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3_13명의 가족과 함께인 고아, 장마음입니다

#57_친구, 꿈, 그리고 사람들

“와, 이제 장마음도 스타가 다 되어가네”




정연이 초대 이후 매번 카톡 알람이 시끄럽게 울리는 친구들과의 단톡방에 정연이가 요구했던 방탄 만남의 후기를 톡으로 보내자 정연이는 단체 보이스톡을 걸어왔다.


몇은 바쁜지 받지 않았으나 승우와 나, 정연이만으로도 통화는 시끌벅적했다.




“그런 월드 아이돌이랑 친분을 쌓고 말이야”



“소속사가 같으니까 당연하지…”



“암튼, 다음엔 나도 갈 수 있을까…?”





정연이의 아쉬움이 덕지덕지 묻어나는 말. 깊게 생각하던 정연이는 본인이 빠지고 방탄과 나, 이렇게만 시간을 보낼 수 있게 양보해주었으나 못내 아쉬운 모양이었다.





“언제는 특혜 받는 거 싫다면서요”



“여전히 특혜는 싫어.
어차피 평생 일반인으로 살 건데
연예인 만나는 기회는
남들과 똑같아야한다고 생각해”





방탄소년단과의 식사 자리에서 빠져주기로 한 그 때부터 알았지만 정연이는 생각이 정말 깊은 사람이었다.



평소야 밝고 쾌활하며 외향적이지만 생각이 깊은 건 다른 문제였다.



사람이 가벼워보이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지만 가끔 생각이 깊은 걸로 봐서 그런 거에 상처 받지 않을까 좀 걱정되었다.






“뭔데 멋있는데, 윤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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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우가 그녀의 마음을 도닥여주는 듯 말했다.



장난스러운 말투지만 그 안에 담긴 저의는 매번 따뜻한 아이였기에 내가 그에게 위로를 받았던 것처럼 정연이도 받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차라리 계속 단순하게 사는 것도 상처를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있다는 점에서 좋지만 그래도 정연이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고, 생각이 깊어지는 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고아였던 나와, 고아인 친구가 있었던 승우와 달리 그녀는 완전히 평범한 사람이었기에 성장통을 이제야 겪고 있었다.






“걱정마, 정연아.
네 고민 결과가 어떻든 다 괜찮아.
뭐든 다 따라줄게. 특혜를 받기로 했던, 아니던”






하지만 정연이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그녀 생각보다 우리는 이미 많이 성장해있었고, 너보다 조금 이른 시기에 어른이 되어갔던 우리가 네 곁에서 너의 성장통을 공유하겠노라고.






“장마음 너 진짜 어른 같애”





그녀의 말에 어깨를 으쓱이고 살짝 웃으며 아무것도 아니라고 표했다. 보이스톡이라 그녀에게 내 행동이 보이지는 않았을 터지만 충분히 그녀는 내 뜻을 알아들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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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백 준비라 해야할지, 아니면 솔로 데뷔 준비라 해야할지.



늘 상상만으로 그리거나 세븐틴 컴백 준비 때 어깨 너머로 살짝씩 보던 일이 지금 당장 내 앞에 닥쳐있었다.



노래 녹음 말고도 앨범 재킷 사진 촬영도 했고, 필수는 아니었지만 앨범 디자인 컨셉 회의에 참여해 원하는 디자인을 고르기도 했다.




그리고 정해진 날짜는 5월 22일. 싱그러운 봄과 열정적인 여름 그 사이에 걸쳐진 시기에 내 데뷔앨범이자 성장앨범인 는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그런데 하나 문제점이 있다면…





“우리 왜 겹쳐? 컴백 말이야…”





정한이 오빠의 5월 컴백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말에 활동 정도는 겹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기껏해야 고작 며칠 아니면 몇 주 정도 음방에서 얼굴을 볼 거라 생각했는데 어떻게 5월 22일 6시.



이렇게 똑같을 수가 있냐고.





“남돌한테는 나 밀려…
1등 같은 언감생심 꿈은 꾸지 말아야겠다.”





“이우지가 노린 거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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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영이 오빠의 말에 고양이처럼 앙칼진 눈으로 지훈이 오빠를 쳐다보았다. 왜인지 다른 멤버들도 함께 지훈이 오빠를 바라보았다.





“활동 겹치는 건 에상했는데,
같을 줄은 진짜 몰랐어.
우리 서로 일 얘기 안 하니까 진짜 몰랐지”







1등 못한다는 말은 그저 괜한 아기 같은 칭얼거림에 가까웠다.




이제 두 번째 앨범이고 사실상 첫 앨범이라 봐도 무방한데 쟁쟁한 가수들 사이에서 1등을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아예 처음부터 생각조차 않았다는 거였다.






“됐어. 대신 내가 시킨 앨범 오면 싸인이나 해줘.”




“아, 우리 집 주소로 시킨 애가 마음이었구나.
그냥 하나 가지고 와도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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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이 오빠는 무언가 깨달았다는 뜻이 담긴 말을 아무렇지 않게 뱉었고,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라 말했다.





“아니, 그래도 돼?”





“어차피 상관 없지 않을까?
대표님도 정당하게 돈 주고
우리 집 주소로 신청한 거 보고 많이 놀라셨던데.”






“흐잉, 나는 몰랐지.”






“심지어 앨범 다 랜덤이잖아. 하나씩 가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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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우 오빠의 말에 나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내 것도 회사에 있어.
원하면 하나씩 가져다 줄게.”




“좋아!
근데… 수익이 너한테 덜 돌아가지 않을까.”





좋다고 성량을 높이던 석민이 오빠는 곧 풀이 죽어 말의 꼬리를 길게 늘였다. 나는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생각해서
내가 세븐틴 앨범 정식 구매한 건데?”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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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이 오빠는 그제서야 납득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그렇게 생각했을 줄은 몰랐던 것이었나 보다.






“상관없어.
어차피 앨범 수익, 회사에서 떼가고,
뭐 떼가고 해서
수익 걱정할거면
그냥 네가 나한테 앨범 사는 게 빨라.”






승철이 오빠의 농담 아닌 농담에 피식 웃고 말았다. 떼가는 데 많다는 그의 말을 이번에 느끼고 있어서 공감됐다.



뭐, 물론 수익 분배를 직접 선택한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올해만 지나면 마음이랑, 찬이도 벌써 성인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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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 오빠의 탄성이 어린 말에 나도 그제야 실감했다. 드디어 내가 19살이 됐다는 걸.




2017년이 시작한지 5개월이나 됐는데 이제야 실감하는 것도 웃기지만 마벨 규칙 이전에 너무 바쁘게 살아왔던지라 내게 찾아온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네.”




“성인 되면 넌 뭐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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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훅 치고 들어온 찬이의 질문. 한 번도 성인이라는 것을 그려본 적이 없었다.




나는 그냥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는 것이 일상이라 성인이라 달라질 것도 없었다.




그저 더이상 보육원이라는 마지막 피난처가 사라진다는 것 외애는 없었다.




다른 또래들이 그리는 그 이상적인 상상은 내겐 존재하지 않아서 대답하지 못하고 어버버거리자 찬이는 그런 내가 민망하지 않도록 제가 대신 빈 공백을 채워주었다.





“윤정연이랑 너랑 같이 술마시러 갈까?
아님 단체로 면허 시험 준비하는 것도 웃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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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성인 되면 그 짜증나는
10시 이후 귀가 없어지겠네. 그건 진짜 좋다.”





“…그게 좋을 때도 있던데”





나지막히 말 하나 붙였다. 그러자 승관이 오빠도 내게 공감하며 소리쳤다.




“맞아! 엄청 피곤할 땐 진짜 좋더라…”




“집에 와서 엄청 불안할 때도 있었잖아, 오빠”



“…맞아. 신인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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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과 함께한지 개월 수로 따지면 정말 오래 되지 않았다.




10월 4일, 정한이 오빠 생일에 그들을 만났고, 지금은 다음 해 5월이니 고작 8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나라는 사람은 내가 한 번도 상상해본 적 없는 사람이 되어있었고, 사랑받고 있었다.




앨범을 내기 위한 준비도 마쳤고, 성인, 그리고 내 미래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여유와 그런 소중한 사람들이 생겼다.






“난 딱히 달라지는 거 없겠다.
그냥 드라마 여자주인공 맡을 수 있다는 거?
아무래도 미자는 여주 시키기 좀 그러니까.”




“와, 그럼 장마음 키스신도 찍는 거야?
우와, 엄청 신기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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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이 오빠 특유의 그 잠잠함이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는 말을 묘하게 이상하게 만들었다.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한 번도 키스 해본 적은 없지만…”





“그럼 상대 배우가 네 첫키스 가져가는 거네…”





지수 오빠의 말에 괜히 온몸이 간지러워지는 듯 기분이 이상했다.



첫키스라니. 모든 단어에 처음을 뜻하는 ‘첫’이 붙으면 늘 설레던데, 왜인지 첫키스는 가슴마저 이상하게 뒤집어놓았다.



그리고 여동생 남친 보는 오빠들처럼 세븐틴 멤버들의 얼굴은 똥 씹은 표정이 되었다. 특히 정한이 오빠, 지수 오빠, 민규 오빠, 찬이가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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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활동이 되어서야 코디, 그러니까 스타일리스트가 붙었고, 나는 스타일링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컴백 쇼케이스가 열리고, 샵에서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헤어 스타일리스트가 콘서트장으로 왔다.



당연히 시은이 언니가 쇼케이스에 따라왔고, 그녀는 본인 성격대로 묵묵히 메이크업을 해주다 석우 오빠를 보고 내게 물었다.






“저 사람, 매니저지?”




“응, 김석우라고.”





그녀는 쉐딩을 마지막으로 메이크업 용 붓을 내려놓더니 내 뒤에서 거울로 날 바라보며 심각하게 말했다.





“딱 바람둥이상인데”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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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말에 순간적으로 얼어붙었다. 이미 사랑에 빠진 열아홉의 소녀에게 그녀의 말은 부정하고픈 일이었다.




세븐틴 멤버의 고백에는 기다림을 요구하고, 석우 오빠의 별 것 아닌 행동에는 설레고 있었다. 그러니 그녀의 말은 나에게 충격을 주기 충분했다





“딱 봐. 저렇게 잘생긴 얼굴로
여자 몇이나 울렸겠냐고.
나중에 후회 말고 딱 비즈니스만 해.”





“…그게, 나 말이야, 언니…”





풀이 죽어 고개를 푸욱 숙이는 날 보며 시은이 언니는 내가 걱정됐는지 거울 너머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좋아하는구나?”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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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은이 언니의 말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시은이 언니는 내 태도가 조금 뜻밖이었는지 의아하게 말했다.





“생각보다 많이 좋아하고 있나보네”




“그러게요.
바로 이렇게 대답할 수 있을지는 몰랐는데.”





그녀는 내 머리에 손을 올리더니 살짝 쓰다듬었다.





“사랑의 열병을 심하게 앓겠구나, 마음아”





“…근데, 석우 오빠가 그런 사람이라는
근거가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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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내 어깨에 손을 탁 올리더니 거울로 나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세븐틴이 나를 걱정하는 방법은 달랐지만 딱 봐도 걱정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세븐틴은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사촌 오빠의 걱정이라면 시은이 언니의 걱정은 친언니의 걱정이었다.





“그냥 경험담이야.
저 얼굴 때문에 상처 받은 사람도 못 떠나.
그게 현실이야.”





한숨만 길게 쉬고 무릎 위에 올린 손만 괜히 만지작거렸다.




그녀의 말에는 어떠한 근거도 없었지만 왜인지 믿어야할 것 같았다.




나보다 인생을 훨 많이 살았고, 그만큼 경험도 많을 텐데. 그래서인지 알 수 없는 신뢰가 쌓였다.





“근데 너는 세븐틴에다, 방탄에다,
외모 면역은 확실히 되겠다.
상처 받으면 딱 떠나겠는데.”





조금은 쎈 말이었고, 겨자를 먹은 듯 코가 탁 하고 쏘았다. 아직 감정 조절이 어색해 당장이래도 눈물이 흐를 것 같았다.




첫사랑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성숙한 사랑이었고, 최선을 다하고자 했던 사랑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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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말도 못하고 있자 시은이 언니는 뒤에서 나를 포옥 안아왔다





“그럼에도 네 마음 가는 대로 해.
사랑의 상처, 그거 한 번 겪는 것도 나쁘지 않아.
네가 성장할 기회가 될테니까.”






그녀의 손을 잡고 다시 거울 너머 그녀의 눈을 올려다보았다. 이런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감사했다.






“그리고 내 말처럼
아직 그런 사람이라는
근거가 없잖아? 그냥 내 직감일 뿐이지.”






상처 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마음을 주지 말라는 조언을 했으나 그럼에도 네가 원한다면 네 마음 가는 대로 하라는 말.




마치 상처 받아 너덜너덜해져 돌아왔을 때 지금처럼 따스히 안아주며 상처 치료를 위해 도와주겠다는 뭉클한 그녀의 태도.




내가 할 수 있을 말이 고맙다는 말밖에 없어 오히려 미안했다





“쇼케이스 전에 괜히 이런 말 했나.
너 괜히 신경 쓰여할 것 같은데…”





내 컨디션을 걱정해주는 시은이 언니의 말에 나는 피식 웃었다.





“아니야. 공사는 언제나 잘 구분하니까.”





여전히 그녀는 내게서 떨어지지 않은 채 여전히 나를 안아주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품에서 꼭 있지도 않았던 엄마의 느낌을 받는 것 같아 괜히 울컥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