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3_13명의 가족과 함께인 고아, 장마음입니다

#54_촬영, 설렘

"마음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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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한 뒤 하루 정도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고 그 다음날 혼자 촬영장으로 향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환영이 나를 반겨줘 순간 놀라고 말았다.




출연진 중 유일한 아시아인이라 걱정이 많았는데,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다.






“엠마 님?”






심지어 여자 주인공인 엠마 왓슨까지.



대화를 나누는 씬이 없어서 그녀와 얘기를 나눌 일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녀가 먼저 내게 말을 걸어왔다.



물론 만나는 씬은 있었지만 영화의 끝 부분, 야수가 다시 왕자로 변하고 열리는 무도회에 따로 춤도 안 추고 그저 일방적으로 바라보는 게 다였다.





"내 팬이라고 들었어요. 만나서 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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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어버버해진 상태로 겨우 말을 이어갔다.





"저 엠마 왓슨 님 진짜 팬이에요…!"





"혹시 해리포터 좋아해서 그런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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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를 진짜 좋아하긴 해요.
거기서 특히 헤르미온느
엄청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전 왓슨 님이 더 좋아요."






그녀는 무척 의외라는 듯 눈을 떴다. 그리고 잇는 말.






"마음 양도 배우긴 배우인가봐요.
그냥 헤르미온느를 좋아한다고 말했어도
저는 좋았을 텐데…"







미국은 나이 차이에 따른 예의를 엄격하게 지키는 문화가 아니지만 엠마 왓슨 님보다 약 10살이나 어린 내가 귀여웠는지 그 예쁜 얼굴에 미소 한 점 사라지지 않은 채 나를 행복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캐릭터를 좋아하는 건
배우를 좋아하는 게 아니니까요"






그녀의 전화번호를 묻고 연락하며 지내고 싶었지만 차마 전화번호를 물을 수가 없었다.





엄청난 대스타인데다 나의 존경하는 배우님이자, 나는 그녀의 엄청난 팬이었으니 고작 신인인 내가 그녀에게 전화번호를 묻기에는 눈치가 보였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기회조차 없을 거라는 생각에 용기를 내려는 순간이었다.





"한국에서는 여자가 본인보다
나이 많은 여자한테 ‘언니’라고 부르던데,
저한테도 그렇게 불러주시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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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나누는 씬이 없는, 그리고 자신의 팬이라는 후배에게 먼저 다가온 것까지는 그녀의 인성이 좋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호감을 보이며 은근한 친분을 유도하는 그녀의 행동이 조금 의아했다.






“엠마 언니. 아, 왓슨 언니?”





"엠마 언니가 좋네요. 그렇게 불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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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내게 이렇게까지 호감을 보이는 건지 묻고 싶었다.



나는 아직 한국에서조차 유명한 가수, 혹은 배우도 아니었고, 이제 막 시작한 신인일 뿐이었는데.






"아, 제가 말을 안 했네요. 저도 마음 양 팬이에요."





"어떻게 저를 알게 되셨어요?
아, 그러니까 아직 저는 외국에서
활동한 적도 없는데 아시는 게 신기해서…"







그녀는 쉴틈없이 영어를 쏟아냈다. 세븐틴과 슈아 오빠가 나는 원어민 수준의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지만 엠마 언니는 얼마나 신났는지 말이 무척이나 빨라져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언니, 미안해요. 못 알아들었어요"






"아, 아니에요. 제가 미안해요. 다시 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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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말은 이랬다.



그녀의 남동생이자 버버리 모델인 알렉스 왓슨의 팬 중 재미교포 2세, 그러니까 부모님은 한국인이시고 태어난 곳은 미국인(슈아 오빠가 재미교포 2세다) 팬이 있는데
그 팬이 매번 내 사진을 그에게 보여주었다고 한다.






알렉스 님은 나 같이 생긴 얼굴을 좋아했고, (아마 팬도 그걸 알아서 보여준 모양이다.) 노래까지 잘 부른다는 걸 알아 바로 입덕했다고 한다.





그것으로 끝나지 않은 알렉스 님은 제 누나인 엠마에게 영업했고, 그녀 역시 입덕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번 촬영 때 오고 싶어하던데,
데리고 와도 될까요?"





"제가 영광입니다!"





재미교포 2세라는 그 팬한테 감사인사라도 해야할 판이다. 내 최애 할리우드 배우님이 내 팬이 되었다니.






"아, 근데 그 분은 절 어떻게 알았을까요…?"






"도깨비 봤다고 하더라고요.
원래 한국 드라마 엄청 덕후라 노래도 찾아보는데,
가수 얼굴 나오는 뮤비가
밖에 없었잖아요.
심지어 남자는 엑소 세훈이고. 그래서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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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그냥 데뷔곡이라고 행복하게 불렀는데
영향력이 생각보다 크네요"






"드라마가 잘 됐으니까"




"언니 말이 맞아요"






그녀의 얼굴에는 여전히 미소가 띄워져 있었고, 나는 더이상 필요 이상의 용기를 낼 필요 없이 당당히 요구할 수 있었다.







"전화 번호 교환해서 연락하고 지내고 싶어요."






"아, 제가 하려던 말인데, 선수를 뻇겼어요."






그녀의 농담조의 말에 나는 빙그레 웃었다. 그녀와 전화번호 교환을 마치자마자 바로 촬영 들어간다는 감독님의 말이 들렸다.


어쩔 수 없이 잠시 헤어져야만 했고, 나는 내 씬 촬영을 위해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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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을 받았을 때부터 워낙에 내 분량이 적어서 길어봤자 사흘 정도 촬영하다 말겠지 생각하긴 했다.



"근데 이렇게 짧을 줄은 몰랐죠…"




"아, 그런 배려를 또 못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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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다는 듯 웃어버리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또 그저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촬영 시간이 줄어든 건 아쉽지만, 그저 동경하던 스타와 한 공간에서 촬영했다는 사실이 행복했던 건 사실이었으니까.




덕에 최대한 길게 남아있고 싶었던 바람은 무산되고 말았다. 고작 하루만에 촬영이 끝난 것 때문에.




결국 알렉스 왓슨 님 덕에 겨우 한 번 더 촬영장에 들르고, 바로 한국으로 돌아왔다.






비행 중 피곤한 건 사실이지만 퍼스트 클래스라서 그런지 훨씬 그런 피로감도 덜했고, 오히려 이때까지 못 쉰 것들을 전부 쉰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음아! 마음아!”







누군가 나를 부르는 소리에 피곤함이 덕지덕지 묻어난 꿈에서 벗어났다.



좀 쉬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촬영을 시작한지 일주일 만에 다시 사경을 헤메고 있었다.






“괜찮아…?”






연세대 문예창작과에 입학해 친해진 동기지만 나이는 많은 최우연 언니.




그녀는 매번 자신에게 소원한 내가 조금은 밉지만 100% 전부 이해해주는 좋은 사람이었다.






“아, 수업 끝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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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너 이제 공강이지. 가서 좀 자…”






그녀의 걱정에 고맙다는 뜻을 담아 피식 웃었다.






“저 촬영 가야 돼요. 영화 오디션도 몇 개 있고”







그녀의 표정은 보기 흉하게 일그러져있었다.





아마 지금 내 피부 상태나 신체 상태도 딱 저 정도이지 않을까 싶었다.






“너 안 쓰러지냐…”







“아직은 안 쓰러졌네요.
이동 중에 푸욱 자니까 너무 걱정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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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 선배는 여전히 눈에서 걱정을 지울 수 없었고, 결국 차까지 함께 이동하기로 했다.




아니면 헤롱거리다 내가 자칫 넘어질 수도 있을거라고.






“나 안 넘어져.
이런 데서 정신 팔다가 다치기엔
시간이 너무 아까워.”







말을 그렇게 호언장담했는데, 순간 아득히 정신이 멀어졌고, 얕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발을 헛디뎌 계단 쪽으로 넘어지는 것이었다.





엄청난 충격을 예상하며 그제서야 얕은 잠에서 깨는데, 익숙하고 든든한 등판 하나가 나를 받혀주고 있었다.






“…석우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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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우 오빠는 아주 깊은 한숨을 내쉬며 나를 일으켜세워주었다.






“오빠 차에 있는 거 아녔어?”






“수업 중간에 나오는 중이었어. 너 진짜…”






“수업 중간에 나오는 중이었다고?
오빠 연세대 학생이었어?”






“응. 물론 나는 매니지먼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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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피식 웃었다. 그가 연세대 학생이 아니었다면 어찌 손쓸 수도 없이 그대로 앞으로 쓰러져 몇 주차 부상을 입었을 지도 몰랐다.






그러면 휴식이야 취할 수 있었겠지만 수천명에게 피해를 입히고 내 마음도 편히 쉴 수 없었을 것이었다.







“아, 오빠 당근 매니지먼트 학과지?
매니저하기에 너무 아까운 미모야.
늦어도 되니까 배우도 한 번 생각해봐.”







“배우는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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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우 오빠는 어이없지만 그래도 기분 좋은 한탄을 뱉었다.






“아, 소이 언니도 연세대던데? 그, 회사에…”







“누군지 알아. 걔 내 여동생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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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오빠 여동생이었어?
근데 둘이 진짜 안 닮았는데?”







“안 닮았다는 말 많이 들어.
이제 정신 차리고 스케줄 가자.
가는 동안 대본은 압수”








미국 가던 그 비행기 안에서 슈아 오빠한테도 들은 말 같은데.






그의 말에 뒤에 있던 우연이 언니가 급히 계단을 내려왔다.





아, 언니한테 이동 중 잔다고 했는데 석우 오빠 말 때문에 다 들켰다. 이동 중에서조차 대본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발각당했다.






“야, 장마음. 너 쓰러지면 내가 너 가만히 안 둔다?”






으응, 하고 겨우 대답했다.







“마음이 매니저 님이시죠…?
마음이 진짜 잘 부탁드릴게요”








석우 오빠는 고개를 끄덕이고 늘 내 대학 친구에게 하고 싶어했던 말을 물밀듯 쏟아냈다.








“연예인이라고 달라붙는 애들 철벽 쳐주세요.
마음이가 그런 애들 진짜 싫어하는데
내성적이라 그런 말 잘 못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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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음이 미성년자에다가
술 마시는 거 진짜 안 좋아하니까
술 먹이는 건 자제해주시고,
마음이가 먹으려고 해도 말려주세요.




강의 시간에 조는 건 깨우지 말아주시고,
강의 제 시간에 잘 마쳐서 나올 수 있게 해주세요.”











“아, 진짜 오빠…!”








“네, 저희 그러고 있어요. 너무 걱정 마요.
마음이 이동 중에 꼭 잘 수 있게 해주시고요”







나를 생각해주는 두 사람이 서로 걱정을 늘어놓으며 서로 잘해달라고 하는 풍경이 신기했다.






“그건 진짜 제가 책임지고 재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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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네에, 하고 겨우 대답했다.






“아, 그리고 저 제 이상형인데 전화번호 좀…”






석우 오빠의 저 잘생긴 얼굴하며, 나를 대하는 태도로 보아 우연이 언니에겐 무척이나 매력적인 남자로 느껴졌겠지.





그런데 왜 내 마음은 이상하게 싱숭생숭한 걸까. 아, 이거 멀지 않은 과거에 승우에게 느꼈던 감정이었다.






그런 감정을 느끼고 그 감정에 이름을 붙이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지금은 바로 알 수 있었다.






내가 생각보다 석우 오빠를 이성적으로 더 좋아하고 있구나.







“좋아하는 사람 있어서요.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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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 언니는 손 사래까지 쳐가며 아니라고 말하고 다시 내 걱정이 가득 담긴 말을 뱉었다.





가만히 두면 두어 시간 그 얘기만 할 것 같아 가야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여전히 내가 걱정됐지만 무얼 어쩔 수 없어 자리를 떴다. 석우 오빠 역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 한숨을 아주 깊게 내쉬며 내게 말했다.








“걸을 순 있겠어? 업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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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굳이 그렇게까지는 필요 없어”






그렇게 강한 척 말하자 내 약하고 여린 부분을 다 아는지 그가 처연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마음아, 나는 널 위해 있는 사람이야.
나한테 기대도 돼”







그의 말에 피시식 웃음이 나왔다. 세븐틴이 하는 기대라는 말과는 조금 달랐다.




그가 하고 있는 일이 나를 위한 일임이 맞으니까 아예 근본적으로 말이 달랐다.







“…신세 좀 질게”






그제서야 그 잘생긴 얼굴의 미간이 피고 예쁜 미소가 떠올랐다. 나보다 정말 한참은 클 그가 나를 부드럽게 업었다.





아기 취급 받는 것 같아 이런 전신이 닿는 스킨십은 싫었는데.



그를 좋아하는 마음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어 그저 기대고 싶어서인지, 아니면 그저 피곤해서인지 그의 등에서는 그저 편하게 늘어지고 싶었다.






“나 오빠 좋은가 봐…”







당연히 오빠는 내 말을 담당 가수가 매니저로 좋아한다는 말로 알아들었겠지.





그리고 심지어 이성적인 고백이라 할지라도 그라면 우선 내가 성인이 될 때까지 당연히 기다릴 것이었다.





하지만 그에게서 나온 대답은 뜻밖이었다.







“좋아해줘. 나도 너 좋아해줄게.
네가 나 좋아하는 것보다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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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입에서 나온 좋아해준다는 말은 가수로서 위해주고, 동생으로 아껴주며 한 사람으로서 소중하게 생각해준다는 뜻이었겠지.





분명히 전부 알고 있었으나 내 가슴은 주체하지 못한 채 심장 박동이 느껴질 정도로 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