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ㅇㅇ씨! 오늘도 오셨네요.”
“네ㅎ. 아아 한 잔요.”
내 얼굴을 기억한 건 오래 전 일이고 통성명까지 했다. 사실 이 카페에 방문한지 3일은 족히 넘었지만 이제 통성명을 했다는 게.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나왔습니다.”
“수빈씨, 혹시 오늘 시간 있어요?”
“음, 알바 끝나고 딱히 약속은 없어요.”
“수빈씨 알바 끝나면 만날래요? 제가 밥 살게요.”
“네? 어….”
아, 너무 앞서나갔나. 누가봐도 당황스러워 보이는 얼굴로 어떻게 거절하지 고민하는 거 다 보임. 하지만 매일 쏟은 아메리카노 값만 해도 밥 값은 나올텐데. 진도도 너무 느려. 선약을 잡으면 넘어온다는 말을 너무 맹신했다.
“오늘 이만 가볼게요ㅎ. 연락처는 받을 수 있을까요?”

“아녜요! 오늘 만나요. 연락처도 받고요.”
이게 되네. 가려는 날 다급하게 붙잡고 막 손사래를 치더니 전화번호를 부른다. 이미 다 알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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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빈아, 나… 네가 전화번호 주는 거 처음 봐.”
“엑? 다… 봤어요?”
“응. 얼굴이 아주 토마토마냥.”
“…. 좋아하는 건 아니고!”
“응응 그래. 어련하시겠니. 그래도 연애 하느라 알바 빼고 그러면 혼난다.”
“누가 그래요 연애 한다고. 저 누나 왜 저래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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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빈씨, 여기!”
알바 끝나는 시간에 맞춰 음식점에서 기다리고 있기로 했다. 이번에 전달 받은 일에 유일한 장점이 회사 카드로 먹고 싶었던 밥 먹기랄까.
“여기 술이 진짜 맛있거든요. 서로 한 잔씩만 할까요?”
“그럼…. 딱 한 잔만.”
술 약한 거 미리 다 알고 술집으로 왔다. 나쁜 짓 하는 것 같아서 마음에 좀 걸리네.
“수빈씨, 괜찮아요?”

“네? 괜찮냐고 물어봤어요?”
“네. 많이 안 좋은 거 같은데. 집 어디에요?”

“집…. 혹시 방금 집 어디냐고 물어본 거 맞아요?”
‘하 시발’ 도수가 높긴 해도 이렇게 빨리 취하면 어쩌자는 거야. 게다가 메아리야 뭐야, 한 잔 마시고 신나서 막 마시더니. 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술을 먹였겠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