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근데 나 오늘 스케줄 있어”
“스케줄…?”

“촬영까지 비밀로 했어.
아니면 오빠들이 엄청 흥분할까봐”
“드라마 촬영이야. 저번에 오디션 보고,
대본 리딩하고 다 했다더라”
“뭐야. 형은 알고 있었어? 마음이 연기한다는 거?”

원래라면 충분히 승철이 오빠가 찬이를 밀어낼 수 있었겠으나 한 짓이 있어서인지 찬이의 손길에 반항하지 않고 있었다.
“무슨 드라만데…?”
하긴, 소중한 사람과 맞는 첫 생일인데, 스케줄 때문에 보내고 싶지는 않았겠지. 하지만 오빠, 나 이거 진짜 기다려온 스케줄이야.
“쌈 마이웨이”
“어떤 배우 분들 나오시는데?”

“박서준, 김지원, 송하윤, 안재홍 선배님”
“그럼 너는 무슨 역할이야?”
“박서준 선배님 여동생 역.”
“너 진짜 못하는 게 없구나”

“못하는 게 없는 게 아니라, 노력이 받쳐주는 거야.
물론 어떤 부분에서는 천재성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그럼 너 옷은? 대본은 다 외웠어?
회사에서도 알아?
매니저는 몇 시에 데리러 오는데?
샵 들렀다 가는 거야?
너 첫 촬영인데 떨리지는 않고?”

“옷은 드라마 매니저님이.
대본은 이미 씹어먹었고요,
회사에서 가져온 스케줄이었어요.
석우 오빠는 지금이 10시 반이니까, 곧 올 거고,
아마 샵 들렀다 가겠지? 첫 촬영이라 무척 떨리고”
“다녀올게!”

“조금 늦으셨어요, 내 배우님”
“ㅂ,배우는 아직 아닌데”
“저한텐 이미 탑배우신데요?”

사랑에 빠지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그는 나를 연예인으로 대하는 것만 같았지만, 나는 어느새 그에게 떨리고 있었다.
“…나 완전 떨려”
“처음이라서 그래. 늘 그렇듯 잘할 수 있을거야.
너무 스스로를 몰아붙이지 마”
“매번 카메라 보는 게 습관이 돼서
잘 할 수 있을 지 미지수야, 오빠.
나 진짜 많이 떨려”
“넌 괜히 그런 생각 하더라? 잘 할 수 있어.
오빤, 마음이 믿어”

“그런 눈으로 그런 대사 치지 마시죠.
나 진짜 설렌다고…”
“설레도 되는데, 내 배우님.”
“아 진짜 오빠…!”
…물론 좋은 뜻으로.
“아, 근데 너 대학 면접 보러 버스 타고 갔다며…”
“응. 오빠 부르기엔 미안해서.
너무 개인적인 일이잖아”
“앞으론 개인적인 일에도 나 불러도 돼.
어차피 회사에서 네 일 보고 있으니까.”

“쉬는… 날이면?”
“그럼 내가 따로 연락 줄게.
그러니까 앞으로는 너 혼자 다니지 마.
사람들이 너 알아보고 달려들면 속수무책이잖아.
나라도 있어야지”
“고마워, 오빠”
“내 일이야. 그러지 않아도 돼”


“저기 온다, 내 여동생”

“HEARTBEAT 안녕하세요, 장마음입니다!”
“반가워요, 마음 양.”
“첫 연기인 거죠?”
“네…”

“너무 긴장 마요. 너무 긴장하면 될 것도 안 돼.”
“사실 조금 긴장했어요.
제대로 배워본 적도 없었어가지고…”
“괜찮아요, 내 동생.”

“…많은 지도 편달 부탁드릴게요”
아무래도 이 드라마에 신인이라고는 나밖에 없어서인지 조금은 유한 모습이었다.
어느새 해가 지고 어둑어둑해졌다.
아무래도 처음이라 그런지 계속해서 NG가 났다.
몇 씬 안 되는데 한 씬에 NG만 몇 십 번.
아무리 하면서 배운다지만 이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었다.
이러다 밤이라도 샐 것 같아
계속 기다리던 석우 오빠한테 전화를 걸었다.
“오빠…”
“응, 마음아. 왜 그래?
왜 목소리에 힘이 없어, 속상하게…”

“오빠 먼저 집에 갈래? 이러다 밤 샐 것 같아서…”
“너 기다리는 게 내 일이야.”

“미안해서 안 돼, 오빠. 나 폐 끼치는 거 진짜 싫어.
나중에 전화하면 와주면 돼”
“진짜 괜찮아? 나야 빨리 퇴근하면 좋긴 한데…”
“그럼 먼저 퇴근해. 대신 전화하면 와줘”
“하아… 그럼 꼭 전화해, 마음아”

“응, 알겠어. 이만 퇴근해, 오빠”
“오늘 생일이지? 생일 축하해, 마음아”
너무 지쳐서 그렇다기엔 지침을 이겨내고 행복해지는 게 소중한 사람의 능력인 건데.
“응, 고마워…”
“마음 후배님~”

“아, 선배님…”
연기라는 거, 조금이라도 배우고 시작했어야하는 건데. 오디션에 붙었던 이유는 그저 가수 ‘장마음’을 원했기에 붙여준 거고, 실제는 그것과 달랐으니까.
“힘들죠”
“마음처럼 안 되네요”
마음 같아서는 세븐틴한테 전화해서 위로라도 받고 싶었는데, 그러기엔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처음이라 그래요. 저도 처음엔 그랬어요”

“잘하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지만
그런 마음, 웬만하면 버리기를 바래요”
“무슨… 말씀이세요? 저는 이해가 잘 안 돼서…”
“하고 싶어서 한 일이잖아요?
그럼 하고 싶은 일을 하러 온 거라고 생각해요.
굳이 일을 한다거나 하는 생각은 버리고.”

“잘해야겠다는 그 마음이,
후배님을 괴롭히고 있는 것 같아요.
충분히 더 잘할 수 있는데.
그냥 오늘, 놀고 간다고 생각해요.
정 안 되면 내일 다시 찍으면 되죠”
“감사…합니다, 선배님”
“그러지 마, 다칠라.”
“아니면, 울 것 같아서…”
“몰아붙이지 않아도 눈물은
참을 수 있는 사람 같던데, 우리 마음이는”

“다음에 볼 땐 언니라고 불러.
지금부터 언니라고 불러도 되고.
아, 나이 차이 많이 나서 내가 양심이 없는 건가?”
“아니에요. 고마웠어, 언니”
“그럼 다시 촬영 준비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