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이제 장마음도 스타가 다 되어가네”
몇은 바쁜지 받지 않았으나 승우와 나, 정연이만으로도 통화는 시끌벅적했다.
“그런 월드 아이돌이랑 친분을 쌓고 말이야”
“소속사가 같으니까 당연하지…”
“암튼, 다음엔 나도 갈 수 있을까…?”
“언제는 특혜 받는 거 싫다면서요”
“여전히 특혜는 싫어.
어차피 평생 일반인으로 살 건데
연예인 만나는 기회는
남들과 똑같아야한다고 생각해”
평소야 밝고 쾌활하며 외향적이지만 생각이 깊은 건 다른 문제였다.
사람이 가벼워보이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지만 가끔 생각이 깊은 걸로 봐서 그런 거에 상처 받지 않을까 좀 걱정되었다.
“뭔데 멋있는데, 윤정연”

장난스러운 말투지만 그 안에 담긴 저의는 매번 따뜻한 아이였기에 내가 그에게 위로를 받았던 것처럼 정연이도 받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차라리 계속 단순하게 사는 것도 상처를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있다는 점에서 좋지만 그래도 정연이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고, 생각이 깊어지는 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고아였던 나와, 고아인 친구가 있었던 승우와 달리 그녀는 완전히 평범한 사람이었기에 성장통을 이제야 겪고 있었다.
“걱정마, 정연아.
네 고민 결과가 어떻든 다 괜찮아.
뭐든 다 따라줄게. 특혜를 받기로 했던, 아니던”
“장마음 너 진짜 어른 같애”

컴백 준비라 해야할지, 아니면 솔로 데뷔 준비라 해야할지.
늘 상상만으로 그리거나 세븐틴 컴백 준비 때 어깨 너머로 살짝씩 보던 일이 지금 당장 내 앞에 닥쳐있었다.
노래 녹음 말고도 앨범 재킷 사진 촬영도 했고, 필수는 아니었지만 앨범 디자인 컨셉 회의에 참여해 원하는 디자인을 고르기도 했다.
그리고 정해진 날짜는 5월 22일. 싱그러운 봄과 열정적인 여름 그 사이에 걸쳐진 시기에 내 데뷔앨범이자 성장앨범인 는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그런데 하나 문제점이 있다면…
“우리 왜 겹쳐? 컴백 말이야…”
그래도 기껏해야 고작 며칠 아니면 몇 주 정도 음방에서 얼굴을 볼 거라 생각했는데 어떻게 5월 22일 6시.
이렇게 똑같을 수가 있냐고.
“남돌한테는 나 밀려…
1등 같은 언감생심 꿈은 꾸지 말아야겠다.”
“이우지가 노린 거 아닐까 생각한다”

“활동 겹치는 건 에상했는데,
같을 줄은 진짜 몰랐어.
우리 서로 일 얘기 안 하니까 진짜 몰랐지”
이제 두 번째 앨범이고 사실상 첫 앨범이라 봐도 무방한데 쟁쟁한 가수들 사이에서 1등을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아예 처음부터 생각조차 않았다는 거였다.
“됐어. 대신 내가 시킨 앨범 오면 싸인이나 해줘.”
“아, 우리 집 주소로 시킨 애가 마음이었구나.
그냥 하나 가지고 와도 되는데.”

“아니, 그래도 돼?”
“어차피 상관 없지 않을까?
대표님도 정당하게 돈 주고
우리 집 주소로 신청한 거 보고 많이 놀라셨던데.”
“흐잉, 나는 몰랐지.”
“심지어 앨범 다 랜덤이잖아. 하나씩 가져가.”

“내 것도 회사에 있어.
원하면 하나씩 가져다 줄게.”
“좋아!
근데… 수익이 너한테 덜 돌아가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해서
내가 세븐틴 앨범 정식 구매한 건데?”
“…아”

“상관없어.
어차피 앨범 수익, 회사에서 떼가고,
뭐 떼가고 해서
수익 걱정할거면
그냥 네가 나한테 앨범 사는 게 빨라.”
뭐, 물론 수익 분배를 직접 선택한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올해만 지나면 마음이랑, 찬이도 벌써 성인이네…”

2017년이 시작한지 5개월이나 됐는데 이제야 실감하는 것도 웃기지만 마벨 규칙 이전에 너무 바쁘게 살아왔던지라 내게 찾아온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네.”
“성인 되면 넌 뭐할거야?”

나는 그냥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는 것이 일상이라 성인이라 달라질 것도 없었다.
그저 더이상 보육원이라는 마지막 피난처가 사라진다는 것 외애는 없었다.
다른 또래들이 그리는 그 이상적인 상상은 내겐 존재하지 않아서 대답하지 못하고 어버버거리자 찬이는 그런 내가 민망하지 않도록 제가 대신 빈 공백을 채워주었다.
“윤정연이랑 너랑 같이 술마시러 갈까?
아님 단체로 면허 시험 준비하는 것도 웃기겠다.

아, 성인 되면 그 짜증나는
10시 이후 귀가 없어지겠네. 그건 진짜 좋다.”
“…그게 좋을 때도 있던데”
“맞아! 엄청 피곤할 땐 진짜 좋더라…”
“집에 와서 엄청 불안할 때도 있었잖아, 오빠”
“…맞아. 신인이어서”

10월 4일, 정한이 오빠 생일에 그들을 만났고, 지금은 다음 해 5월이니 고작 8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나라는 사람은 내가 한 번도 상상해본 적 없는 사람이 되어있었고, 사랑받고 있었다.
앨범을 내기 위한 준비도 마쳤고, 성인, 그리고 내 미래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여유와 그런 소중한 사람들이 생겼다.
“난 딱히 달라지는 거 없겠다.
그냥 드라마 여자주인공 맡을 수 있다는 거?
아무래도 미자는 여주 시키기 좀 그러니까.”
“와, 그럼 장마음 키스신도 찍는 거야?
우와, 엄청 신기할 것 같은데.”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한 번도 키스 해본 적은 없지만…”
“그럼 상대 배우가 네 첫키스 가져가는 거네…”
첫키스라니. 모든 단어에 처음을 뜻하는 ‘첫’이 붙으면 늘 설레던데, 왜인지 첫키스는 가슴마저 이상하게 뒤집어놓았다.
그리고 여동생 남친 보는 오빠들처럼 세븐틴 멤버들의 얼굴은 똥 씹은 표정이 되었다. 특히 정한이 오빠, 지수 오빠, 민규 오빠, 찬이가 더더욱.

이번 활동이 되어서야 코디, 그러니까 스타일리스트가 붙었고, 나는 스타일링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컴백 쇼케이스가 열리고, 샵에서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헤어 스타일리스트가 콘서트장으로 왔다.
당연히 시은이 언니가 쇼케이스에 따라왔고, 그녀는 본인 성격대로 묵묵히 메이크업을 해주다 석우 오빠를 보고 내게 물었다.
“저 사람, 매니저지?”
“응, 김석우라고.”
“딱 바람둥이상인데”
“…어?”

세븐틴 멤버의 고백에는 기다림을 요구하고, 석우 오빠의 별 것 아닌 행동에는 설레고 있었다. 그러니 그녀의 말은 나에게 충격을 주기 충분했다
“딱 봐. 저렇게 잘생긴 얼굴로
여자 몇이나 울렸겠냐고.
나중에 후회 말고 딱 비즈니스만 해.”
“…그게, 나 말이야, 언니…”
“좋아하는구나?”
“네”

“생각보다 많이 좋아하고 있나보네”
“그러게요.
바로 이렇게 대답할 수 있을지는 몰랐는데.”
“사랑의 열병을 심하게 앓겠구나, 마음아”
“…근데, 석우 오빠가 그런 사람이라는
근거가 없잖아.”

세븐틴이 나를 걱정하는 방법은 달랐지만 딱 봐도 걱정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세븐틴은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사촌 오빠의 걱정이라면 시은이 언니의 걱정은 친언니의 걱정이었다.
“그냥 경험담이야.
저 얼굴 때문에 상처 받은 사람도 못 떠나.
그게 현실이야.”
그녀의 말에는 어떠한 근거도 없었지만 왜인지 믿어야할 것 같았다.
나보다 인생을 훨 많이 살았고, 그만큼 경험도 많을 텐데. 그래서인지 알 수 없는 신뢰가 쌓였다.
“근데 너는 세븐틴에다, 방탄에다,
외모 면역은 확실히 되겠다.
상처 받으면 딱 떠나겠는데.”
첫사랑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성숙한 사랑이었고, 최선을 다하고자 했던 사랑이니까.
“…”

“그럼에도 네 마음 가는 대로 해.
사랑의 상처, 그거 한 번 겪는 것도 나쁘지 않아.
네가 성장할 기회가 될테니까.”
“그리고 내 말처럼
아직 그런 사람이라는
근거가 없잖아? 그냥 내 직감일 뿐이지.”
마치 상처 받아 너덜너덜해져 돌아왔을 때 지금처럼 따스히 안아주며 상처 치료를 위해 도와주겠다는 뭉클한 그녀의 태도.
내가 할 수 있을 말이 고맙다는 말밖에 없어 오히려 미안했다
“쇼케이스 전에 괜히 이런 말 했나.
너 괜히 신경 쓰여할 것 같은데…”
“아니야. 공사는 언제나 잘 구분하니까.”
그런 그녀의 품에서 꼭 있지도 않았던 엄마의 느낌을 받는 것 같아 괜히 울컥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