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가자. 시간 늦었어
마음이 또 세븐틴 연락 오지게 올 거라고.”
“아니, 이제 해가 지려하는 오후 5신데?”

“해지는 게 통금이야.
세븐틴이 마음이한테 좀 미쳐야지”
“어쩌면 친구인 우리가 줄 수 없는
사랑을 주는 사람들이네.”

“올, 객관화 잘 시키는데?
승우 말이 백 번 맞아.
난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어.”
“제가 계산하도록 하겠습니다”
내게 은혜를 준 생면부지의 사람들에게는 은혜를 갚았으면서 제일 은혜를 받은 내 사람들에게는 갚지 못했다.
그러니 이번만큼은 꼭. 그들이 반대한대도 내 카드로 계산할 생각이었다.
“오올, 이제 장마음도 대딩이라는 건가~”

“대딩이랑 무슨 상관이야, 이게.
대딩도 알바 안 하면 돈 없어.”
“넌 돈 벌잖아?”

“연예계를 너무 모르시네요.
지금 난 비활동기.
드라마 촬영에다 준비는 하고 있지만
대외적으로는 비활동기.
아직 솔로 앨범도 안 냈는데 무슨 돈을 벌어, 내가”
“그럼 이 계산은 뭐죠?"

“계약금? 그리고 세븐틴으로부터의 용돈?
또는 아는 선배들로부터 받은 용돈?”
“서준이 오빠랑 지원이 언니랑…
지금 내가 출연하는 드라마에 나오신 분들한테
만 원 이상은 다 한 번씩 받아봤다”
“우와, 장마음 엄청 속물이야!”

“한 번도 달라고 한 적 없어.
선배들이 주시는 걸 안 받기에도 뭐해서 받은 거야.
안 받으면 선배가 민망해지잖아”
“근데 그러면 용돈만 해도 꽤 되겠는데?”

“안 모아서 얼마나 되는 지 몰라”
“안 봐도 비디오지. 너 들어오는 대로 다 썼지?”
“오빠들이랑, 선배들이랑,
너네들이랑 같이 뭐 하는 거에 썼어”
“아, 그렇게 나오면 할 말 없는데”

“아 몰라. 우선 결제하고.”

한 달 정도는 기가 막힐 정도로 눈 감았다 뜨니 지나있었다.
내가 걱정했던 ‘아동 성폭력 예방 홍보대사’는 오히려 생각보다 아무것도 안 했고, ≪힘쎈여자 도봉순≫촬영과 ≪쌈, 마이웨이≫촬영이 겹쳐 조금 지쳤다.
5월 컴백을 목표로 프로듀싱도 진행하고 있고, 완성된 몇 곡은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다.
노래 연습과 연기 연습은 당연히 지속되었고. 게다가 곧 학교도 다니기 시작하는데, 이 빡빡한 스케줄에 과연 쓰러지지 않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힘쎈여자 도봉순≫에서 맡은 조희지는 첼리스트였기에 따로 첼로도 연습해야했다.
드라마 중 손목 부상으로 첼로를 잠깐 쉬어 딱히 연주해야하는 장면은 없었지만 그래도 전문적으로 배워두면 자세라도 그럴싸해보이지 않을까 해서.
그런데 이 와중에 또 내 적성에 맞아 꾸준히 다니기로 마음 먹었다. 이리 저리 해야할 일을 스스로 만드는 셈이었다.
“마음아, 대본 그만 보고 좀 자.
비행 12시간이야. 게속 그러고 있을거야?”

지금 슈아 오빠와 내가 있는 곳은 <미녀와 야수> 실사화 버전 촬영을 위해 간 LA에 가기 위한 비행기 퍼스트 클래스. 슈아 오빠와 내 자리는 커플석.
옆에 붙어있으라는 세븐틴 오빠들 말을 잘 들으려고 했다는데 그냥 전부 핑계 같았다.
“불안해서 그러지…”
물론 내가 영어가 돼서 석우 오빠와 함께 갈 수 있었지만 석우 오빠는 내가 벌여둔 사고 때문에 함께 동참하지 못했고, 아직 해외에서는 매니저 신청자가 없다고 했다.
결국 세븐틴 중에 영어가 되는 사람과 함께 보내기로 했고, 슈아 오빠와 한솔이 오빠가 있었다.
하지만 슈아 오빠가 고향 핑계를 대자 모두 반박할 수 없이 슈아 오빠를 함께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럼 도착해서 불안해하면 안 될까?
너 이러는 거 내가 다 불안해죽겠어.
네 선택을 존중은 하는데,
그 선택이 너를 망치는 길이면 말릴거야.”

그냥 내게 퍼스트 클래스를 주고 싶었다는 걸. 하지만 핑계가 너무 그럴 듯한데다 이미 예약해버려 취소할 수가 없었다.
“알았어. 쉴게.”
“잘 생각했어. 우선 옷부터 갈아입을래?”

공항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거니 팬들뿐 아니라 기자들도 한 컷이라도 더 찍으려고 할 게 뻔했고, 내 스타일리스트나 메이크업, 헤어 아티스트들이 완전히 각성해 나를 세상에 다시 없을 미인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 매우 불편한 옷을 입고 있었다. 머리야 손으로 헝클면 그만이지만 옷은 갈아입어야했다.
“갈아입고 와야겠다”
“ㄷ, 대본…!”
“아, 놀래킬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미안.
내가 가지고 갔어.
너 비행기에서 내릴 때까지 대본 압수.”

“미안할 필요 없어.
오빠 덕에 어쩔 수 없이 쉬어야겠다~”
“오빠 고향 갈 때마다 매번 12시간 비행하는 거야?”
“응, 아무래도. 근데 12시간 비행해도
가족들 얼굴 보면 피로가 싹 사라지더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