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게 엿들으려고 한 게 아니고···.
━ 전화는 왜 안 받고.
━···죄송합니다.
━ 박 중사 무슨 일 있어?
━ 아닙니다.
━ 전 소위 혹시 먼저 나가 있을래요?박 중사랑 얘기 좀 하고 바로 나가겠습니다.
━ 알겠습니다. 빨리 오십쇼.
.
━ 이제 말해봐. 왜, 무슨 일인데.
━ 아까는 중위님 편이 되어드리지 못하고 말도 못해서 죄송합니다.
━ 뭐야. 그것 때문에 그런 거야?나 괜찮아.
━ 사과도 할 겸··· 실례지만 여쭈어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 뭔데.

━ 전 소위님과 사귀시는 겁니까···?
박 중사가 아까 엿들으려고 어쩌고저쩌고하더니 진짜 중요한 것을 들었나 보다. 정말 들은 거 같은데 변명할 여지가 없었다.
━ 어··· 아마도?
━ 맞다, 아니다도 아니고 아마도가 뭡니까···.
━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아닙니다. 부대 간다고 작게 들었습니다. 빨리 가는 게 좋겠습니다.
━ 어?응···.가자.
뭔가 대화했는데 깔끔하지 않은 느낌이었다. 무슨 큰일이 있는 줄 알았는데 별거 아니었나 보다. 먼저 앞서가는 박 중사를 따라 본부를 나오니 민 대위님과 전 소위가 기다리고 있었다.
━ 다들 고생 많았다. 김태형 하사는 안타깝게 됐지만, 나머지 팀원들 무사히 건강하게 작전 끝내줘서 고맙다. 다음에 윙즈 팀 회식 한 번 하자고.
“좋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무사히 작전을 마치고 우리 부대로 돌아왔다. 김 하사는 부검 절차를 밟을 거 같고 아직도 김 하사 생각만 하면 눈물이 벅차올라서 일부러 생각을 안 하려고 하는 내가 너무 미웠다. 팀에 한 명만 빠진 건데 왜 이렇게 휑하고 분위기가 썰렁한지 모르겠다. 작전을 마무리한 건 좋은데 아무래도 좋은 분위기는 덜 했다.

🎵📱🎵📱
사령관인 아빠의 전화였다. 무사히 작전 끝내고 돌아온 소식을 들으신 건지 부대에 도착한 지 얼마 안 돼서 전화가 바로 왔다.
📞 단결.
📞 딸, 수고 많았다.
📞 혹시 지금은 아빠로서의 전화입니까?
📞 그래. 힘들지는 않았고?
📞 아빠, 완전 죽는 줄···.나갔던 작전 중에 제일 힘들었던 거 같아.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니까···.
📞 수고 많았네. 우리 딸 그럼 이제 별3개 다는 거야?
📞 솔직히 내가 대위를 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어. 민 대위님만큼은 해야 뭐가 되겠는데 나에게 대위가 맞는 건지···.
📞 아빠 딸인데 안 될 게 뭐 있어.
📞 윤 중장님, 왜 그러실까···.아빠는 나 믿어?
📞 그럼~ 믿지.
📞 그··· 할 말이 있는데 지금 가도 돼?
📞 전화로 못 할 말이야?
📞 얼굴 보고 얘기하고 싶어서.
📞 그래, 그럼 오면 되지.
📞 알겠어요, 금방 갈게.
전 소위와 연애하는 것에 대해 아빠의 의견이 너무나 듣고 싶고 살짝 떠보는 식으로 해볼까 생각도 했지만, 어차피 밝히게 될 거 빨리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 사령부로 직접 가서 아빠의 얼굴을 보고 얘기하고 싶어 내가 직접 호랑이 소굴에 들어갔다.
‘똑똑'
“들어와"
━ 어, 딸 왔어?
━ 응···.
━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 어···, 아빠는 내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 갑자기?뭘 당연한 걸 물어. 아빠는 네가 이 일을 하면서 힘들긴 하지만, 이 속에서도 행복을 찾아봤으면 좋겠어.
━ 내가 행복하다면 무엇이든 다 들어줄 거야?
━ 뭔 얘기가 하고 싶은 거야, 딸.
막상 오니 처음부터 대놓고 말하는 건 아닌 거 같아 떠보기로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빨리 실패를 해버렸고, 이걸 전 소위와 상의 없이 내가 먼저 말하는 게 맞나 고민이 정말 많이 됐다. 내 성격이 분위기 타면 그냥 말해버리는 성격이라 고민도 잠깐 입이 먼저 움직였다.
━ 아빠, 내가 연애해서 행복하다면 허락해 줄 거야?
━ 응?연애하니?
━ 아니, 먼저 대답해 주면 안 돼?아빠 대답이 듣고 싶어.
━ 그 얘기는 초반에 다 끝낸 거 같은데.
━ 그럼 마음 변화는 없는 거야?
━···누군데.
━ 전정국 소위.
그놈의 입방정. 입을 지퍼로 잠가야 한다. 무심코 아빠의 말에 꼬박꼬박 다 대답을 해버렸다. 전 소위 이름까지 말이다. 이제 어떡하나 싶었지만, 이미 내뱉은 거 내가 말한 건 다 감수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도중 아빠께서 말을 꺼냈다.
━ 이번에 발령 온 그 전정국 소위 말하는 거니?
━ 네···.
아빠의 말 톤이 이미 거절인 거 같아서 주눅 들어 힘없이 대답했다. 좀 전에 자신감은 어디에 두고 갑자기 주눅 드는 나도 참 웃기다. 지금부터는 차라리 희망을 버리자는 마인드로 대화를 이어갔다.
━ 아빠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거 같은데.
━ 응··· 응?뭐라고?
━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 거절이 아니지?그렇지?
━ 그래서 연애는 지금 하고 있는 거야?언제부터.
━ 오늘 전 소위가 먼저 고백했어. 아빠, 나 행복해. 전 소위 오고 나서부터 군 생활이 즐거워졌어.
━ 이제 대위도 달겠다, 아빠가 진짜 크게 봐주는 거야.
━ 고마워, 아빠. 생각 다 한 거지?정리된 거지?우리 허락하는 거지?
━ 한 가지씩 물어봐ㅋㅋㅋ 뭐가 제일 궁금한 건데?
━ 우리 허락하는 거지?
━ 락허.
━ 응···? 아, 허락?아빠 개그 진짜···.아빠 고마워 진짜. 사랑해.
━ 딸 사랑해라는 말을 복무하면서 오늘 처음 들은 거 같다?
━ 사랑해요, 아빠. 나 전 소위 보러 갈래.
━ 가, 얼른. 아빠도 일해야 해.
━ 알겠어. 사랑해~
사실 꿈인가 생시인가 구분이 잘 안 간다. 볼을 세게 잡아당겼는데 너무 아팠다. 아픈데 너무 행복했다. 기쁜 마음으로 전 소위 사무실로 얼른 달려갔다. 입이 귀에 걸린 채 말이다. 아빠가 이렇게 바로 허락해 줄 거라는 건 상상을 못 해서 더욱 행복했던 거 같다. 전 소위 사무실로 뛰어가던 중 때마침 전 소위가 나오는 것을 보았다. 얼굴을 보니 더 반갑고 들떠서 더뛰었다.
━ 전 소위!아···!!
━ 윤 중위님!!
뛰던 중 바보같이 내 발끼리 꼬이는 바람에 넘어지고 말았다. 전 소위도 놀라 넘어진 나를 향해 달려와 걱정을 엄청 했다. 마치 부모가 아이를 걱정하는 것처럼 말이다.
━ 중위님, 괜찮습니까?다친 데는 없어요?
━ 아빠가 우리 허락했습니다.

━ 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