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죽었다

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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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탈 씀.











삐이이— 한가로이 국어 교과서에 코를 들이박은 채 꿈나라를 헤매던 남학생들의 눈이 번뜩 뜨였다. 평화롭던 교실의 적막을 깬 건, 다름아닌 요란한 재난문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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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지진이야? 진짜 대한민국이 망하려나.”

“ㅁ,뭐야··· 지진이 아닌데?"




당연히 지진일 거라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줄 알았던 재난경보음이 다시 한 번 귀에 따갑게 울렸다. 계량 한복을 입은신 인자한 관상의 국어 선생님조차 심히 놀라신 모양이다. 미간을 잔뜩 찌푸리신 채, 급히 학급 텔레비전의 채널을 4번으로 돌리셨다.





-긴급 속보입니다. 지금 서울의 강남구를 중심으로 서울 전역에 폭동이 급속도로 전파되고 있습니다. 폭동의 정확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목숨까지 잃는 사람들ㅇ··ㅈ,지직··


심각한 표정을 띤 아나운서의 모습이 검은색 화면으로 덮였다. 그와 동시에, 학교 전등 전체가 꺼지면서 교실 안은 금세 어두워졌다. 다행히 11시밖에 안 된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블라인드만 올려도 서로의 얼굴이 훤히 보이는 수준이었다. 국어 선생님이 잠시 휴대폰을 가져온다며 반을 나가는 순간, "꺄아악-" 고막이 찢길 듯한 비명이 아래층에서 진동했다. 아래층이라면··· 3학년 여학생 교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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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나 잠깐 내려갔다 올게."

"뭐? 방금 비명 못 들었어? 아래층 가서 무슨 일을 당할 줄 알고 내려간다는 거야. 일단 그냥 기다려보자."

"김주연 아래층에 있잖아. 네 말대로 무슨 일 생겼으면 어떡할래."


김태형의 손에서 땀이 차기 시작했다. 끊임없이 들려오는 여학생들의 비명 속에 혹여나 김주연의 목소리가 섞여있진 않을까 안절부절했다. 도저히 안 되겠는지 태형은 3-1반 교실 문을 박차고 나갔다. ‘김주연김주연주연아주연··’ 주연의 이름을 적어도 서른 번쯤 되뇌였을까, 복도를 엄청난 스피드로 달려가는 무언가와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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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발, 저게 뭐야."

그 괴상한 생명체는 가던 방향을 틀어 김태형에게 달려들었다. 언제 한 놈이 더 달라붙었는지, 둘이서 온몸을 꺾어가며 뛰어왔다. 태형은 너무 놀란 나머지 온몸이 굳어 한 발자국도 떼지 못한 채 눈을 질끈 감았다.





"김태형 미친놈아, 너 뭐해 빨리 뛰어!!!!"


전정국이었다. 태형이 혼자 반을 나간 것이 아무래도 걱정이 되어 바로 따라나온 정국 덕분에 김태형은 정신을 번쩍 차릴 수 있었다. 전정국이 있는 화장실 옆 오른쪽 복도로 온 힘을 다해 달렸다. 다행히 그 괴상한 생명체와 닿기 직전, 계단과 통하는 문을 닫을 수 있었다.

태형은 방금 있었던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야 정국아… 방금 걔네 사람이야··?”

“사람 형상인 건 너도 봤ㅈ, 야 근데 너 손에…"


태형의 손에는 빨간 것이 잔뜩 묻어 있었다. “응..? 나 아무것도 안 했는데? 도망치기만 했ㅈ," 말을 하다 말고 무엇인가 생각났는지 태형은 자신의 손을 교복에 벅벅 닦았다. 정국은 더 급속도로 불안감을 드러내는 태형의 어깨를 붙잡고 왜 그러느냐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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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이거 사람 피야 정국아. 주연이 빨리 찾아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