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마음아 너 진짜 오랜만에 본다…”

“그지? 그 때 세븐틴이랑 같이 산다고
연락한 거 외에 연락도 거의 안 했고…”
“아, 저번에 너 오디션 볼 때
내가 예고 전학 간다고 하니까
그 때 왕따 당하는 거 아니냐고
의심해서 전화 왔었지?”

뭐, 혼자 화내고 혼자 결론내고 혼자 합리화하고 지금 이게 뭘 하는 거람.
“진짜? 얘 절대 왕따 안 당하겠는데?”
승식이, 수빈이, 정연이, 그리고 승우… 정연이와 내 남사친들은 물론 방법도 달랐고, 시기도 달랐지만 결국 나를 지금 이 자리에 있게 만들어준 소중한 친구들이었다.
이들 중 하나라도 없었다면 내가 이렇게 버틸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며 괜히 코끝이 시큰해졌다.
“아무튼 어떻게 그 때 이후로
전화 한 번 안 해줄 수가 있냐.
네 소식을 꼭 기사로 봐야겠니!”

“야, 그래도 나는 걱정 안 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도 하잖아.
너 잘 지낼 거라고 믿었고,
실제로 기사에서 적어도 네 외면적인 모습은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서 엄청 안심했어.
네 걱정 엄청 했거든.”
“저기 승우야.
말 시작할 때랑 말 끝날 때랑
말이 좀 많이 반대 같지 않니?”
“걱정 안 했다는 말로 시작해
걱정 엄청 했다는 말로 끝나면
말에 신빙성과 설득력이 한 번에 떨어지잖니, 승우야.”
“아, 진짜 그러네? 나 몰랐어”

“그래도 네 말 너무 고맙다, 승우야.
네가 진정한 친구지. 이찬 그 새끼는…”
“그래도 좀 사이좋게 지내.
어차피 평생 볼 친구 아니야?”

그리고 실제로 내게 치는 장난은 깊은 애정과 사랑이 담겨있다는 걸 알기에 그를 미워하지는 않았다.
“너 수강신청 몇 시라고?”

“말 진짜 잘 돌리네, 강승식.
9시야.”
“헐! 야, 너 그러면 10분밖에 안 남았어!”
“나도 눈 있거든요, 윤정연 씨.”
“역시. 너는 여자애들이랑도 놀 필요가 있다.
너무 남자애들이랑만 다니지 마”

“너 무슨 강의 신청했어?”
“전공으로 동서양서사예술,
이미지와 스토리 창작기초1이랑 2,
문장문체실습, 한국문학세미나.
교양으로 저작권 수업, 현대미술의 이해와 감상.”
“너… 스케줄 하면서 할 수 있어?”

“공강 잘 떠봐야지.
이건 학점은행제도 안 되는 분야니까.”
“그래, 너 24시간 1초 단위로
끊을 줄도 아는 놈이잖냐, 너.”

“칭찬 맞지, 승우야?”
“야, 마음아. 얼마 안 남았어. 준비해!”
그리고 시작된 광클. 콘서트 표도 이렇게 안 해봤는데 수강 신청 때문에 하다니.
“헐, 대박. 나 올킬이야!”
“올~ 장마음~ 첫 학기에 운 좋은데~?”
어쩌면 내성적인 내게 이렇게 외향적인 친구가 있다는 게 너무 좋았다. 내가 하지 못하는 것들을 그녀는 할 수 있을테니까
“아, 근데 너 술 마실거야?
대학 입학하면 코 비뚤어지게 마신다던데”

“아니. 이제 19살이라
법적으로 마시면 안 되는데다 먹고 싶지도 않아.”
“잘 생각했어. 몸에 안 좋아, 그거”
“너 이런 오글거리는 데에서 살고 었었니,
내 자랑스런 친구야”
“네, 저 여기서 살았고요, 저는 이게 너무 좋아요~”
아, 이건 비유가 아니라 사실인가. 지금 여기 모인 모든 이가 내 행복을 위해주고 있었으니까.
“야아, 게임하려고 모인 거 아니냐?
나 이러면 온 의미가 없는데…”

“강승식!
장마음 얼굴 본 걸로 의미가 충분히 있지!
너네 몇 년 동안 못 만났는데!”
정연이가 승식이보다 체격이 작아도 한참 작아 초등학생이 오빠 한 대 때리는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그렇게 말해준 정연이가 고마웠다.
물론 승식이 말이 진심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무슨 게임 할 건데?
아, 어떤 게임이든 저는 못합니다”
“가르쳐줄게. 하면서 늘면 돼.”

“야, 마음아. 너…”
“그냥 지뢰찾기나 해라”
“와, 수빈아. 나 지뢰찾기도 못해”
“장마음 심각하네…”


“아, 나 얼마 전에 대학 면접 보러 갔을 때,
그 때 친엄마 만났다?”
“씨발, 어떤 낯짝으로 나타나냐.”
화 안 내는 사람이 화 내는 게 제일 무섭다고, 그녀의 화의 대상이 내가 아니었음에도 솔직히 조금 쫄았다.
“양심이 있는 새끼일까, 그게”

“아니지, 양심이고 자시고 그냥 짐승 아닐까”
“야, 그건 짐승한테도 너무하는 말 아니냐?
가끔 짐승들도 양육의 의무를 다하더만.”
내가 하지 못하는 욕을 그들이 해주었고, 내가 내지 못하는 화를 그들이 내주었다.
“일단 진정부터 해.
진정 안 하면 내 얘기도 안 듣겠다”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마음아?
그 새끼들 때문에
네가 얼마나 힘든 삶을 살아왔는지
나는 알잖아…”

“그렇긴 하지…”
사실 거의 아무것도 부정하는 게 없긴 했지만. 결국 나는 어린 시절부터 어른이었고, 스스로 살아가기에 힘든 나이에 혼자 꿋꿋이 살아남았다.
“…어떤 사람이었는데?”
“SG기업 대표이사더라”
“그렇게 잘 될 거면 마음인 왜 버렸대”

“내가 간곡하게 찾을 땐
죽어도 안 나타나더니,
잘 살 때 왜 갑자기 나타난 건지 모르겠어.”
“돈 노리고 온 거라고 생각해었는데,
이사라고 하니까 그건 아닌 것 같고…”

나는 너희들에게 솔직해지고 싶은데, 사실 아직 나에게도 솔직하지 못해 어떻게 해야할 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어쩌면 진짜 내가 그리웠는지도 몰라.
정말 진심으로 날 찾고 싶었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엄마는 그랬을지 몰라도 아버지는 그러지 않았을 지도 모르고 내 직계 가족 전부가 나를 찾고 싶지 않아했을 거라는 보장이 없으니까.
“음, 네가 그 사람한테 뭐라고 했는지 궁금해”

“난 내 진짜 가족이 있다고,
가고 싶지 않다고 했어. 근데…”
하지만 대답을 하고 싶지 않다고 하면 넘어가줄 이들임을 알기에 오히려 말문이 트였다.
“내 부모님이 진짜 내 가족 역할을
해주고 싶어서 찾아오신 거라면?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참나, 이제 와서 뭘 하려고.
세븐틴, 피는 안 섞였지만 너한테 가족이잖아.”

승우는 알고 있었다. 이제 세븐틴은 내게 가족 같은 사람이 아니라 그냥 가족이라는 것을.
“맞아… 세븐틴 덕에 네가 다시 이름을 되찾았어.
가족 역할을 해주려고 왔다고 치자, 백 번 양보해서.
어쩔 수 없는 16년의 틈은 어떻게 할건데?”

“넌 어떤데? 그 16년의 틈을 깨고 싶어?
결국 이건 네 선택이니까…
오빠들 다 이해해줄거야.
물론 계속 연락하고 지낸다는
가정 하에 가능하겠지만”
그들이 추구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내 행복이었으니까.
나는 정연이의 물음에 고개를 저었다. 16년의 틈을 굳이 깰 만큼 그들은 내게 애틋한 존재가 아니었으니.
세븐틴을 버릴 만큼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으니.
“그럼 이대로 살아.
혹시 전화번호 알려줬으면 그것도 바꾸고.
회사에 오는 전화도 받지 말라 그러고”
“고맙다, 내 친구들”
“고맙긴. 그냥 난 네 마음을 객관화 시켜줬을 뿐이야”

죄송해요.. 제가 한승우한테 빠져도 제대로 빠져버려서 캐릭터도 쓸데없이 매력적이고, 움짤도 너무 많은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