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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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탈 씀.








아래층에서 들린 비명 소리가 어찌나 컸는지 4층에 있던 태형의 귀가 따가울 정도였다. 흐릿했던 동공이 또렷해진 순간, 태형은 소리가 들린 2층으로 향했다.



“정국아 방금 그 소리···.”

“아직 남아있는 사람이 있나 봐. 빨리 가보자.”

정국과 태형은 비명 소리의 근원지로 발을 움직였다. 목소리로 보아 여학생임이 분명했지만 이 곳은 남학생 반이 몰려있는 구간이었다.

비명 소리와 매우 근접해졌을 즈음엔 둔탁한 마찰음을 동반한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물기 젖은 목소리로 울분을 토해내듯 소리를 질러대는 여학생의 목소리가 낯이 익었다.



“울아··· 제발!!!!!”

그녀였다. 3학년 6반의 마지막 생존자. 태형과 정국을 살인자라 칭했던 그녀가 무언가와 대치 중이었다. 정국은 주위에 있던 물걸레를 집어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울아!!!!! 그만·· 제발····.” 그녀는 빗자루 하나만을 가지고 온 힘을 다해 괴생명체에 대항하고 있었다. 

정국은 걸레의 한 쪽을 세게 즈려밟아 뾰족한 형태를 만들어냈다. “야, 뒤로 가.” 여학생을 어깨로 밀쳐 자신이 괴생명체와 대항하도록 했다. 하지만 그녀는 곧바로 일어나 정국의 팔을 잡고 늘어졌다. “ㅈ,제발 죽이지 마.” 자신의 목숨을 위협했던, 그리고 앞으로도 위협할 괴생명체는 당연히 죽여 없애야 하는 게 일반적인 이치였지만 그녀는 뭐가 두려운 건지 눈물을 뚝뚝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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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어서 환장했어? 비키라고!!!!!!!”



정국은 괴생명체의 복부를 발로 가격했다. 아무런 타격감이 없어 보이는 그 괴생명체는 자신의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계속해서 달려들었다. 걸레의 봉으로 갈비뼈를 구멍내고, 딱딱한 나무 바닥에 고꾸라뜨렸지만 죽는 시늉조차 하지 않았다. 

이제는 태형까지 합세했다. 태형은 여학생의 손에 들린 빗자루를 뺏어 정국과 함께 뛰어들었다. 하얗게 뜬 얼굴엔 벌컥 피가 오르고, 입가엔 피와 침이 줄줄 새는 그 놈은 도저히 죽는 법을 몰랐다.


“ㄴ..내, 동생이야. 그러니까 제ㅂ, 제발 죽이지 마.”

정국에겐 연민따위 자극되지 않았다. 모두의 생존이 걸린 판에 살릴 이유가 없었다. 빨리 죽여야만 모두가 산다. 그렇기에 정국은 더욱 무자비하게 무기를 박아댔다. 명치와 쇄골, 얼굴과 심장 가릴 것 없이 피를 터뜨렸다.

목 한가운데에 봉이 박혀버린 그 괴생명체는 결국 바닥에 머리를 쳐박을 수 밖에 없었다. 정국과 태형의 얼굴 절반 이상에는 진즉 빨간 피가 딱치처럼 굳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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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ㅇ…아, 아니야··· 그럴 리 없,어.”


여학생은 목에 봉이 꽂힌 괴생명체를 붙들고 눈물을 흘렸다. “살인자 새끼들···.” 그녀는 빨개진 눈으로 정국과 태형을 부라렸다. 그들이 죽이지 않았더라면 분명 죽임을 당했을 테니 봉을 휘두른 것에 대한 정국의 후회는 없었다. “동생이 그렇게 된 건 유감이야. 근데 후회는 안 해. 너, 나, 우리 모두가 살았으니까.” 정국은 흐트러진 그녀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팔을 잡았다.


“난 말이야. 오늘 내 가족 두 명을 잃었어. 방금 너희가 찔러 죽인 내 동생 민 울, 그리고… 울이가 물어 뜯어 죽인··· 또 다른 동생 민 서.”

그녀가 손으로 가리킨 곳에는 왼쪽 눈과 볼이 떨어져나간 남학생이 하나 있었다. 교복 명찰에 쓰인 ‘민 서’, 방금 정국의 손에 죽은 남학생의 쌍둥이 형이었다. 

눈물을 멈추지 못하고 민울의 목덜미만 매만지던 그녀는 정국의 손을 내려치고 몸을 일으켰다. “차라리 그냥 날 내버려두지 그랬어. 그냥 죽었더라면···.” 그녀는 자신의 겉옷을 벗어 죽은 (민) 몸을 감쌌다. “야··· 나 겉옷 하나만 줘.” 공허한 눈으로 태형에게 교복 마이를 받아낸 그녀는 조금 떨어진 곳으로 걸어가 또 다른 동생인 (민)의 얼굴을 겉옷으로 덮어주었다.











“오늘, 나의 서울은 죽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