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직 얘기 안 했나 보구나. 진급 축하한다, 가 봐라.
━ 전 소위··· 아니, 전 중위가 왜 말입니까?
━ 아니다, 곧 알게 될 거다. 어서 나가봐라.
━ 아빠!
━ 나가보라고 했다.
━···단결.
난 갑자기 아빠가 전 중위 얘기를 꺼내고 뭔 일인가 생각을 곰곰이 해봤다. 그런데 도저히 감을 잡지 못하겠기에 빠르게 경례하고는 전 중위에게 달려갔다. 오늘도 그를 만나려고 달렸지만, 어제는 설렘의 달림이었다면 오늘은 불안하고 걱정되며 궁금증이 가득한 달림이었다.
━ 전정국 중위!
━ 달리지 말라고 했건만, 또 달려오셨습니까.
━ 나한테 뭐 숨기는 거 있습니까?
━ 갑자기 무슨 말입니까?
━ 아빠 말씀으로는 전 중위가 나에게 아직 얘기를 안 했다고 하시는데 뭡니까. 내가 들으면 안 되는 겁니까?왜 나만 모르는 겁니까?

━ 아··· 나중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진짜 답답해서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숨기는 것이 썩 좋은 일 같지는 않은데 내가 뭘 알지도 못하고 그러니 도와줄 수도 없고 계속 숨기는 전 중위가 너무 답답했다.
━ 안 좋은 겁니까, 좋은 겁니까?그것만 알려주십쇼.
━ 나중에··· 나중에 다 말씀드리겠습니다.
━ 어디 갑니까. 전 중위. 귀관은 상급자에게 경례도 안 하나!
자리를 계속 피하려고만 한다. 전 중위가 나중에 말해준다는 말만 반복하며 사무실로 발을 틀자 나는 버럭 경례도 안 하냐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전 중위는 내 눈을 마주치지도 못하고 ‘단결.'이라 말하고는 사무실로 들어갔다. 도대체 뭔지 너무나 걱정이 앞서고 궁금증은 더욱 커지기만 했다. 그를 뒤로하고 나는 곧장 박 상사에게 갔다.
━ 박 상사. 박 상사!!
━ 아 저 말입니까?아직 상사라는 게 입에 잘 안 붙어서···.
━ 전 중위에 대해 아는 거 없어?왜 그래?무슨 일 있어?
━ 전정국 중위님이요?
━ 그래. 무슨 일인데 나한테 계속 숨기는 건지. 나 진짜 답답하고 걱정되고 진짜 미칠 거 같아. 아빠랑 전 중위만 아는 뭔가가 있는데···.
━ 사령관님께서도 말입니까? 그럼 혹시···.
━ 왜?아는 거라도 있어?뭔데!
━ 아··· 모릅니다. 저도 모르겠습니다···.
━ 너마저도 나한테 숨기는 거야?

━ 저는 확실히 모르니까 확답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전 중위님께서도 때가 되면 말씀해 주시겠죠.
━ 내가 너무 급한 건가···.그런데 궁금한 걸 어떡해. 걱정되는 걸 어떡하냐고.
━ 기다려 보십쇼. 너무 걱정 말고.
박 상사와의 대화에서도 해결책은 찾지 못했다. 그냥 전 중위가 말해줄 때까지 기다려 보기로 했다.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 말해준다고 했으니까 기다리면 해결이 될 듯했다. 그 기다리는 시간이 매우 힘들겠지만.

[ 전 중위 파병 가기 하루 전 ]
‘똑똑'
“윤여주입니다. 들어가도 됩니까?”
“아···!안···”
━ 뭐 하는데··· 말이 없습···.
━ 들어오라고 안 했습니다···.
내가 전 중위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본 풍경은 사무실이 휑했고, 전 중위는 짐을 챙기다가 깜짝 놀라 토끼 눈을 하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뭐 하는 건가, 짐은 갑자기 왜 챙기는 건가 싶었다. 오히려 내가 더 당황했다.
━ 뭐··· 하는 겁니까?짐은 왜 챙기고 왜 이렇게 사무실이 휑한 겁니까?
━ 하··· 이따가 말하려고 했는데 지금 말하는 게 좋겠습니다.
━ 그때 그거입니까···?
전 중위는 고개를 끄덕였다.
━ 진짜 이래 놓고 별거 아니면 진짜 죽습니다.

━ 나··· 파병 갑니다.
━ 뭐···? 장난치지 마. 에이- 진짜로 장난치지 마.
━ 미안해···.
━ 왜 미안해. 아니잖아. 그렇지?거짓말이잖아.
세상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갑자기 파병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냥 믿고 싶지 않았다. 아빠가 분명 우리 기분.좋게 허락하셨는데 갑자기 파병을 보낸다고?말도 안 되는 소리인 게 분명했다.
━ 아빠가 말한 게 이거야?아빠가 보내는 거야?그래?
━ 응···.나도 잘 모르겠어. 갑자기 아프가니스탄으로 파병을 가라고 하시는데. 거절하면 안 될 거 같아서 알겠다고는 했는데···.미안해, 여주야.
━ 내가 아빠한테 가서 말할게.
━ 아니야!아니야. 안 말하는 게 좋을 거 같아. 내가 그냥 조용히 얼른 다녀올게.
━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거기 위험한 곳이야, 오빠. 죽을 수도 있다고. 알잖아! 그런데 내가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야?
━ 여주야···.
━ 오빠가 정 가야 한다면 나도 갈 거야. 나도 오빠 따라서 갈 거야. 오빠 혼자는 못 보내.
━ 윤여주, 진정해.
━ 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
오빠가··· 전 중위가 나에게 입을 맞췄다. 내 정신은 반쯤 나가 있고 오빠 때문에 정신이 더 해롱해롱해졌다. 오빠는 눈물을 또르륵 흘리고 있었고 그걸 본 나도 눈물을 참을 수는 없었다. 진짜 슬펐다. 이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기 시작했는데 오빠와 이렇게 멀어질 수는 없었다.
━ 여주야. 나 꼭 돌아올게. 여기서 나 잘 기다리고 있어야 해. 나 없다고 다른 남자랑 막 친하게 지내지 말고. 이거 그냥 입맞춤 아니야. 너 내가 찜해두는 거야.
━ 오빠··· 그렇게 말하지 마. 나 진짜 오빠랑 같이 갈래.
━ 네가 말했듯이 거기 위험한 곳이야. 내가 해결하고 올게. 여주 이제 대위잖아. 높은 자리고 신중해져야 하는 자리야.
━ 오빠는 안 속상해···?
━ 당연히 속상한 걸 물어. 나도 가기 싫어. 여주랑 매일매일 부대에서 같이 놀고 작전 뛰고 하고 싶어.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그렇지 않잖아. 사령관님께서 나만 보내시는 것도 이유가 다 있으실 거고.
━ 언제 가는 거야···?
━ 내일···.
━ 오늘이 마지막이잖아···.나랑 오늘 계속 붙어있어 그럼···.
━ 그래, 종일 붙어있자.
━ 진짜 살아서 돌아와야 해. 약속해, 죽지 않겠다고.

━ 약속. 살아서 여주 앞에 꼭 멀쩡히 돌아올게.
━ 다치지도 마. 알겠어?!
오빠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주었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해가 빨리 지고 어둠이 일찍 찾아오는지 모르겠다. 우리의 밤은 너무 짧고도 짧았다.

“••• 중앙 부대 파병을 명 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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