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주 짐 다 챙겼지?"
"응응. 얼른 가자, 비행기 놓치겠어."
둘이서 보내는 첫 해외여행.
여주가 소박하게 제안한 여행이지만,
석진이 소박한 여행 따위를 보내게 하지 않겠지.
이미 둘은 교수님께 사정을 말씀드리고 부모님의 허가를 받은 상태였다.
그렇게 고른 나라는 미국 LA.
"오빠 빨리 와!!"
"지금 가 ㅋㅋ"
"아 오빠 때문에 놓칠 뻔 했잖아."
"여주 비행기 무서워하잖아. 약 사왔지."
"헐. 챙기는 거 까먹고 있었는데.."
"그럴 줄 알았다. 얼른 먹어."
석진이 직접 알약을 까서 여주에게 물과함께 건내줬다. 받아먹은 여주는 아침에 못 자서 피곤하다며 이불을 목 끝까지 올렸다.
/
쪽 쪽 쪽 쪽 쪽 -
"우음..."
얼굴 온 전체에 익숙한 감촉이 느껴져 비몽사몽 일어났다.
"뭐야.. 어디야 여기?"
"빌린 차. 얼른 호텔가자."
분명 잔건 비행기였는데 왜 호텔 바로 앞에 있는 차에서 깨어난건지 의문이였지만 잠결에 차까지 온걸 기억 못한 거겠지 생각하며 석진의 뒤를 따라 캐리어를 끌고 호텔로 들어왔다.
"약속을 잡았어요?"
(예약 하셨나요?)
"네. 김여주 님 예약했습니다."
(네. 김여주로 예약했습니다.)
"아, 확인되셨군요. 302호로 가시면 됩니다."
(아, 확인되셨습니다. 302호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영어 배웠었어?"
"응, 전에 잠깐."
"아, 여긴가본데?"
아까 카운터에 계셨던 분이 건네주신 키를 들고 302호 문을 열었다.
"오 되게 넓네?"
"그치! 예약 잘 했지."
오기전에 비행기 표도 석진이 끊었고 놀러갈 장소도 석진이 전부 정리해서 미안했던 여주가 호텔룸을 예약했다. 석진이 잘했다고 칭찬해주자 기분이 업된 여주.

"허? ㅋㅋ"
침실로 들어온 두 사람. 여주는 아무렇지 않게 짐을 풀었지만, 석진은 방 문앞에 그대로 서서 헛웃음만 쳤다.
"짐 안 풀어?"
"왜 투베드로 예약했어?"
"...아"
사실 이 부분은 여주도 많이 고민했었다. 연인이고 진도도 끝까지 다 나갔는데 침대를 두개로 잡으면 조금 그럴 것 같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두명인데 한 개는 너무 좁을 거 같아 선택했던 투베드였다. 근데 석진이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으니 머쓱해졌지.
"침대가 이렇게 넓은데 왜?"
"좁을 줄 알고.."
"좁으면 더 붙어있고 좋은거지."
"그럼 한 개만 쓰면 되잖아.."
"너 입으로 말했다? 좀 있다가 따로 자자고 하기만 해."
알았어.. 여주가 풀이 죽은 채 짐 정리를 끝냈고, 어느새 석진도 짐 정리가 끝나서 둘은 각 룸 옆에 하나씩 딸려있는 수영장으로 향했다.
"둘만 쓸 수 있으니까 좋다. 그치?"
"응, 수영복 단속도 필요 없고 좋네"

"ㅋㅋ 여주 좀 있다가 먹고 싶은 거 있어?"
"미국 음식은 잘 모르는데.."
"그럼 오빠가 골라둔 맛집으로 갈까?"
"그러자"
그렇게 옷을 갈아입고 호텔에서 나와 큰 시내 쪽으로 발을 들였다. 그러자 TV에서 본 맛집들도 몇 군데 보였고 둘은 정해둔 맛집으로 들어갔다.

"여주 먹고 싶은 거 있어?"
"저거 맛있겠다."
여주가 고른 건 한국인들에게 그나마 좀 친숙한 음식인 바비큐. 석진은 여주의 말에 고민없이 직원에게 바비큐 3인분을 달라 했다.
"여주야, 저녁으로 햄버거 먹을래?"
"햄버거?"
"응. 미국 햄버거 되게 맛있데."
"좋지~"
또 친숙한 이름인 햄버거 등장에 여주는 벌써 입가에 미소가 서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바비큐가 나왔고, 다 먹고 나오니 미국 시간으로 3시를 좀 넘은 시간이였다.

"소화 시킬겸, 구경할겸 좀 걸을까?"
"그래 ㅋㅋ"
그렇게 걷다가 앞에서 뛰어오는 남자에 어깨에 부딪힌 여주.
"헐 괜찮아요?"
(괜찮으세요?)
"네, 괜찮습니다. 고맙습니다."
(네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괜찮으시다면 전화번호를 알려주시겠어요?"
(근데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전화번호를 알 수 있을까요?)
"불편해요. 제 여자친구거든요."
(불편하네요. 제 여자친구 거든요.)
"아, 네. 미안해요."
(아, 네. 죄송합니다.)
대화 끝에 석진은 뒤도 안 돌아보고 여주 손목을 잡고 아무말 없이 좀 멀리까지 걸었다.
"왜그래애. 화났어?"
"저런 사람들 하나하나 반응 해주면 더 피곤해."
"내가 반응하기 전 부터 딱 짤랐으면서 무슨."
"아무튼. 다음부터 쏘리만 외치고 도망가."
"에효 질투 많으신 오라버니가 그러라는데 그래야지 뭐."
".. 여기 위험하다. 다시 호텔 가자."
그렇게 예정되있던 여행 코스는
전부 물거품이 되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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