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티넬 공포증

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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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꾼 공포증








스르륵- 굳게 닫혀있던 눈꺼풀이 무겁게 말아 올려졌다. 하지만 너무 무거웠던 탓인지, 병실이 고요했던 탓인지. 이내 다시 잠들듯 천천히 눈동자가 감겨갔다. 이내 다시 잠들기 직전, 문이 열렸다.



드르륵- 문이 열리는 이질적인 소리에 감기려던 눈이 다시 뜨였다. 뜨인 눈 사이로 보인건, 다름아닌 얼이 빠져 버린듯한 석진이었다. 눈이 마주치고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우당탕- 머리에 과부하가 걸린 듯 눈만 깜박이던 석진이 정신차린듯 급하게 들어오다 무릎을 부딫히곤 절뚝거리며 다가왔다.





" 아, 아.. 쓰읍.. 정신이 좀 들어? "



" ..석진오빠?.. "



" 아, 혹시 무서워?.. 나갈..까?.. "





꽈악- 석진이 나가달라는 말 한 마디면 나갈듯 쭈뼜대자,  여주가 석진의 소매를 잡았다.





" 아니, 가지 마. "
" ㅇ, 어?.. "



" 가지 마. 혼자 있기 싫어. "





그런 여주의 행동에 깜짝 놀란 석진. 그럴만도 했었다. 깨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무섭다고 덜덜 떨던 아이였으니. 하지만 그렇다고 싫은게 아니었다. 오히려 좋았으면 좋았지.





" 너 안정 취해야 된데. 센터장님껜 말씀 드려 놓았으니 당분간은 쉬어. 2주 정도는 스케줄 빼놨으니까. "



" ..안 그래도 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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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쉬어. 사람 피 말리지 말고. "



" ...응. "





여주가 조용히 대답을 하곤 앞에 놓인 죽을 바라봤다. 아침부터 석진이 미역국에 밥 말아 쫄인 죽이었다. 혹시 모를 독소를 빼기 위해. 덕분에 멤버들은 맛있는 미역국을 먹었고, 애꿎은 석진만이 더운 불 앞에서 땀만 뻘뻘 흘렸다.



음... 중간에 무언가 썸씽이 있었냐고 묻는다면, 혼자 김칫국 한 사발로 들이킨 희연이 누구 줄 음식인데 그렇게 공들이냐고 물었다가 여주 줄거라는 답변을 듣곤 화만 꾹꾹 눌러담았다고 말 해주고 싶다.



한 가지 더 말해주자면, 그저 저들을 위해 끓여준 미역국일줄 알고 오늘 무슨 날이냐고 물어봤다가, 여주 아프니까 혹시 몰라서 독소 빼주는 미역국으로 끓였다는 답변을 듣곤  입술을 꽉 깨물었다는 거다.



사실 희연이 느끼는 감정은 알량한 질투따위가 아니었다. 소유욕. 소유욕 그 자체였다. 희연에게 있어서 멤버들이란 그랬다. 대피처. 자신을 아끼고 좋아해주는 그 마음을 이용해 대리인  역할을 해주는, 뭘 하든 우쭈쭈해주고 다투게 된다면 먼저 사과해주는 대피처. 20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발현 돼 헤어진 자신의 가족들 대신 사랑을 채워줄. 그저 그런 대피처일 뿐이었다.



그런 희연에게 여주는 그저 제 대피처를 앗아간 침입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너무 싫고 끔찍하지만 제 자신도 당당하게 얻은 좌석이라고 말할 수 없었기에 경찰에 신고하지도 못 하는 건물주. 그게 자신이었다. 그래. 질투심은 그나마 호감이라도 있어야 생기는 거였다. 그리고 희연 자신이 멤버들에게 느끼는 감정은 호감이 아닌 애착이었다.



저가 이제까지 불어 넣어준 가이딩이 얼만데. 멤버들은 제게 이래선 안 됐다. 여주와 더 오래봤던 석진과 원래부터 제게 별 감정을 갖지 않았던 윤기, 저를 믿지 못 했던 남준과 호석은 넘어가더라도 여주와 별 점접도, 저와 불화도 없었던 지민, 태형, 정국은 무조건 제 편이어야 했었다. 몸 속 깊은 곳에서부터 분노가 치밀었다.



김여주.. 두고 봐. 내가 가만히 두지 않을테니까. 어떻게든 저 여잘 쫒아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저 여우같은 년이 어떻게 멤버들을 뺏어갈지 모르니까.



이를 으득- 간 희연이 옆에 있던 방 문을 열고 들어갔다. 단단히 화가 나보이는 희연은, 아무래도 쉽게 넘어갈것 같진 않아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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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으아!! 배불러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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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마지막. "



" 으... 냠.. "



" 어이구, 잘 먹네. "



" 뭘 이렇게 많이 싸왔어.. "



" 아프니까 많이 먹고 쉬어야지. "



" 흐흐.. "



" 오빤 이제 가봐야겠다. "



" 벌써?.. "



" 오빠대신 다른 사람들이 들를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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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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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그렇게 쳐다 봐. "



" 가지 말라해도 갈거지.. "



" 아.. 그게... "



" ...아냐. 오빠도 바쁠텐데. 괜히 잡았네. 가 봐. "



" ..... 가볼게. "





안 갔으면 좋겠다. 솔직히 아직 인간관계가 좀 무섭다. 조금은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꿈을 꿔보니 확실히 알겠다. 그저 난 석진오빠에게 기대고 있었을 뿐, 나 혼자는 아직도 사회생활따위 하지 못한다. 이래서 다들 불평등 불평등 하는가보다. 진짜, 피해자가 져야 할 뒷감당이, 가해자의 벌과 반비례하다.



뭐, 날 이렇게 만든 가해자는 반정부에서 아직도 떵떵거리며 살고있겠지만 말이다.



드르륵- 한참 하던 내 생각을 깨고 문이 열렸다. 살짝 열린 틈새로 보인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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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 "





눈이 마주치자 눈에 띄게 당황하는 전정국이었다. 솔직히 전정국이 나보다 나이 많긴한데.. 뭐, 아무렴 어떤가. 저가 한 짓이 아직 용서받지 못 했다는건 정국, 자신이 가장 잘 알텐데.



쭈뼛쭈뼛 들어오는 정국의 반응으로 보아, 석진이 급하게 나간 이유가 유추되며 퍼즐조각이 하나하나 끼워맞춰지는 것 같았다. 아, 김석진 진짜.





" 왜 왔는데요. "



 " ...약속 지키러. "



" 뭐 할건데요. "



" 미안해. 용서 받을 수만 있다면 시키는거 다 할게. "



" ..난 용서해줄 마음이 없는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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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싫으면 모.. "





잔뜩 시무룩해져선 어쩔수 없다는듯 대답하는 정국은 용서를 안 해줄래야 안 해줄 수 없었다. 사실 여주도 먼저 찾아와 전부 털어놔준 정국에게 악감정 따윈 없었다. 들으면서 억울하지도 않았다면 거짓이겠지. 하지만 그냥 두고 넘어갈 일을 굳이 찾아와서 사과해준 그에게 고맙기도 할 따름이었다.



뭐, 등 떠밀려 억지로 온 걸 수도 있지만, 그래도 거기서라도 진심으로 사과해준게 어딘가. 정성어린 사과는, 그 사람에게 진심을 담아 전해야 정성어린 사과가 된다. 정국이 죄책감과 미안함으로 가득 찬 저의 감정을 정성과 진심으로 꾹꾹 채워 건낸 그 사과가, 여주의 가슴에 진정으로 와 닿았다.





" 정 용서받고 싶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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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 "



" 당신이 나 도와요. 트라우마 극복하는 거. 직접 책임지고. "



"!!!!... "





놀라서 올린 시선엔, 저를 향해 장난스러운 미소를 띄운 채 웃는 여주가 보였다.





응, 당연하지!! 뭐, 이젠 서로를 바라보며 웃는 둘이 맞는듯 해 보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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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 방 문이 닫히고, 들어온 방 안에는 침대에 누워있는 윤기가 곤히 잠들어 있었다. 입꼬리를 살짝 울린 그녀가 이젠 약간의 눈물을 매달고 윤기에게 다가갔다.



오감이 발달된 신체의 센티넬인 윤기는 유독 예민해선지 금새 잠에서 깨어났다. 그가 잠에서 깨어나 본 건, 상처 투성이로 저에게 다가온 희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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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꼴이 왜 그래? "



" 흐.. 오빠, 나 여주 걔 무서워.. "



" 뭐? "



" 걔 실려기 전 날 저녁에.. 날 때렸어.. "



" 김여주가? "



" 응.. "



" ..걔가 널 왜? "



" 흐.. 나도, 나도 잘.. 모르겠어.. "



" 후.. 알겠어. 나가봐. "



" ...응. "





희연이 방을 나가자, 윤기는 표정에 있던 웃는 낯을 지워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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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하네. 직장 내 폭력이라..







... 죄인은 머리를 박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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