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주와 대화가 끊긴지 3일째.
여주와 함께 사는 자취집이 아닌 부모님이 계시는 집에서 지냈다. 기다려달라는 말에 기다리다 연락이 안 와 석진은 불안해서 고민 끝에 결국 보내고 만 톡을 여전히 읽지도 않는 여주.
"무슨 바람이 불었길래 날 불러내? 나 바쁜 몸이야." 시연
"너도 니 남친 상담 나한테 하잖아."
"오 여친 상담이라도 하게? 무슨일이길래 애가 이렇게 축 처졌어?" 시연

"... 일단 짠해."
"얼씨구?ㅋㅋㅋ" 시연

"삼 일전에 데이트 장소에 안 나와서 집에 찾아갔더니 나중에 얘기하자고 해서 그냥 왔는데 그 후로 연락도 없고 연락해도 안 보고..."
"삼일 전이면 나랑 술마셨었을 때?" 시연
"어어"
"... 그럼 너랑 나랑 같이 있는 거 본 거 아니야?" 시연
"어?"
"니 여친이 갑자기 그랬을리도 없잖아. 우리보고 오해 한 거 아니면 그날 넌 집에만 있었고. 나랑 술 마실때까지 여친이랑 별 일도 없는 거 같더만." 시연
"... 그런가"
"오해한 거야. 일단 니 여친도 힘들테니까 오늘까진 시간을 줘. 내일 연락해 봐" 시연
"야 니한테 말하니까 뭐가 풀리긴 한다ㅋㅋㅋ"
"ㅋㅋㅋ 한 잔만 더 마시고 가자." 시연
"그래."
"김석진? 앞에는 전에 같이 있었던......"
"... 나랑 연락이 안 돼도 넌 웃고 있네."
괜한 의미부여를 한 거 같아 고개를 돌리고 힘들게 발걸음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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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읽네... 괜히 왔나."
씁쓸해진 석진은 벤치에 앉아 멍하니 앞을 응시했다.
그러다, 고요하던 단지에 여주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술에 잔뜩 꼴아버린 듯한 목소리가.
"내가....내가아.... 몰 잘모태쓸까......우욱...."
"너 내 옷에 토하면 뒤진다."
"끄윽.... 유나야아... 너가 생각해도오... 그러치...?"
"그래 김석진이 나쁜새끼다."
".... 내가 모가 못나서... 바람을.. 끅..."
"아오 진상짓 그만하고 발이나 떼 이년아!!"
"... 그럼.. 내 눈앞에 있능게... 김석진이 아니라고 말해줘..."

"여주야. 톡 왜 안 보는데.. 술을 얼마나 마신거야..."
"..아이쿠, 남친 분이 오셨네..? 여주 좀 부탁해요..!!!"
앞담하던게 딱 들킨 유나는 석진에게 여주를 떠넘기고 후다닥 자리를 떴다.
"짜증나 너어...."
"그러게 누가 연락 씹으래. 응?"
"... 너가 먼저!!"
"왜 내 얘기는 듣지도 않고 여주 너 혼자 끙끙 앓아?"
술 취한 애한테 얘기해서 뭐하냐. 얼른 집 가자.
그리곤 여주의 집이 아닌 자취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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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 머리 깨질 거 같다."
눈을 떠보니 머리는 숙취 때문에 미칠듯이 아파왔고, 속이 울렁거렸다. 여기가 어딘지 파악할 시간도 없이 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속을 게워내니 살 것만 같아서 화장실 바닥에 풀석 앉았다.
"...뭐야 여기,"
그동안 여주도 부모님이 사는 집에서 지내왔기에 이 익숙하고도 낮선 공간은 여주를 당황시키기에 충분했다.

"여주 속 많이 안 좋아?"
그리고 들려오는 목소리도 한 몫 했지.
"......"
"해장국 했어. 얼른 나와서 먹어"
그제서야 아까부터 났던 맛있는 냄새의 출처를 알아낼 수 있었다.
/
"입 맛에 맞아?"
"........"
도대체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하나도 기억이 안 나는 여주는 우물쭈물 대기 바빴다.

"여주 너 나랑 이시연 보고 오해한 거 맞지?"
"...어?"
"사흘 전에 나랑 이시연 같이 있는 거 보고 이러는 거 아니야?"
"......"
"걔 나랑 10년 넘게 알고 지낸 소꿉친구야. 그리고 무엇보다 걔도 남자친구 있고. 그 날은 걔 남친 상담해달래서 간거고."
"... 그럼 어제는?"
"어제도 봤어?"
"뭐 어쩌다..."
"어젠 내가 상담하려고 불렀지. 너가 연락도 안 보니까 뭔 일인지 알지도 못했는데 이시연이 말해준거야. 본인이랑 나 같이 있는 거 보고 너가 오해한 거 같다고."
"아.."
이제서야 풀리는 진실에 석진에게 미안함과 쪽팔림이 함께 몰려왔다.
"미안.. 멋대로 오해해서..."
"그래 좀 미안해 해야해. 내가 너 얼굴 안 보고 지내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 미안"
"장난이야 ㅋㅋ 얼른 마저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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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빨리 풀렸죠?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