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아...하아.."
숨이 턱까지 차올르고 주변에서는 피비린내가 진동을 해서 구역질이 날 정도다.머리와 온 몸은 피를 뒤집어써서 찝찝해 지금 당장에라도 소대로 돌아가서 씼어내고 싶을 지경이다.하지만 지금 적군들이 죽었는지 확인하지 않으면 나중에 번거로우니 확인은 해봐야했다.한발 한발 내딛을 때마다 적군이었을 지도 아군이었을지도 모르는 사체들이 밟힌다.그 때 저멀리에서 무언가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것이 보여 더 자세히 보기 위해 다가갔다.흔들리던 것은 꽃이었다.이 피비린내가 진동하고 땅이 피로 물든 전쟁터에 힘겹게 펴있던 꽃 한송이였다.이 꽃을 보니 자연스레 너가 떠올랐다.네가 이 꽃을 봤다면 얼마나 좋아했을까.이런 전쟁터에서도 꽃이 핀다면서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날 바라봐줬겠지.생각해보니 이 꽃과 너는 참 닮은 부분이 많았다.전쟁터에서도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 이렇게 아름답게 핀 꽃과 전쟁이라는 힘든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않던 무엇보다도 아름다웠던 너.나에게 언제나 빛과 희망이었던 너.어느새 나는 꽃을 보며 너와 있던 추억 너의 표정 하나하나 너의 몸짓 하나하나를 회상하고있었다.한창 회상에 젖어있던 날 깨운 것은 무전기에서 나오는 상관의 목소리였다.
"치익...치직..순영하사..내 말 들리나?"
"네 들립니다 대위님"
"거기 상황은 어떤가?"
"적군은 전멸하였고 아군도 저 빼고 전멸하였습니다"
"하아...그래 자네라도 돌아오게나"
너와의 추억을 회상하던 나는 소대로 돌아갈려고 몸을 틀었지만 발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아마도 널 떠올리게 해준 너와 닮은 꽃이 눈에 밟혀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거겠지.난 어쩔 수 없이 꽃이 자리하고있던 땅을 꽃과 함께 파서 아주 소중한 것을 다루듯 두 손으로 감싸 들고 소대까지 돌아가서 네가 아끼던 화분에 옮겨심었다.이 꽃을 볼 때마다 네가 떠올라서 행복하면서도 쓸쓸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하지만 나는 다시 한 번 꽃을 보며 너에 대해 회상하고 있다.나에겐 언제나 환하게 빛나주었던 나의 빛.나의 희망.나의 꽃........이었던 너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