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3_13명의 가족과 함께인 고아, 장마음입니다

#48_하고 싶은 일을 하러 온 거잖아

“아, 근데 나 오늘 스케줄 있어”




“스케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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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까지 비밀로 했어.
아니면 오빠들이 엄청 흥분할까봐”




내 말에 승철이 오빠는 한숨을 푸욱 쉬었다. 유일하게 내 오디션 소식을 알고 있던 멤버였으니까.




“드라마 촬영이야. 저번에 오디션 보고,
대본 리딩하고 다 했다더라”




“뭐야. 형은 알고 있었어? 마음이 연기한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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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이가 승철이 오빠의 어깨에 손을 올려 그를 앞뒤로 격렬하게 흔들며 말했다.


원래라면 충분히 승철이 오빠가 찬이를 밀어낼 수 있었겠으나 한 짓이 있어서인지 찬이의 손길에 반항하지 않고 있었다.



“무슨 드라만데…?”




정한이 오빠는 꼭 보내주기 싫다는 물었다.

하긴, 소중한 사람과 맞는 첫 생일인데, 스케줄 때문에 보내고 싶지는 않았겠지. 하지만 오빠, 나 이거 진짜 기다려온 스케줄이야.



“쌈 마이웨이”



“어떤 배우 분들 나오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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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민이 오빠는 나름 진정했는지 차분한 톤으로 내게 물었다.



“박서준, 김지원, 송하윤, 안재홍 선배님”



“그럼 너는 무슨 역할이야?”



순영이 오빠의 질문에 웃으며 대답했다. 내 일에 관심을 가져주는 게 꼭 나에 대한 관심인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박서준 선배님 여동생 역.”



망설임 없이 대답하니 민규 오빠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거짓말이라도 한다고 생각했나보다.



“너 진짜 못하는 게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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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하는 게 없는 게 아니라, 노력이 받쳐주는 거야.
물론 어떤 부분에서는 천재성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내 대답에 민규 오빠는 질린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무슨 이런 애가 다 있나 싶다는 듯.



“그럼 너 옷은? 대본은 다 외웠어?
회사에서도 알아?
매니저는 몇 시에 데리러 오는데?
샵 들렀다 가는 거야?
너 첫 촬영인데 떨리지는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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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영이 오빠의 폭풍같은 질문에 작게 한숨을 쉬고 하나하나 대답해주기 시작했다.



“옷은 드라마 매니저님이.
대본은 이미 씹어먹었고요,
회사에서 가져온 스케줄이었어요.
석우 오빠는 지금이 10시 반이니까, 곧 올 거고,
아마 샵 들렀다 가겠지? 첫 촬영이라 무척 떨리고”



순영이 오빠는 내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안도의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다녀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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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늦으셨어요, 내 배우님”



차에 올라타자마쟈 석우 오빠가 한 말이었다. 앞의 말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고, 내 베우라고 한 그의 달달한 목소리가 내 심장을 울렸다.



“ㅂ,배우는 아직 아닌데”



“저한텐 이미 탑배우신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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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잘생긴 얼굴과 숨이 멎을 것 같은 그의 달달한 목소리, 심장이 멈출 것 같은 나를 대하는 그의 태도.


사랑에 빠지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그는 나를 연예인으로 대하는 것만 같았지만, 나는 어느새 그에게 떨리고 있었다.



“…나 완전 떨려”



“처음이라서 그래. 늘 그렇듯 잘할 수 있을거야.
너무 스스로를 몰아붙이지 마”



“매번 카메라 보는 게 습관이 돼서
잘 할 수 있을 지 미지수야, 오빠.
나 진짜 많이 떨려”



“넌 괜히 그런 생각 하더라? 잘 할 수 있어.
오빤, 마음이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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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우 오빠가 내 옆자리에 앉아있었더라면 이미 머리를 쓰다듬어주고도 남았다. 다만 운전석에 앉아있어 그러지 못했을 뿐이었다.



“그런 눈으로 그런 대사 치지 마시죠.
나 진짜 설렌다고…”



“설레도 되는데, 내 배우님.”


“아 진짜 오빠…!”



아마 저 얼굴로 여자 여럿 울렸을 거야.
…물론 좋은 뜻으로.



“아, 근데 너 대학 면접 보러 버스 타고 갔다며…”


“응. 오빠 부르기엔 미안해서.
너무 개인적인 일이잖아”



“앞으론 개인적인 일에도 나 불러도 돼.
어차피 회사에서 네 일 보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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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날이면?”



그의 제안은 고마웠지만 괜히 그에게 폐를 끼칠까 싫었다. 아무리 내 매니저라지만 매니저는 매니저일 뿐, 그 역시 사람이었으니까.



“그럼 내가 따로 연락 줄게.
그러니까 앞으로는 너 혼자 다니지 마.
사람들이 너 알아보고 달려들면 속수무책이잖아.
나라도 있어야지”



그의 말에 백 번 동의했다. 아직에야 알아보는 이가 없다지만 드라마에 나오고, 앨범도 계속해서 나오면 완전히 망해버리지 않는 이상 알아보는 사람이 계속 늘어날 테니까.



“고마워, 오빠”



“내 일이야. 그러지 않아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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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끝까지 달달한데다 다정한 오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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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온다, 내 여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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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서 내려서 촬영장으로 향하는 길, 멀리서 서준 선배님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렸다.




“HEARTBEAT 안녕하세요, 장마음입니다!”




내 인사법으로 인사하니 손발이 오글거려서 못해먹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부터는 안 해야겠다.



“반가워요, 마음 양.”



크림 속에 파고드는 듯 부드러운 송하윤 선배님의 목소리. 나는 나도 모르는 새에 환하게 웃으며 대답하고 있었다.




“첫 연기인 거죠?”




TV에서 보던 것보다 훨 잘생기신 안재홍 선배님이 내게 물었다. 나는 마른 입술을 침으로 적시며 대답했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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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긴장 마요. 너무 긴장하면 될 것도 안 돼.”




재홍 선배님이 해주시는 말씀은 이미 깨달은 것이었다. 하지만 남의 입을 빌어 듣는 말은 혼자 생각하는 것보단 훨씬 나았다.




“사실 조금 긴장했어요.
제대로 배워본 적도 없었어가지고…”




“괜찮아요, 내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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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극 중의 동생일 뿐인데 촬영이 들어가기도 전에 동생이라고 말해주는 박서준 선배님의 모습에 조금이지만 긴장이 풀리기 시작했다.




“…많은 지도 편달 부탁드릴게요”




박서준 선배님을 비롯한 다른 선배님들도 고개를 끄덕여주셨다.


아무래도 이 드라마에 신인이라고는 나밖에 없어서인지 조금은 유한 모습이었다.






어느새 해가 지고 어둑어둑해졌다.

아무래도 처음이라 그런지 계속해서 NG가 났다.

몇 씬 안 되는데 한 씬에 NG만 몇 십 번.


아무리 하면서 배운다지만 이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었다.



이러다 밤이라도 샐 것 같아
계속 기다리던 석우 오빠한테 전화를 걸었다.



“오빠…”




“응, 마음아. 왜 그래?
왜 목소리에 힘이 없어, 속상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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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지친 상태였는데 그의 걱정에 조금이지만 기분이 나아졌다.



“오빠 먼저 집에 갈래? 이러다 밤 샐 것 같아서…”




내 말에 석우 오빠는 한숨을 짧게 쉬었다. 마치 자신감 떨어진 내가 걱정된다는 듯.



“너 기다리는 게 내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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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서 안 돼, 오빠. 나 폐 끼치는 거 진짜 싫어.
나중에 전화하면 와주면 돼”



망설이는 석우 오빠의 모습이 보였다.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고, 자신이 해야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니까.



“진짜 괜찮아? 나야 빨리 퇴근하면 좋긴 한데…”



“그럼 먼저 퇴근해. 대신 전화하면 와줘”



“하아… 그럼 꼭 전화해, 마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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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알겠어. 이만 퇴근해, 오빠”



석우 오빠를 설득한 뒤 전화를 끊으려는데 석우 오빠는 달달한 말을 이었다.




“오늘 생일이지? 생일 축하해, 마음아”




그런데 왜 그의 말에 행복해지거나 웃음이 나오거나 하지 않는 걸까.

너무 지쳐서 그렇다기엔 지침을 이겨내고 행복해지는 게 소중한 사람의 능력인 건데.




“응, 고마워…”




전화를 끊고 나니 아주 오랜 시간 한숨이 새어나왔다. 아무래도 연기에 소질이 없는 모양이다.



“마음 후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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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랄한 목소리에 옆을 돌아보니 김지원 선배님이 내게 커피를 내밀고 계셨다.




“아, 선배님…”




다 괜찮다는 듯 웃어보이는 그녀의 얼굴에 그냥 다 내려놓고 울고 싶었다.


연기라는 거, 조금이라도 배우고 시작했어야하는 건데. 오디션에 붙었던 이유는 그저 가수 ‘장마음’을 원했기에 붙여준 거고, 실제는 그것과 달랐으니까.




“힘들죠”



“마음처럼 안 되네요”



선배님이 주신 커피를 시원하게 마셨다. 한껏 올랐던 열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조금이나마 식혀진 기분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세븐틴한테 전화해서 위로라도 받고 싶었는데, 그러기엔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처음이라 그래요. 저도 처음엔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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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탑을 찍고 있는 선배님이라 솔직히 말하면 믿어지지 않았다. 그런 나를 눈치챘는지 지원 선배님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지만
그런 마음, 웬만하면 버리기를 바래요”




“무슨… 말씀이세요? 저는 이해가 잘 안 돼서…”




그녀는 귀여운 후배를 보는 듯 사랑스럽게 한 번 쳐다보더니 말했다.




“하고 싶어서 한 일이잖아요?
그럼 하고 싶은 일을 하러 온 거라고 생각해요.
굳이 일을 한다거나 하는 생각은 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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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아 엷은 미소를 띄웠다.



“잘해야겠다는 그 마음이,
후배님을 괴롭히고 있는 것 같아요.
충분히 더 잘할 수 있는데.
그냥 오늘, 놀고 간다고 생각해요.
정 안 되면 내일 다시 찍으면 되죠”




그녀의 말은 연기와 관련 없이 내게 힘이 되었다. 배우 장마음이 아닌 그저 나 장마음을 위해 하는 말이기에.




“감사…합니다, 선배님”



당장이래도 눈물을 흘릴 것만 같아 입술을 깨물고 자제하지 못하는 나를 조금 몰아붙였다. 눈치 챘는지 선배님은 안타깝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지 마, 다칠라.”




“아니면, 울 것 같아서…”



“몰아붙이지 않아도 눈물은
참을 수 있는 사람 같던데, 우리 마음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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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님이 아닌 이름으로 불러준 그녀. 순간 따뜻하고 울컥한 무언가가 역류하며 터져나올 것만 같았다.



“다음에 볼 땐 언니라고 불러.
지금부터 언니라고 불러도 되고.
아, 나이 차이 많이 나서 내가 양심이 없는 건가?”




장난스러운 그녀의 말에 고개를 양옆으로 휘휘 저었다.



“아니에요. 고마웠어, 언니”



지원이 언니는 피식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럼 다시 촬영 준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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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녀 역시 일어나 촬영장 쪽으로 향했다. 그런 모습마저 멋져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