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탈 씀.
“오빠···?”
간신히 살아난 여학생은 도끼를 날려 자신을 구해준 그에게 달려갔다. “미쳤어? 너 방금 죽을 뻔 했어. 네 힘으론 상대도 안 되는 놈들이야. 그냥 도망쳤어야지 멍청아!!” 그는 소리를 지르며 그녀를 타박했다. “넌 이따 잔소리 들을 준비해.” 다시 한 번 입을 연 후, 그는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 태형에게 시선을 돌렸다.
태형은 정국처럼 철로 된 봉을 가진 것도 아니었고, 그녀처럼 망치를 가진 것도 아닌 뾰족한 돌 하나로 달려들었기에 오직 맨몸으로 싸움장에 들어간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숨을 헐떡이며 무릎을 잡고 겨우 폐에 공기를 집어넣을까 싶을 때면 괴생명체가 어김없이 달려들었고, 돌을 그 놈의 입에 꽂아 자신의 어떤 곳도 물 수 없게 만들었지만 그것도 잠시뿐, 멍청하게 돌을 삼켜버리는 괴생명체 덕분에 목숨이 안전한 순간들이 생겨나질 않았다. 입맛을 다시며 침을 뚝뚝 흘려대는 지독한 그 놈을 죽이기엔 태형의 체력이 너무나도 바닥이었다.

“하 씨발, 김태형.”
방금까지 물리기 직전이었던 그녀와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그에게 잠시 시선을 둔 사이, 태형의 상황이 더욱 더 안 좋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애초에 승산이 없던 싸움이었건만 살겠다는, 살리겠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지금까지 버틴 태형이었다. 양쪽 손으로 괴생명체의 목을 잡고 죽을 힘을 다해 밀어내는 태형의 팔뚝에 도드라진 핏줄은 곧 터질 것만 같았다.
정국은 급히 자신의 겉옷을 벗어 태형에게 다가갔다. 괴생명체의 뒤에서 옷을 얼굴에 둘러 입을 막았으며, 주위에 있는 돌을 집어 울대를 강타했다. 툭 튀어나온 울대뼈에 딱딱한 돌을 미친듯이 박아댔다. 온갖 혈관이 터지고 찢기며 목의 형상을 알아볼 수 조차 없게 되었다. 마지막 결정타로 뾰족한 봉을 정수리에 꽂으니 사나운 몸놀림이 드디어 멈출 수 있게 되었다.
이로써 학교를 탈출한 아이들 중 단 한 명도 목숨을 잃는 사태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하늘아, 쌍둥이는 어디에 있어? 같이 안 데리고 나왔어? 안 되겠다. 잠시 너희 학교 좀 들어갔다 나올게.”
손톱을 물어 뜯으며 도끼를 만지작거리던 그는 누군가를 찾는 듯 주위를 둘러보더니 굳은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그게 있잖아 오빠···.” 하늘은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차마 죽었다고, 학교에 시체가 있을 거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뭔데, 말해 하늘아. 왜 무슨 일인데.”

“2학년 그 쌍둥이 말하는 거라면, 죽었어요.”
뭐? 그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미간을 잔뜩 구긴 채 정국의 멱살을 잡았다. 제대로 된 설명이 필요해 보였다. “방금 우리가 죽인 저것들처럼 됐길래··· 어쩔 수가 없었어요.” 정국은 너무나 솔직하게 사실을 전했다. 사지가 마비된 듯 가라앉은 분위기에 어쩔 줄 몰라하는 건 민하늘이었다. “미,친새끼가 뭐라는 거야.” 그는 정국의 멱살을 쥐어 뜯다시피 내려쳤다. 하늘은 둔탁한 발걸음으로 학교를 향해 걸어가는 그에게 달려갔다.
“오빠···!!!! 잠시ㅁ,만”

그는 하늘의 손을 세게 내쳤다. 쌍둥이를 구하려면 일분 일초가 아까운 시점에, 좆같은 말을 들은 걸로도 모자라 자신의 동생까지 저를 막으니 심기가 꽤나 뒤틀렸다. 손이 빠지는 순간 넘어져버린 하늘을 뒤로한 채, 걸음을 더욱 빨리하는 그였다.

“야 민윤기!!!!!! 전정국이 한 말 다 맞다고.
서랑 울이 죽은 거 거짓말 아니라,ㄱ···."
자신의 동생들의 죽음을 다시 한 번 입에 올린 그녀는 무너지듯 소리쳤다. 심장이 떨어져 나갈 것만 같은 고통이 몰려왔다. 얼굴에 자리잡은 작은 생채기를 따라 흐르는 눈물마저 온 몸을 쓰리게 만들었다.
하늘의 오빠, 그러니까 민윤기는 잘만 가던 발을 땅에 묶어놓으며 웃음을 토해냈다. “뭐···?” 입가에 호선을 그린 채 눈물을 떨구는 모습이 참으로 모순적이었다. 허망한 눈빛을 공중에 날려대며 악에 받친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서울의 하늘 역시 울부짖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