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핀도르의 비밀

[깜짝 단편] 목의 자국을 키스마크라고 오해한 선배 썰


평소와 다름없는 지독하게 평범하디 평범한 날이었다. 그 일이 터지기 전에는...


나는 과탑은 아니지만, 과탑이 되기 위해서 내 온몸을 바쳐 공부하는 그런 대학생이었다.

그러니, 대학 가면 남친 생긴다는 남친은 커녕 모솔 인생을 쭈욱 이어가는 중이었지.


그렇다고 내가 짝사랑하는 사람이 없던 건 아니었는데,

우리 과에서 무서워 보이지만, 친해지면 말랑말랑한 성격을 가졌다고 하는 윤기 선배를 짝사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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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이 없는 사람들과는 처음부터 엮이지 않는다고 사람 볼 줄 아는 선배였다.

내가 그런 선배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그 선배의 특유 웃음인 입동굴 웃음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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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칼진 고양이 같은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 막상 웃으면 입동굴이 활짝 개방되는 그런 선배에 반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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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 선배는 인기가 많은 사람이었다. 그 선배가 어디있든 주변에는 여자들로 가득했고 우리 과가 아닌 다른 과에서까지 선배를 보러왔었다.




..........




그런 선배를 짝사랑하고 있었던 어느 날, 유치원생인 동생이랑 놀아주다가 내가 악당 역활을 했었는데, 내 악당 연기가 꽤 많이 리얼했는지
"악당아 물렀거라!!"
 하면서 내 목을 '앙' 하고 물어버린 것이다.


나는 너무 아팠지만, 그래도 동생이 좋아하니, 아픔을 꾹 참고 동생에게 목을 내주었더니, 물고 빨고 해서 키스마크 같은 자국이 목에 생겨버렸다.

그래서 나는 다음날 그 자국을 숨기려고 밴드를 붙이고 학교에 갔었다.




"너 모기 물렸어?"

"아, 이거 동생이 물어가지고"

"밴드 잘 붙여놓았네. 다른 사람이 보면 키스마크라고 오해하겠다"

"그니까, 오해하면 나만 이상한 상황에 처할 수 있으니까 붙였지"




내 친구 하진이까지 이렇게 말하는 거 보면 다른 사람은 100프로 오해하겠다고 생각했지.



.........



하루종일 강의에 세미나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던 나는 녹초가 된 상태로 강의실에서 나오고 있었는데,

퍼억- 하는 소리가 나면서 뒤로 넘어지려는 그 순간, 터업- 누군가의 손이 내 허리를 감기면서 나는 구사일생 할 수 있었다.




"괜찮냐?"

"으아아아악...!! ㅅ,선배...?!"




고개를 들어보니, 내 허리를 받쳐준 사람은 다름 아닌 윤기 선배였고, 깜짝 놀란 나는 식겁을 하면서 선배에게서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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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너는 사람이 구해줬더니만, 식겁을 하고 그래"
"누가 보면 내가 너 잡아먹는 줄 알겠다"

"ㅇ,아아아... 죄송해요. 깜짝 놀라서..."







윤기 선배를 과 모임에서 학교에서도 자주 봤었지만, 이렇게 쪽팔린 상황에 만난 건 처음이었다.

날 잠시 보던 선배는 가방 안에서 스카프를 꺼내더니, 내 목에 둘러주었다.

내가 당황스러운 얼굴로 선배를 빤히 쳐다보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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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목에 그..거 다 보인다"





목에 그거...?






손으로 더듬더듬 밴드가 있는지 확인해보니,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잘 붙여져 있었던 밴드가 떨어져 있는 것이다.






왜 하필 지금 떨어진 거야ㅠㅠ






"아...? 이거..."

"어떤 머리에 든 게 없는 놈이 이렇게 잘 보이는 곳에다가 해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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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설마 선배 이거 키스마크라고 오해하신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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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남친한테 말해라. 미쳤냐고"



20살 모솔 인생 하여주 자신도 모르던 남친 생기다?



"아,아니 잠깐만요. 선배"





덥석- 나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선배의 손목을 잡아버렸다.




"왜"

"지금 이 자국 그거라고 생각하신 거 맞죠?"







다른 사람은 몰라도 선배가 이런 오해를 하게 둘 순 없어. 절대 안 돼.







"그럼 그게 아니면 뭔데"

"그 제 동생이 어리거든요? 악당 놀이하면서 놀아주고 있었는데, 제 악당 역활이 리얼했는지, 악당아 물렀거라 하면서 제 목을 물었거든요. 물고 빨고 했더니, 이런 자국이 나서..."

"그리고 저 남친 없어요. 모솔인데..."

"아... 그래?" ((머쓱
"너 남친 없었구나"
"그럼 좋아하는 사람은 있냐?"






그건 왜 물어보시는 거지...? 갑자기 물으시니까, 당황스러운데...






"어... 음..."

"있구나. 좋아하는 사람"






그 사람이 선배예요! 라고 제가 어떻게 말해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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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아직 나한테 기회가 있는 건가"






"네?"

"아무것도 아니야. 그 스카프 잘하고 다녀. 다른 사람이 보면 
나처럼 오해한다"







그렇게 선배는 자신의 스카프를 나에게 남기고 가버렸다.







선배가 오해는 했지만, 오해도 풀었고.

다시 선배를 볼 수 있는 이유(스카프)도 생겼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