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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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탈 씀.








민윤기는 부정했다. 동생이 죽었다니. 그것도 둘이나······?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장난으로 치고 넘기기엔 또 다른 동생 하나가 너무나 격렬하게 눈물을 쏟고 있었다. 주위에 있는 아이들조차 시선을 바닥으로 깐 채, 선뜻 말을 꺼내지 않는 걸로 보아 거짓말을 지껄이는 것 같진 않았다.

짧은 시간동안 큰 쇼크와 더불어 다량의 눈물을 쏟아내니 갑자기 머리가 아려왔다. “오빠, 우리라도 살아야지. 집에 가자···.” 하늘은 민윤기의 팔을 끌었다. 끌려가다시피 다리를 움직인 윤기는 허망한 표정으로 손에 들린 도끼를 흔들었다. 피로 적셔진 도끼에서 피가 뚝뚝 떨어졌다.




“너희들은 어디로 갈 거야?…”

하늘은 정국과 태형을 향해 물었다. 당연히 집으로 갈 것이라는 대답을 들을 걸로 대충 짐작은 했지만 그냥 삭막한 분위기를 깨고 싶었을 뿐이었다. 예상 외의 대답을 들을 줄 알았다면 묻지 않았을 거란 말이다.


“우리 둘 다 기숙사 사는데···. 본가는 부산이야.”


X발. 이건 정말 예상하지 못한 그림이었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학교를 온 이유는 모르겠지만 더욱이 알고 싶지가 않았다. 아까보다 더 적막으로 가득 찬 분위기에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 저의 오빠인 민윤기는 진즉 멘탈이 갈려 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 같고, 나머지 같이 나왔던 여학생들 역시 벌벌 떨기만 하는 걸로 보아 정상적인 사람은 하늘 혼자였다.

급기야 한 여학생을 제외하곤 전부가 파래진 입술을 부르르 떨며 집에 가겠다고 뛰어 나갔다. 어차피 알 바가 아닌 것들이라 집을 가든 어딜 가든 상관이 없었지만 눈 앞에 있는 두 놈들은 상황이 달랐다.

같은 반 친구들을 지옥으로 빠뜨린 주범들이자 자신의 쌍둥이 동생을 죽인 ‘살인자’였지만 자신을 무려 두 번이나 구해준 ‘은인’이기도 했다. 이성이 흐려지며 판단력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나사가 빠진 민윤기를 슬쩍 흐리며 정국과 태형에게 말했다.


“따로 갈 수 있는 곳은 없어?”

“응. 그런데 주연이도 마찬가지···.”

곧바로 대답이 튀어나왔다. 김태형 옆에 딱 붙어있는 여자애 이름이 주연인가 보다. 귀찮게 돌아가는 상황에 어지러운 머리를 부여잡으며 다시 한 번 물었다. 


“아는 친구 집 하나 정도는 있을 거 아니야.”

괜한 질문이었다. 분명 3년동안 고등학교를 다니며 아는 친구의 집 하나는 있을 테지만 알다시피 거의 모든 학생들이 죽거나 괴생명체가 되어버린 탓에 갈 곳이 없다는 사실은 변함 없었다.

어찌해야 할지 고민했지만 역시 쓸데없는 짓이었다. 이미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기로 마음 속으로는 판단이 끝난 후였으니 따라오라며 손짓을 한 것은 망설임이 없었다. X같은 눈을 부라리며 자신을 째리는 여학생 하나가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빨리 학교 주변을 떠나고 싶었기에 발걸음을 빨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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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민윤기 미친놈아. 혼자 나가버리면 어떡ㅎ···.”

민하늘이 도어락을 열고 집에 도착하니 두 사내가 불쑥 튀어나와 다짜고짜 소리를 질렀다. 들어보니 대학을 같이 다니는 민윤기의 친구라고 했다. 하루하루를 쪼달리며 사는 대학생들이기에 윤기의 집에 얹혀살며 월세를 내는 ‘동거인’ 정도인 것이다.


“오빠들… 여기는 같은 학교 다니는······.
갈 곳이 없대서 어쩔 수 없이 데려왔어요.”


민윤기의 친구들은 상황 파악이 아직 덜 된 듯, 의아한 표정으로 정국과 태형, 주연을 살폈다. 우선 집 안으로 들여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하늘은 학교에 괴생명체가 나타난 것을 시작으로 쌍둥이들의 이야기까지 전부 털어놓았다. X발··· 중간중간 욕이 튀어나올 정도로 자극적인 이야기였다. 민윤기는 하늘의 떨리는 목소리를 듣는 도중에 참지 못하겠다는 듯 화장실로 달려가 구역질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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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하필 대학생 셋 모두가 완벽한 날을 즐기기 위해 공강으로 만들어둔 금요일이었다. 평화로이 TV를 즐기며 대학 교수를 신랄하게 까고 있었을 때였다.

갑자기 긴급 속보라며 바깥 상황이 뉴스를 통해 흘러나왔고, 티브이 화면에 잡힌 것이 민윤기의 동생, 그러니까 민하늘의 학교였다. 엉망이 된 학교를 비추는 카메라를 보다 말고 욕을 짓이기며 급하게 도끼 한 자루를 가지고 나가는 민윤기였다. 나머지 대학생 둘은 뒤따를 새도 없이 닫힌 현관문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한참을 지나서야 자세를 고쳐잡은 둘은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아나운서의 긴박한 목소리에 X됐음을 직감했다. 강남구를 중심으로 서울 전역에 퍼지고 있는 ‘폭동’. 이건 단순한 폭동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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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이잉-, 하며 울린 휴대폰을 응시했을 때는, 벌써 다섯 차례나 재난 문자가 도착해있었다. 망할···. 몇 번쯤 울린 재난문자를 이쪽 대학생들 역시 단순한 지진 정도로 생각했었던 것이다. 다섯 번이나 울릴 때까지 웃고 떠들며 TV나 시청했던 그들이었기에 뉴스를 통해 본 실황은 더욱 충격적이었었다.





“ㄴ..내가 더 일찍 갔었으면···.”


변기에 머리를 박고 구토를 하던 민윤기는 과거를 떠올리며 다시 한 번 눈물을 떨어뜨렸다. 벌벌 떨리는 손으로 머리칼을 헤집으며 쌍둥이들의 이름을 곱씹어 뱉었다. 대뇌가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가니 더 미칠 것만 같았다.

제정신으로 맞이하는 가족의 죽음은 심장을 도끼로 고스란히 쳐맞는 느낌을 줬다. 고통에 압도된 탓에 위에서 나오는 액 따위의 쓰디쓴 맛은 감정선에 아무런 훼방을 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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