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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말 이었지만
그날은 유난히 더 덥고 습했어
아마 평소처럼 야자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이었을거야
톡
톡
톡
비가 한 방울씩 내리더니
소나기가 쏟아졌어
우산도 없었고
집에 걸어가야 하는데
큰일났지
학교에서 막 나온 참이라
편의점까지 가려면 꽤 가야했을거야
뛴다고 해도
우산은 이미 다 털려있을것 같아서
그냥 걷기로 했어
빗소리 꽤 좋아했거든
비가 멈춘줄 알고 하늘을 올려다 봤는데
누가 우산을 씌워주고 있었어
“ ……? “
“ 아 미안 비를 맞고 가길래 “
“ 보니까 우리 학교고 그래서 “
“ 응 고마워 “
“ 집이 어디야? “
“ 딸기 아파트 “
“ 어 나돈데 “
“ 난 101동 “
“ 난 104동.. “
“ 같이 가면 되겠다 “
“ 난 권순영이야 “
“ 이지훈이야 “
“ 2학년 맞지 ? “
“ 응.. “
명찰로 이름과 나이를 알 수 있었는데
굳이 자기소개를 하더라
“ 왜 비 맞고 있었어 ? “
“ 우산이 없어서 “
“ 비 좋아해 ? “
“ …… 응 “
비 자체를 좋아하는건 아니었지만
굳이 덧붙이고 싶지 않았어
걔랑 우산 하나로
붙어서 걷는 상황도 별로였고
내가 말 하는걸 별로 안좋아했어서
“ 몇반이야 ? “
“ 6반 “
그래서 그냥 다 단답으로 답했어
질문은 계속 됬지만
그것도 노력이고 능력이다 싶었어
“ 다 왔네 “
101동이랑 104동은 거의 정반대라
아파트 입구에서
갈라져야 했었어
“ 우산… 씌워줘서 고마워 “
“ 그럼 너 번호 좀 주라 “
“ …….. 핸드폰 줘봐 “
당황했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척 했어
“ 전화 …. 걸어도 되 ..? “
“ 맘대로 해 “
“ 고마워 ㅎㅎ “
“ 잘가 ! “
“ 내일 등교도 같이 했으면 좋겠다 ! “
이러고 뛰어가더라
우산은 나한테 들려있고
그냥 이상한 애다 싶었어
근데 진짜 전화가 왔어
“ 뭐하고 있었어 ? “
“ 그냥 씻고 누워있었어 “
“ 내 번호 인줄 알았어 ? “
“ 응 “
“ 어떻게 ?? “
“ 그냥 “
“ 전화 올 사람이 별로 없어서 “
“ 아까 천둥친거 들었어 ? “
“ 아니.. “
“ 천둥소리 무서워해 ? “
“ 아닐걸… “
“ 난 무서워해 “
“ 아.. “
“ 근데 집에 아무도 없어서 더 무서워 “
“ 얼른 자 그럼 “
“ ㅎㅎ “
“ 너네 집 가도 되 ? “
“ 어….? “
“ 아니야 ㅎㅎ “
“ 너무 늦어서 가기도 미안해 “
“ 와도 되긴 한데.. “
“ 나도 집에 아무도 없어서 “
내가 왜 이렇게 말했었는지 아직도 모르겠어
그냥 걔가 어느정도 맘에 들었었나봐
“ 진짜 가도 되 ? “
“ 응… “
“ 104동 702호 야 “
띵동 -
“ 안녕 ㅎ “
“ 응… 들어와 “
“ 뭐라도 마실래 …? “
“ 음 아무거나 줄래 ? “
집에 마땅히 있는 음료수가 별로 없었어서
그냥 콜라를 꺼냈어
“ 고마워 “
이제 뭘 해야할까 고민하고 있었어
얘랑 친한것도 아니었고
우리 집에 마땅히 할게 있는것도 아니었고
“ 나 너 졸업앨범 보고싶어 “
“ 아 … 방에 있어 “
보통 졸업앨범을 보고싶어 하나 ?
“ 귀엽다 “
가만히 앨범을 보고있다가 한마디 하더라
어디가 귀엽다는 건지 이해가 안됬었지만
그냥 잠자코 있었어
“ 지훈아 “
“ 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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