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도 김태형을 피하기 급급했던 나는 모든 수업이 끝난 뒤 겨우 김태형을 피해서 나오는데 성공했다.
빨리 집으로 가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탄이에게 뽀뽀세레를 해주고 싶었다.
"탄이한테 뽀뽀하고 싶다"
쓰윽-]
쪽-]
.....????!!!!!
"나도 네가 좋은 것 같다"

나 지금 이 또라이한테 볼 뽀뽀 받은 거냐...?
으가가가가가가갹...!!!!
명랑 17세 민여주, 첫 볼 뽀뽀를 받다. 그동안 연애? 개뿔. 썸도 타보지 못한 모태솔로다. 그러니 지금 심장이 쿵쾅거리는 게 김태형 때문인 거란 걸 알리가 없겠지.
"ㅇ,야...!! 너 지,금 이게 무,무슨 짓이야...!!"

"탄이한테 뽀뽀 하고 싶다며, 그래서 내가 대신 해줬잖아"
"하아... 탄이한테 뽀뽀하고 싶다는 말은 내 새끼. 아니
내 강아지 연탄이! 탄이한테 뽀뽀하고 싶다는 말이었거든?!"
"누가 너한테 뽀뽀하고 싶대?!"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면서 설명하는 여주에 그제서야 모든게 이해가 된 태형이었다. 그동안 여주가 말했던 탄이가 자신이 아닌 여주가 키우는 강아지 연탄이란 걸.

"그럼 너 나 안 좋아해?"
잔뜩 울상이 된 태형이는 마치 주눅 든 탄이랑 겹쳐 보여서 여주는 웃음이 났다. 피식-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온 소리에 당황한 건 오히려 여주.

"그동안 내가 혼자서 오해하고 그 상황이 정말로 웃겼겠네. 아니면 아니라고 말을 해주지 그랬어"
아,아니 일부러 말 안 한 건 아니야. 나도 말하려고 했었어. 사실을 말하려고 몇 번을 시도했었지만, 그때마다 실패했었다. 결국에는 그냥 될 때로 되겠지 하고 신경을 안 쓴 것 뿐인데. 그 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
"그리고 너 안 좋아하는 거지. 싫어하는 건 아니야"
"좋아질 수도 있다는 말이지?"
몰라. 에이, 사실대로 말해봐. 너 나 좋아하지? 아니거든?! 그럼 내 눈은 왜 피하는데? 누가 피했는데, 안 피했거든? 똑바로 보지도 못하면서. 너 나한테 설렜지? 아, 진짜 안 설렜다고!
김태형이 우리 연탄이를 보고 싶다는 말로 나는 강아지 탄이를 사람 탄이에게 소개 시켜주었다.

왈왈! 내가 오자마자 탄이는 꼬리를 흔들면서 나를 반겼고, 뒤따라서 들어온 처음 보는 김태형의 품에 쏘옥 안겼다.

"안녕 네가 탄이구나? 나도 탄이야"
이렇게 보니까, 둘이 닮은 것 같기도. 내가 주인인데, 주인인 나보다 김태형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아서 서운하네.
탄이 진짜 귀엽다. 네가 하루종일 생각할만 한데? 아빠 미소를 지으면서 탄이를 쓰다듬고, 어루어 만지고, 이뻐해주는 김태형을 보니, 가슴 한켠이 간질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나도 강아지 키우고 싶었는데, 부모님이 반대하셔서
못 키웠거든"
그 심정을 나도 잘 알기에 김태형이 무척 안쓰러웠다.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내뱉었는지 모르겠지만.
"뭐, 탄이 보고 싶을 때마다 오던지. 네가 알아서 해"
진짜? 진짜로 보고 싶을 때마다 와도 돼? 초롱초롱 빛나는 눈동자를 보니, 새삼 김태형이 평범한 얼굴이 아니였단 걸 느꼈다. 얘를 좋아하는 여자애들이 조금 이해가 가기도. 대신, 막 불쑥불쑥 오는 건 안 되고 학교 끝나고 나랑 와.
고마워, 여주야. 하면서 탄이를 내려놓은 김태형은 나를 와락 안았다. 갑작스러운 포옹에 내 심장은 미친듯이 요동쳤고 그제서야 난 깨달았다. 아, 내가 지금 김태형에게 설레고 있구나. 이렇다가 정말로 좋아할 수도 있겠구나.
겨우 내 품에서 김태형을 때어놓은 뒤, 망설이지 않고 물었다. 너 정말로 나 좋아하는 거 진심이냐고. 나 민여주. 고민이란 걸 하지 않는다. 고민할게 뭐 있어? 고민보다 고지.
"진심이면. 너도 나 좋아해 줄 거야?"
"어. 좋아해 줄게"
"난 진심이야. 어느샌가 네가 좋아졌어"
벌컥-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원수 같은 오빠가 나왔다. 뭐야, 오빠 집에 있었어?!!! 이런 망할.

"집에서는 연애질 금지다"
한마디를 남기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아, 개쪽팔려. 하필이면 오빠가 집에 있는 건 뭐냐고?!
방금 저 사람 누구냐고 물어보는 김태형에 원수 같은 엄마 아들이라고 대답해주었다. 내 대답 뒤로 들은 말은 더 가관이었지만.

"아, 내 형님 되실 분이시구나?"
그 뒤로 어떻게 됬냐고? 나한테 등짝 한 몇대 맞고, 입 꾹 다물었다지.
탄아~ 탄이라고 부르는 소리에 내 품에 안기는 탄이랑 집에서 부르는 별명이라서 습관적으로 돌아보는 김태형.
"난 너한테 돈세이탄 할 테니까, 앞으로 탄이라고
부르면 너 아니다"
돈세이탄? 네가 탄이라고 부르지 말라며. 이제 네가 불러도 상관없는데? 그래도 안 부를 거야. 왜~ 한번만 불러줘, 탄아~하고. 싫어. 난 우리 탄이만 탄이라고 부를 거거든? 나도 탄이라고 불러줘. 싫다구. 넌 그냥 김태형이라고 부를 거야. 정 없게 김태형이 뭐야. 그냥 탄이라고 불러달라니까? 너한테만 내가 특별히 허락해줄게. 내가 말했다. 돈세이탄 한다고.
돈세이탄 (Don't say Tan)_F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