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유는 모르겠지만 화가난다.
" 넌 왜 맨날 와? 정말 안지쳐? "

" 하나도 안지쳐요! "
" 난 진쳐.. "
" 내가 그렇게까지 말했는데,.. 너 혹시 자존심 없어?? "
" 넴? "
벌써 한달이 지났다. 그 한달 내내 김민규는 빠짐없이 날 보러 3학년 층에 올라왔다. 분명 한달 전에 (내 기준에서) 심한말을 한것 같았는데 김민규는 그닥 신경쓰지 않는 눈치였다.
전원우도 매일 찾아오는 김민규가 익숙해진건지 그냥 그러려니 한 표정이었다.
***
" 김민규. 주재수 선배님이 너 부르는데? "
" 누구신데? "
" 주재수 선배님 몰라??? 엄청 무서운 선배님이셔. "
" 찍히면 죽을걸. "
" 너 무슨 잘못했어? "
" 딱히 없는것 같은데,... "
" 무슨일이시지. "
처음듣는 선배의 이름이었다. 무언가 쎄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냥 친구가 나가보라는 장소에 나가보았다. 뒷뜰.
뒷뜰로 나가보니 다섯명이 모여있는 무리가 있었다. 한번도 보지 않았지만 그 중 가운데에 앉아있는 사람이 주재수선배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가까이 다가가니 남자선배가 날 보며 손가락으로 까딱 거렸다. 오라는 뜻인것 같았다. 가까이 다가가니 담배냄새가 진동을 했다. 인상을 찌푸리니 가운데에있던 선배가 날 향해 작은 돌맹이를 발로 차버렸다. 그 돌맹이는 내 왼쪽 볼을 스쳐시나갔다.
깜짝 놀라서 볼에 손을 대니 피가 흘렀다. 그 선배는 아무렇지도 않은지 내 가까이로 다가왔다.
' 나 알지? 나 엄청 유명한데. '
" 아뇨,.. 잘... "
잘 모르겠다 하자 그 선배의 인상은 한껏 찌푸려졌다. 무서웠다. 뒤로 한발짝 물러서니 나를 따라 앞으로 한발짝 다가왔다. 그러고선 내 신발을 발로 세게 밟으며 말했다.
' 뒤지기 싫으면 박윤슬 옆에서 떨어져. '
" 그게 무슨, "
' 우리 따까리 되기 싫으면 그냥 짜져있으라고. '
' 소문나있더라? 너가 슬이 좋아한다고. '
' 그 소문 듣고 내가 얼마나 빡쳤는지 알아? '
" ... "
' 어쭈, 말을 안하시겠다? '
' 얘들아, 가져와. '
그 선배 입에서 윤슬선배의 이름이 나와서 순간 돌뻔했다. 다행히 자제를 하였다. 째려보는 눈빛으로 내려다보니 그 선배는 뭔가 내게 쫀 느낌이였다. 말로는 안 통할것 같았는지 뒤에 다른 선배들에거 무엇을 가져오라고 시켰다.
그것은 불이 붙여져있는 담배였다. 설마 그걸로 내 몸이 지지려는걸까 해서 그냥 빤히 바라봤다. 설마 진짜 내 몸에 갔다 대겠어 라고 생각할때 주재수선배가 내 오른쪽 팔깃을 걷어 올려 담배꽁초를 내 몸에 대었다.
순간 뜨거워서 나도 모르게 주재수선배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려버렸다. 담배빵을 맞은곳을 보니 상처가 남을 듯 싶었다.
내게 맞은 주재수선배는 손으로 내 머리를 때리셨다. 선배라 어떻게 하지도 못하겠어서 그냥 가만히 맞고있었다.
' 한번만 더 슬이옆에 붙어있는거 보이면. '
" ... "
' 그때 담배빵을 맞는 사람은 너가 아니라 박윤슬이다. '
그 말을 들으니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올라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주재수선배는 정말 한다면 할 것 같아서 윤슬선배가 위험해지지 않기 위해 다가가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
" 야, 오늘은 니 빠돌이 안올라오냐. "
" 어제도 안보이더만. "
" 그러게. 무슨일이지. "

" 올~ 걱정하는거?? "
" 아니니까 닥쳐. "
" 아잉, 누나. "
" 시발. "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전원우의 애교에 이번엔 정말 토가 나올 뻔 했다. 다행히 참았지만. 전원우 요즘 외로운가.
전원우 말대로 어제, 오늘 김민규가 보이지 않았다. 지난 할달 내내 계속 찾아와놓고선 갑자기 찾아오지 않는 김민규가 이해가 안됐다. 내 관심을 끌기 위해서인가 정말 김민규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
전원우와의 가위바위에 져서 전원우의 심부름을 하기 위해 매점으로 내려왔다. 전원우의 최애빵과 내 최애빵을 계산하고 매점 밖으로 나왔다. 그때 익숙한 향기가 풍겨왔다.
김민규의 냄새였다.
본능적으로 그 팔을 잡은 난 깜짝 놀랐다. 김민규를 쳐다보니 김민규 역시도 놀란 듯 보였다. 계속 날 피하는 김민규에 이때다 싶어 김민규를 끌고 옥상으로 올라왔다.
***
막상 끌고오니 할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이 공기가 어색해서 손에 들고있던 전원우의 빵을 주었다. 김민규는 감사하다며 봉지를 뜯고 그 빵을 한입 먹었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오는것이 있었다. 왼쪽 볼에 붙여져있는 밴드. 이게 뭔가 싶어 떼어버렸다. 김민규는 아픈지 표정을 찌푸렸다. 밴드를 떼어보니 상처가 있었다. 분명 이틀 전에는 없던것 같은데. 김민규의 얼굴을 잡고 그 상처를 바라봤다.
김민규가 갑자기 내 팔을 잡아 내렸다. 오래 잡고 있었나보다. 김민규의 표정을 살펴보니 두 볼이 빨개져있었다. 두 귀도 같이.
이런 민망한 반응을 보이는 김민규가 어이가 없었다. 아직도 날 좋아하나.
" 이 상처 뭐야? "
" 이틀 전까지만 해도 없었잖아. "
" 아,.. 그냥 친구들이랑 장난치다 생겼어요... "
" 그래, 장난치다 생긴거라 하자. "
" 근데 너 왜 나보러 안올라와? "
" 이제 나 안좋아해? "

" 네..? "
" 지난 한달 내내 나 보러 올라왔잖아. "
" 근데 왜 이제 안올라오냐고. "
" ... "
" 아,.. "
말을 하지 않는 김민규가 짜증이 났다. 말을 하지 않고 그저 오른손으로 머리만 글적이는 김민규였다. 그때 또다시 내 눈은 커져버렸다. 김민규 팔에 담배빵을 맞은 상처가 보여서.
김민규의 손을 낚아채 팔깃을 걷어올렸다. 깜짝놀란 김민규는 팔을 뒤로 빼려고 했지만 내가 너무 꽉 잡고있는 탓에 뒤로 빼지 못하였다. 더 자세하거 보기 위해 더 걷어올렸더니 이 상처는 담배빵이 맞았다. 갑자기 왜 이러는지 화가난다.
여러분 추석 잘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