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끄럽다고.
" 선배, 제 여자친구가 되어줘요. "
" 시간을 줘.. "
***
찝찝한 상태로 토요일 아침을 맞이했다. 엉기적 엉기적 침대에서 일어났다. 침대에서 일어난 나는 바로 거실로 나와서 라면을 끓여먹을 준비를 했다.
잠이 잘 안올줄 알았는데 되게 잘 왔다. 어제 집 앞에서 김민규에게 고백을 받았다. 김민규에게 고백은 매일 받지만 제대로 된, 진정성있는 고백은 처음이라 많이 떨렸다.
***
" 선배, 저 어떡하죠,... "
" 어떡하긴 뭘 어떡해. 잘한거야 임마. "
나와 이야기를 나누는 선배의 이름은 최승철이다. 승철선배는 20살 즉, 성인이지만 한 학년을 꿇는 바람에 지금은 고등학교 3학년이다. 윤슬 선배를 같이 찾아준 선배도 승철선배다.
승철선배네 집에 와서 어제 윤슬선배한테 고백한 일을 얘기했더니 잘했다고 내 머리를 쓰담아주시는 선배였다. 엉망이 되어버린 내 머리를 잘 정리한 후 승철선배를 노려봤다.
" 박윤슬 걔도 너한테 아예 마음이 없는건 아니잖아. "
" 네? 무슨소리예요? "

" 그냥 그런것 같다고. "
" 잘해봐. "
승철선배의 말에 내 두 볼과 귀가 빨개지는것을 느꼈다. 뜨거워진 내 얼굴을 식히기 위해 앞에 놓여져있는 선풍기 전원을 켰다. 갑자기 윤슬선배가 보고싶어졌다.
***
월요일 아침. 오늘따라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등교를 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윤슬선배가 보고싶어서 빨리왔다. 내 교실에 가방을 걸어놓고 윤슬선배 교실로 뛰어올라갔는데 아직 안온듯 했다. 그래서 승철선배네 교실로 들어왔다.
" 윤슬이 안와서 여기온거야? "
" 네엥... 오늘 안오진 않겠죠? "
" 그렇게 궁금하면 원우란 애한테 가봐. 원우랑 윤슬이랑 친한것 같던데. "
" 아, 그럼 되겠다. 선배, 오늘하루도 파이팅!! "

" 너도. "
***
다시 윤슬선배네 교실로 와봤지만 역시나, 아직 오지 않은듯 했다. 그래서 옆에 앉아있는 원우선배한테 물어보기 위해서 교실 안으로 다가갔다.
" 윤슬이 아프대. "
내가 먼저 윤슬선배가 왜 안오냐고 묻기도 전에 원우선배가 말을 해 주었다. 내가 무엇을 물어보려고 했는지 이미 알고있었나보다. 원우선배에게 감사하다고 말한 후 복도로 나왔다.
윤슬선배가 아프단 말을 듣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였다. 자취하는것 같던데 혼자 아무것도 안먹고 있으면 어떡하지? 아플때 혼자있으면 더 서러운데. 혹시 도둑이 들면 어떡하지? 별 쓸때없는 생각도 들었다.
***
혼자있을 윤슬선배가 걱정되어서 조퇴를 하기 위해 아픈척을 하고 교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담임 선생님은 내가 왜 왔는지 궁금한 눈치이신것 같았다.
' 민규 왜? '
" 저 선생님,... 아침에 약을 먹었는데도 머리가 아파서요... 조퇴하면 안될까요? "
평소에 수업을 성실하게 잘 듣던 내게 돌아온 대답은 역시나 오케이였다. 오늘 처음으로 선생님께 거짓말이란걸 해보았다. 좀 찔리긴 했지만 윤슬선배가 아프니까. 가방을 챙기고 학교 밖으로 나왔다.
***
현관문 앞에서 초인종을 누를까, 문에 노크를 할까, 고민고민을 하다가 결국 초인종을 눌렀다. 첫번째때는 아무 대답이 없어 1분 간격을 두고 한번 더 눌렀다. 그제서야 윤슬선배네 문이 열렸다.
" 뭐야,.. "
" 선배,,..! "
문을 연 윤슬선배의 모습은 굉장히 아파보였다. 열자마자 나와 눈을 마주치기도 전에 쓰러진 윤슬선배였다. 다행히 윤슬선배가 바닥으로 쓰러지기 전에 내가 잡았다. 몸은 불덩어리 같이 뜨거웠다. 선배의 상태에 놀란 나는 어서 빨리 집 안으로 들어와 (허락은 당연히 받고,) 선배를 침대 위로 올려주었다.
" 왜, 왔어.. "
" 걱정되서 왔죠. 저 오늘 선생님한테 처음으로 거짓말 했어요. "
" 후,... "
" 물수건 가져올게요. "
***
윤슬선배 이마에 차가운 물수건을 올려놓고 밖으로 나왔다. 도저히 내 실력으로는 윤슬선배가 먹을 죽을 만들지 못할것 같아서 근처 죽집으로 죽을듯이 달렸다.
***
" 어디,갔다가 왔어.. "
" 죽 사왔어요. 다시 데웠으니까 먹어요. "
힘 없이 숟가락을 드는 윤슬선배였다. 숟가락을 든 선배의 오른쪽 팔이 바들바들 떨렸다. 그래서 내가 윤슬선배가 들고있던 숟가락을 살짝 뺏어서 죽을 푼 뒤 후후 식히고 입에 넣어주었다.
" 우리 이러니까 꼭 부부같아요. 그쵸? "
" 시끄러워.. "
그러면서 내가 주는 죽은 다 받아먹는 윤슬선배였다. 입을 뻐끔뻐끔 벌리며 아기 참새같이 받아먹는 선배가 너무 귀여웠다. 죽을 다 먹은 후 물수건을 가져다가 윤슬선배의 땀을 닫아주었다.
" 지금 학교에, 있을시간 아니야..? "

" 전 학교보단 선배가 더 중요해요. "
" 어쩌다 이렇게 된거예요? "
" 혹시 문 열고 잤어요? 아님 더워서 에어컨 틀고잤어요? 더워도 에어컨은 틀어놓면 안돼요. 그러면 100% 감기, "
쪽,
" 시끄럽다고. "
내게 뽀뽀를 하고 쓰러진 윤슬선배였다. 윤슬선배의 기습뽀뽀에 놀라 한동안 멍하니 있었던것 같았다. 심장은 멈출듯이 빠르게 뛰고, 얼굴이 터질듯 뜨거워지는 것을 느낀 나는 옆에 담아 둔 차가운 물을 내 얼굴에다 조금 뿌렸다.
어느정도 진정이 되니 잠이든 윤슬선배가 보였다.
힙합팀 한솔이 빼고 다나왔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