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3_13명의 가족과 함께인 고아, 장마음입니다

53_나를 잘 아는 사람들

“야, 가자. 시간 늦었어
 마음이 또 세븐틴 연락 오지게 올 거라고.”






정연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메여 사는 건 아니지만 메이기 바로 그 직전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아니, 이제 해가 지려하는 오후 5신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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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지는 게 통금이야.
세븐틴이 마음이한테 좀 미쳐야지”






정연이 말에 세 명의 남사친 모두 입을 떡 벌렸다. 그래도 곧 승우는 다행이라는 듯 말했다






“어쩌면 친구인 우리가 줄 수 없는
사랑을 주는 사람들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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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객관화 잘 시키는데?
승우 말이 백 번 맞아.
난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어.”






행복한 웃음과 함께 계산대로 도착한 나는 매번 하고 싶었던 말을 했다.






“제가 계산하도록 하겠습니다”






늘 얻어먹는 게 이쪽이었으니 꼭 한 번은 그들에게 사주고 싶었다.


내게 은혜를 준 생면부지의 사람들에게는 은혜를 갚았으면서 제일 은혜를 받은 내 사람들에게는 갚지 못했다.



그러니 이번만큼은 꼭. 그들이 반대한대도 내 카드로 계산할 생각이었다.





“오올, 이제 장마음도 대딩이라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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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빈이의 말에 괜한 기우였다는 걸 알았다. 나보다 나이가 많거나 나보다 수입이 많은 누군가나 내가 사려고 했을 때 반대했겠지만 이들은 그저 나와 비슷한 친구들이었다.







“대딩이랑 무슨 상관이야, 이게.
대딩도 알바 안 하면 돈 없어.”






“넌 돈 벌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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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빈이의 심각하게 순수한 생각이 귀여워 웃었다.





“연예계를 너무 모르시네요.
지금 난 비활동기.
드라마 촬영에다 준비는 하고 있지만
대외적으로는 비활동기.
아직 솔로 앨범도 안 냈는데 무슨 돈을 벌어, 내가”






“그럼 이 계산은 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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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식이가 물었다.





“계약금? 그리고 세븐틴으로부터의 용돈?
또는 아는 선배들로부터 받은 용돈?”






그렇게 대답하자 세븐틴은 귀에도 안 들렸는지 정연이는 어떤 선배에게 돈을 받아냐며 물었다.





“서준이 오빠랑 지원이 언니랑…
지금 내가 출연하는 드라마에 나오신 분들한테
만 원 이상은 다 한 번씩 받아봤다”






“우와, 장마음 엄청 속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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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빈이가 나를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





“한 번도 달라고 한 적 없어.
선배들이 주시는 걸 안 받기에도 뭐해서 받은 거야.
안 받으면 선배가 민망해지잖아”






내 입장은 견고했다. 그들이 먼저 줬지, 나는 한 번도 요구한 적이 없었기에.





“근데 그러면 용돈만 해도 꽤 되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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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모아서 얼마나 되는 지 몰라”





“안 봐도 비디오지. 너 들어오는 대로 다 썼지?”





“오빠들이랑, 선배들이랑,
너네들이랑 같이 뭐 하는 거에 썼어”





“아, 그렇게 나오면 할 말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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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빈이의 귀여운 투정에 피식 웃었다. 정당한 노동 없이 들어오는 돈에 대한 책임감이 막중했다. 적어도 나만을 위해 소비하지는 말자고 생각했다.






“아 몰라. 우선 결제하고.”





PC방에서만 몇 시간이나 있어 가격이 꽤나 나왔지만 무리 없이 가뿐히 계산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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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정도는 기가 막힐 정도로 눈 감았다 뜨니 지나있었다.



내가 걱정했던 ‘아동 성폭력 예방 홍보대사’는 오히려 생각보다 아무것도 안 했고, ≪힘쎈여자 도봉순≫촬영과 ≪쌈, 마이웨이≫촬영이 겹쳐 조금 지쳤다.




5월 컴백을 목표로 프로듀싱도 진행하고 있고, 완성된 몇 곡은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다.



노래 연습과 연기 연습은 당연히 지속되었고. 게다가 곧 학교도 다니기 시작하는데, 이 빡빡한 스케줄에 과연 쓰러지지 않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힘쎈여자 도봉순≫에서 맡은 조희지는 첼리스트였기에 따로 첼로도 연습해야했다.



드라마 중 손목 부상으로 첼로를 잠깐 쉬어 딱히 연주해야하는 장면은 없었지만 그래도 전문적으로 배워두면 자세라도 그럴싸해보이지 않을까 해서.




그런데 이 와중에 또 내 적성에 맞아 꾸준히 다니기로 마음 먹었다. 이리 저리 해야할 일을 스스로 만드는 셈이었다.







“마음아, 대본 그만 보고 좀 자.
비행 12시간이야. 게속 그러고 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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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듣기 좋은 슈아 오빠의 미성이 다정히 나를 걱정해주었다.



지금 슈아 오빠와 내가 있는 곳은 <미녀와 야수> 실사화 버전 촬영을 위해 간 LA에 가기 위한 비행기 퍼스트 클래스. 슈아 오빠와 내 자리는 커플석.




옆에 붙어있으라는 세븐틴 오빠들 말을 잘 들으려고 했다는데 그냥 전부 핑계 같았다.






“불안해서 그러지…”





해외에서는 보통 현지 매니저와 함께 다닌다고 했다.



물론 내가 영어가 돼서 석우 오빠와 함께 갈 수 있었지만 석우 오빠는 내가 벌여둔 사고 때문에 함께 동참하지 못했고, 아직 해외에서는 매니저 신청자가 없다고 했다.



결국 세븐틴 중에 영어가 되는 사람과 함께 보내기로 했고, 슈아 오빠와 한솔이 오빠가 있었다.



하지만 슈아 오빠가 고향 핑계를 대자 모두 반박할 수 없이 슈아 오빠를 함께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럼 도착해서 불안해하면 안 될까?
너 이러는 거 내가 다 불안해죽겠어.
네 선택을 존중은 하는데,
그 선택이 너를 망치는 길이면 말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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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적으로는 나 혼자 가는 것으로 알려졌고, 대표님은 슈아 오빠와 함께 있는 사진이 찍힐 수 있다는 핑계로 퍼스트를 예약하셨지만 나는 알았다.



그냥 내게 퍼스트 클래스를 주고 싶었다는 걸. 하지만 핑계가 너무 그럴 듯한데다 이미 예약해버려 취소할 수가 없었다.






“알았어. 쉴게.”






그가 걱정하는 게 무엇인지 잘 알았기에 순순히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나도 촬영이 겹쳐 내가 점점 지쳐간다는 걸 느끼고 있었으니까.





“잘 생각했어. 우선 옷부터 갈아입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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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아 오빠의 말에 내가 굉장히 불편한 옷을 입고 있다는 것을 자각했다.



공항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거니 팬들뿐 아니라 기자들도 한 컷이라도 더 찍으려고 할 게 뻔했고, 내 스타일리스트나 메이크업, 헤어 아티스트들이 완전히 각성해 나를 세상에 다시 없을 미인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 매우 불편한 옷을 입고 있었다. 머리야 손으로 헝클면 그만이지만 옷은 갈아입어야했다.





“갈아입고 와야겠다”






화장실에서 잠옷으로 갈아입고 내 자리로 돌아오는데 원래 내 자리에 놓여있어야할 대본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말았다.





“ㄷ, 대본…!”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슈아 오빠는 바로 내 대본을 내 앞에 들어보이며 말했다.





“아, 놀래킬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미안.
내가 가지고 갔어.
너 비행기에서 내릴 때까지 대본 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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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으로 미안해하고 있는 것 같아 급히 말했다. 그가 미안할 필요는 전혀 없었다. 그저 나를 쉬게 하고 싶었을 뿐이니까.






“미안할 필요 없어.
오빠 덕에 어쩔 수 없이 쉬어야겠다~”






발을 쭉 뻗고 머리도 아주 높게 똥머리로 올려 묶었다.





“오빠 고향 갈 때마다 매번 12시간 비행하는 거야?”






“응, 아무래도. 근데 12시간 비행해도
가족들 얼굴 보면 피로가 싹 사라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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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동이라 사랑을 독차지하고 자랐을 테고, 아들이라 무뚝뚝하고 차가운 츤데레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가족들한테도 잘하는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