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3_13명의 가족과 함께인 고아, 장마음입니다

#50_고백조차 힘든 사이

“맞는 것 같아, 설레는 거. 아니… 설레는 거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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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감이 내 온몸을 감쌌다. 연애나 사귀는 단계는 당연히 바라지도 않았다.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내후년까지는 그런 마음이 없어야 정상이었다.


그저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된 한 남자로서 그저 다행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아니… 솔직히 이렇게 잘생긴 남자가
이렇게 자상하고 다정하게 행동해주는데,
어떻게 안 설레…”




자상하고 다정하게 행동해주었다는 말도 좋지만, 그게 다는 아니었다. 자상하고 다정한 행동이란 꼭 이성으로 좋아하기에 나오는 행동이 아니니까.




“잘생겼다는 말 되게 듣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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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틴과 함께 사는 데다 한 번 보기도 어렵다는 연예인들, 아이돌을 그렇게 만났으니 외모에 면역이라도 생긴 줄 알았다.


내 입으로 말하기엔 민망하지만 우리 세븐틴, 전부 잘생긴 편이었으니까.


어쩌다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연예인은 잘생기고 예뻐서 연예인을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다른 세상 사람이라서 하는 거라고.


그런데 아직 그녀가 나를 그렇게 봐주고 있다는 게 좋았다. 마치 내가 그녀에게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아서.




“캐럿들한테 맨날 듣는 말이 잘생겼다는 말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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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말은 사실이었다. 대부분 팬들은 내게 잘생겼다는 말을 자주 했으니까.


하지만 그때와 달리 유난히 설레는 이유는 너라서 그런 거겠지. 이미 알고 있었고, 굳이 거부하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감정이었다.



“너라서 달라. 너라서 특별한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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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왜…?”



“왜일 것 같아?”




눈치 빠른 그녀라면 알아챘을 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녀는 연애 방면에서 특히 눈치가 없었다.


아마 다른 분야에서의 일은 경험해봤지만, 연애 분야에서는 눈치 빠를 필요가 있었던 상황이 없었으니까. 그녀는 90%이상의 확률로 모르고 있을 게 뻔했다.




“오빠가 나 아끼니까? 내가 오빠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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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맞는 말이었다. 방금 아무 생각 없이 마음이의 어깨를 끌어당긴 것으로 보아 너와 더이상 관계 진전이 없대도 절망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아, 근데 이거 내가 내 입으로 말하려니까
되게 민망한데”



그 커다랗고 무거워 계속 미뤄뒀던 말을 하기 위해 한숨을 한 번 쉬었다.



“그것도 있어. 그건 사실이야.
하지만 진짜 이유는 그거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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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내가 생각하는 그런 거야?”



“이미 알고 있네. 내가 너 많이 좋아하는 거.”



순간 내 차로 향하던 마음이의 걸음 뚝 멈춰버렸다.



“마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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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당황시키고 싶어서, 널 이 고백에 묶고 싶어서, 어떻게든 날 생각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한 고백이 아니었다.


아, 어쩌면 나는 정말 이기적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말하기도 쉽지 않지만, 듣고 받아들이는 게 더 어려운 고백을 나는 왜 그녀 생각을 하지 않고 그저 뱉기부터 했을까.


조금 더 기다려야했을까. 적어도 그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만이라도.



“ㅁ, 미안해.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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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내게 감정없는 것을 사과하라고 한 고백도 아니었는데.


이미 내게 감정 없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이었다. 그녀에게 나는 그저 좋은 오빠일 뿐이라는 것,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가끔씩 설렜을 때는 그저 어린 소녀이기에 당연한 일이었겠지.




“알아. 네가 아무 감정 없다는 거. 사과할 필요 없어.
네가 지금 인생에서 어떤 순간을 맞이하고 있는 지
너무 잘 알고 있고, 사과를 하려면 내가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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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오빠는 왜 또 사과하는데…”



“너 미성년자야, 마음아.
나는 너보다 4살이나 많은 성인이고.”




하지만 1년만 기다리면 된다는 마음에 널 자꾸 놓지 못하는 걸까. 포기라는 걸 23년 인생 동안 참 많이 해왔는데 왜 이번에는 그게 왜 잘 안 되는 걸까.


너만 끼면, 너와 관련만 되면 나는 내가 아닌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생일 소원조차 너와 관련된 소원을 빌었었다.


생일 소원을 빌게 된 이후 누군가를 위해 빌어본 소원은 거의 처음이다시피 했다.


네가 행복하기를. 그 행복이 내 옆에서 이루어지기를.


네가 울 때에 내가 네 곁에 있을 수 있기를 바라는 단순하면서도 어쩌면 거창한 소원이었다.



“근데 왜 자꾸 설레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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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설렜다는 말에 나는 이 와중에 또 안심하고 있어. 엄청난 도둑놈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한 마디로, 포기가 안 된달까.
내 심장이 이렇게 뛰는 게 처음이거든.

결과가 어떻게 되든 이 과정이
의미없는 시간이 될 것 같진 않다는 확신이 들었어.

아이돌을 목표로 한국에 온 것 이후,
내 심장이 뛰는대로 하는 게 처음이야.”




그녀는 대답이 없었다. 하긴, 대답하기도 굉장히 애매한 상황이었다.



나에게 실금같은 감정이라도 있으면 몰라. 그저 좋은 오빠가 고백한 거라고밖에 생각이 안 들테니, 어떤 말을 해도 곤란해지는 건 똑같았다.




“근데, 네가 싫으면 안 해.
네가 싫어하면 포기,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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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포기가 아니라
보내주는 거라고 해야겠지만.”



그녀의 눈동자에 파문이 일었다. 이렇게 불안해하고 혼란스러워하는 그녀를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그렇게 만든 내가 죽도록 싫었다. 한숨을 한 번 깊게 내쉬고 말을 이었다.




“대신 오빠, 동생 관계는 포기 못한다?
고백했다고, 거절했다고
어색하게 지내지는 말자고”




괜히 장난스럽게 말했다. 결국 네가 불편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으니까.




“오빠, 난 내 마음을 잘 모르겠어.
난 이미 한 번 고백을 받았고,
그 사람에게 그저 기다려달라는 말밖엔 할 수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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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의 결과가 거절이 될 지 나조차 모르는데도.
엄청나게 이기적이고,
그 사람 감정에 대못을 박는 일이었지.”




누구인지 대충 짐작이 갔다. 정한이거나, 민규거나, 찬이거나. 셋 중 하나일 거고, 가장 가능성이 높은 건 찬이려나.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그것밖에 없어.
연애도 모르겠고, 사랑은 더 모르겠고.

사랑이라는 걸 세븐틴이랑 같이 살면서
가족애라는 사랑의 한 종류를 이제 배우는 중이야.

아직 새로운 사랑을 배우기엔 조금 이른 것 같기도 해.”



어떻게든 내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 하는 미사여구. 글 쓰고 싶다더니 말도 참 예쁘게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네게 고백하며 거절당할 것은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이라 상처는 받지 않는데.




“기다릴게. 그 대답이 거절이 되어도,
그 시간 동안 나 혼자 설렐 것 같아서 좋아.
난 그걸로 괜찮아. 천천히, 천천히 답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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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녀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자존감 하나로 버텨냈던 그녀의 자존감을 깎아먹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절대 이기적이라는 생각 안 했으면 좋겠어.
너는 너대로 최선의 선택을 한 거야.”




너의 눈시울이 붉어지는 걸 눈치챘다. 마음껏 울어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마음이는 울 것 같지 않았다.


그저 어깨에 손을 올려 비 맞지 않도록 우산 안으로 끌어당기고, 내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