안에 든 내용물을 본 윤기는 놀란 표정으로 태형과 여주를 쳐다봤다.
"너네가 이걸 어떻게..."
"그때 너무 미안했었어서..."
"구하기 진짜 힘들었는데, 간신히 딱 하나 구할 수 있었어."
선물은 다름 아닌 와인이었다. 구하기 어렵다고 자자한 와인이자 웬만한 차 한 대 값이라는 와인이기도 하다.
"이 귀한 걸..."
"졸업하면 자차 마련하려고 모아둔 돈이지만, 오빠한테 쓰는 돈은 아깝지 않아."

"다 컸구나... 이런 선물을 다 준비하고..."
"뭐래, 김여주 너 저거 사면서 울었잖아."
"닥쳐 시댕. 나는 아깝지 않어^^"
윤기는 기분이 좋아질 대로 좋아졌다. 이렇게까지 행복한 생일은 다시는 없을 거라며 와인을 껴안았다.
"이야... 형, 부럽네요..."
남준은 윤기의 와인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탐내지 마라."

"예, 마이 드이소..."
"여주랑 태형이가 이런 기특한 짓을 할 줄이야."
석진은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용돈 다 떨어졌으니까 용돈 좀."
"뭐 임마?"
"맞아. 우리 이제 진짜 거지에요."

"돈도 많으면서 용돈 주기 그리 힘들어요?"
"그 이상한 표정이나 집어 넣어."
"넹."
어찌어찌 즐거운 윤기의 생일을 잘 보냈다. 윤기는 여러모로 잊지 못할 생일이었을 것이다. 케이크의 맛만 해도 잊을 수 없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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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잘 잤는가? 음하하!"
"쟤 또 왜 저래... 일요일 아침부터..."
내가 왜 이러냐고? 왜긴. 오늘 차학연 선배랑 데이트하는 날이거든ㅋ
"너 어디 가냐? 왜 또 그렇게 꾸며. 설마 그때 그!?"
"여물어."
"도대체 뭐가 좋다고;;"

"왜? 누구 만나는데?"
"그런 게 있으~^^"
"뭐 하러 가는데 그럼?"
"뮤지컬 보러."
"네가 언제부터 뮤지컬을 봤다고;;"
"같이 보러 가는 사람의 잘생긴 얼굴을 보러 가는 거지."

"세상에 저 썩어 빠진 외모지상주의."
"왜 시비세요!? 앙!?"
"어우, 왜 저래."
화장하기 바빠 죽겠는데, 시비 터는 남매들에 주먹이 운다.
"남편 보러 간다잖아, 내가."
"불쌍하지도 않냐."
"태형아, 너의 그 알량한 주둥아리를 내가 다리미로 펴버리기 전에 닫는 게 좋을 거야."

"나한테만 저래."
"입 넣어. 펴버린다고 했어."
"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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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듯이 뛰는 심장을 달래며 만나기로 한 장소로 향했다. 너무 떨리고 좋았지만, 한 편으로는 너무 떨려서 기절할 것만 같았다.
약속 장소에 도착해 주위를 둘러봤을까. 누가 봐도 학연 선배 같은 미친 피지컬인 남성이 보였다. 어쩜 멀리서 봐도 완벽하니...
"선배~!"

"천천히 와도 되는데ㅋㅋ"
차학연은 해맑게 웃으면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여주를 보고는 웃음이 나와 웃었다.
"오래 기다렸어요?"
"아니, 온 지 얼마 안 됐어."
"다행이네요~"
"들어갈까?"
"좋아요ㅎㅎ"
오늘도 외모에서 빛이 났다. 냅다 기절할 뻔했지만 정신 꽉 붙잡고 선배와 공연장으로 들어갔다.
간질간질한 마음으로 자리에 착석했을까. 공연 시작까지 20분쯤 남아 있었다.
"이거 진짜 재밌대. 후기 좋더라."
"정말요? 기대가 되네요ㅎㅎ"
뮤지컬 감상은 무슨... 선배한테 정신 팔려서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거 같은데요...

"혼자 봐야 되는 거 아닌가 걱정했는데, 너랑 같이 보게 돼서 다행이야."
"선배랑 같이 볼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영광이 뭐야ㅋㅋ"
"ㅎㅎ"
내 혈육들은 내가 이러는 모습을 보면 경멸을 할 것이다. 애초에 전남친 사건 때문에 예민하긴 하지만 뭐... 어쩔? 지들은 연애하고 나는 안 될 거 있음?
아~ 제발 선배와 함께하는 시간이 끝나지 않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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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팅 부탁드려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