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탈 씀.
"살아있는 다른 애들도 데리고 나가야 해."
현재 태형과 정국, 그리고 주연과 9반 여학생들이 발을 붙이고 있는 곳은 2관의 3층. 세 개의 관으로 나뉘어져 있는 학교 특성상 1관, 2관, 3관 모두가 분리되어 있었기에 다른 관 학생들의 생사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ㅌ..태형아 빨리 집에 가자. 응? 나 데려다 줄 거지?"
주연은 떨리는 목소리를 간신히 내뱉으며 태형의 어깨를 덥석 쥐였다. 아까 도망치면서 어깨를 복도 귀퉁이에 박았던 건지, 주연이 쥔 태형의 어깨에는 통증이 몰려왔다. "ㅈ,주연아 진정하고··· 일단 다른 생존자들도 찾아야 할 것 같아…" 태형과 정국은 눈빛을 교환하며 동일한 생각을 서로에게 전달했다.
"주연아, 우린 지금 3관에 다녀올 거야. 우리가 다시 올 때까지 조금만 더 기다려. 다른 친구들 데리고 올게."
정국이 차분하게 주연을 달래며 말을 전했지만 주연은 태형의 어깨를 더욱 세게 쥐며 제 주변에서 한시라도 떨어져있지 말아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괴생명체들에게서 자신이 안전할 수 있게, 죽임을 당하지 않도록 옆에 계속 붙어있어 달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정국의 생각은 올곧았다. 다수의 인원들이 학교를 떠나는 것이 많은 생존자를 만들어내는 데에 효율적이었고, 이를 위해서는 지금 당장 학생들을 찾으러 가는 게 맞았다.

“김주연, 애같은 소리 좀 그만해. 다시 데리러 올 테니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정국은 태형의 어깨에 놓인 주연의 손을 내려친 뒤, 단호하게 9반을 빠져나왔다. 태형은 착잡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며 발을 쉽게 내딛지 못했다. “정국아··· 주연이도 무서워서 그런 거잖아. 애한테 너무 그렇게 말하지 마.” 태형의 머릿속에서는 반을 나가기 직전 마주쳤던 주연의 원망 섞인 눈망울이 떠나가질 않았다.
본성이 냉정하고 덤덤한 정국은 지나치게 감정적인 성격을 지닌 태형을 이해할 수 없었다. “김주연 걔 방금 되게 이기적이었어. 그만 생각하고 3관이나 빨리 가자.” 정국은 발걸음의 속도를 더욱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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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관에 도착한 태형과 정국의 상판이 극도로 찌그러졌다. 단 한 명의 학생도, 선생도 없었으니까. 만일 괴생명체들의 습격을 당한 것이라면, 3관을 사용하는 1학년 학생들의 시체가 건물 전체를 덮었겠지만 놀랍게도 시체 하나는 커녕 머리카락 한 올조차 보이지 않았다.
“뭐지, 이미 다 학교에서 탈출한 걸까?”
“그렇지 않고서야 아무도 없을 리가 없지. 1관으로 가자. 우리반 애들이랑 2학년 애들 확인해봐야지.”
정국과 태형은 3관에서 나와 1관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 이상한 소리가 들렸던 것 같지만 지체할 시간이 없었기에 발걸음을 멈출 수 없었다. “2층이 2학년 교실이지?” 정국이 2층 계단을 올라 문을 열었을 때, 무너지듯 까무러치고 말았다. 복도의 바닥과 벽은 피로 물들여진 발자국과 손자국으로 가득했고, 온갖 곳에 널부러진 너덜너덜한 시체들이 레드카펫을 이루고 있었다.
3층에 있던 3학년 6반 학생들이 단체로 피를 뒤집어 쓴 채로 발견되었다면, 2층에 있던 2학년 학생들은 그야말로 초토화 상태였다. 정국은 이러한 끔찍한 광경에 구역질이 몰려왔다. 역겨운 피 냄새와 반쯤 잘려버린 목들이 정국을 압도했다.

정국이 2층에 발이 묶여있는 사이, 태형은 4층으로 올라갔다. 4층은 바로 정국과 태형의 반을 포함한 3학년 남학생들의 층이었다. 4층 문을 열었을 때에는 정처없이 흔들리는 태형의 눈동자에 그가 생각했던 최악의 장면들이 담겼있었다.
피로 물든 친구들의 얼굴, 팔다리가 나뒹구는 축축한 복도, 도망치기 위해 서로를 밟고 짓누른 흔적들까지. 태형은 정국 다음으로 친했던 같은반 친구인 진수를 마주하고는 겨우 참고있던 눈물을 떨어뜨렸다. 목의 절반이 떨어져 나간 진수의 몰골은 서늘할 정도로 끔찍했으며, 차마 다 감기지 못한 눈에는 여전히 두려움이 가득 차 있었다.
결코 태형의 반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4층에 있던 3학년 남학생들 반 전부가 동일했다. 하루동안, 아니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본 수백의 시체에 태형은 정신을 놓을 수 밖에 없었다. 눈알의 초점은 떠난지 오래, 제대로 된 사고조차 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꺄아악-“
아래층에서 들린 비명 소리만 없었더라면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