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분이 이상하게 좋다.
김민규를 끌고온 곳은 학생들이 모여있고 전원우와 주재수가 싸우는 곳인 학교 뒷뜰이였다. 애들이 너무 많은 탓에 놓치지 않게 김민규를 꽉 잡고 그 사이를 비집고 앞으로 나아갔다.
어째서인지 선생님은 한명도 와계시지 않았다. 그리고 상황은 벌써 끝나있었다. 주재수가 너덜너덜해 진 채로 자빠져있었고 전원우는 주재수를 내려다 보다가 나를 보자 뿌듯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 야, 끝냄. 나 잘함? "
" 응. 완전 예뻐. "
칭찬을 바라는 눈빛으로 날 보는 전원우에게 잘했다고, 예쁘다고 머리를 쓰담아 준 후 주재수 앞으로 걸어갔다. 주재수는 아직 남아있는 자존심이 있는건지 내가 가까이 다가가서 쭈그려 앉자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했다.
' 너가 시킨거라며? '
" 응. 완전 너덜너덜해졌네? "
' 너덜은 개뿔. 존나 괜찮거든? '
' 그리고 왜, '
계속 나불거리는 주재수에 귀가 나빠질것 같아서 아파보이는 (주재수가 손으로 감싸고있는) 복부를 꾸욱 눌렀다. 그러자 주재수가 아프다고 내 손을 쳐냈다. 주재수의 반응에 김민규가 한대 칠 눈빛을 하고선 발끈 했지만 전원우가 막아준 덕에 주재수는 죽을고비를 넘겼다. 라고 할 수 있다.
' 내가 뭘 어쨌다고 이래. '
" 정말 몰라서 묻는거야? "
' 시발. '
" 나한테 집쩍거리던 거랑 김민규 몸에 상처낸 값이야. "
" 그러니까 넌 뭐라 할 자격 없는거 알지? "
" 나중에 쟤한테 가서 해코지하면 이걸로는 안끝나. "
' 좆같네,.. '
" 그러게 김민규를 왜 건드렸어. "
" 쟤 건들지만 않았어도 이런일은 없었을텐데. "
' 니가 뭔데, 시발. '
" 그것도 모르면서 나 좋다고 쫓아다닌거였어? "
" 근데 어쩌냐. 난 그렇게 평범한 학생은 아닌데. "
" 예를들어,.. 조직보스 딸? "
아닐수도 있고.
일부로 끝말은 삼켰다. 주재수에게는 할 필요가 있는 거짓말을 해주니 주재수의 표정이 완전 썩어갔다. 주재수의 반응에 이제야 만족이 된 나는 무릎을 탁 탁 털며 일어났다. 아직도 구경중인 학생들에 기분이 팍 나빠진 나는 욕을 하고선 빈 틈 사이로 나왔다.
***
전원우는 아직 거기에 남아서 뒷정리를 하는듯 했다. 그리고 난 끝 계단을 통해 교실로 올라가는 중이었다. 뒤에서 김민규가 날 부르는 소리가 들리자 올라가는걸 멈추고 뒤돌아 섰다.
" 선배. "
" 왜? 할말있어? "
" 잠시만 따라와요. "
***
김민규가 날 데리고 온 곳은 보건실이었다. 보건실엔 선생님이 계시지 않았다. 들어오자마자 김민규가 또 다쳤나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김민규의 몸을 여기저기 봐도 얼굴에 있는 상처와 담배빵 흔적 이외엔 또 다른 상처는 없었다. 그럼 여긴 왜 온거지?
" 저 말고 선배가 다치셨잖아요. "
김민규의 말이 끝나자 손목이 약간 따끔거렸다. 정말이다. 김민규가 아니라 나한테 상처가 있었다. 아까 주재수가 내 팔을 쳐낼때 주재수 손톱에 긁혀서 생긴 상처 같았다. 하지만 그 상처는 별로 아프지가 않아 보건실 밖으로 나가려했다. 그전에 김민규에게 잡혔지만.
김민규는 날 침대에 앉히고는 몇번 와본것 처럼 자연스럽게 높은 서랍에서 보건상자를 꺼내었다. 그리고는 그 상자에서 연고와 작은 뽀로로 밴드를 꺼냈다. 아무 무늬 없는 멀쩡한 밴드도 있었다.
김민규는 내 앞 의자에 앉아서 연고 뚜껑을 열고 면봉으로 내 상처 위에 발라주었다. 그리고는 그 뽀로로 밴드를 붙여주었다. 마음에 안들어서 뗄려고 밴드에 손을 올려놓았는데 김민규가 내 손을 잡아서 내렸다.
" 뗄거야. 손 놔. "
" 떼지마요. 뽀로로 귀엽잖아요. "
" 이게 뭐가 귀엽냐. "

" 하긴, 선배보다는 안귀엽죠. "
그 순간 내 심장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심장이 평소보다 빨라지자 어디가 아픈가했다. 하지만 이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반대로 그 기분이 묘하게 좋았다. 계속 느꼈으면 하는 그런 느낌.
***
결국 그 뽀로로 밴드를 떼지 못했다. 손목에 붙힌 채로 교실로 올라왔다. 전원우가 제 자리에서 축 늘어져있었다. 바로 옆 자리라 내 자리에 앉아서 그런 전원우를 툭 툭 건들였다.
" 전원우, 고마워. "
" ... 응. "
" 왜그래? 어디 아파? "
" 아니. 힘들어서. "
" 이따 5교시 쉬는 시간에 매점 쏠게. "

" 사랑해. "
전원우가 나를 보고 사랑한다고 말하였다. 전원우의 이마에 딱밤을 때리고는 (종이쳐서) 책을 꺼내 펼쳤다.
잠이 안와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