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2 - 부제 : 미워할 수 없는 사람
원우가 일어난건 다음날 10시였다. 생각보다 늦은 시각이었고, 속도 그렇게 메스껍지는 않았기에 며칠만에 제대로 무언가를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민규는 나간 것 같았고 원우는 아침을 먹으려 부엌으로 갔다. 그러다가 식탁에 쪽지가 하나 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원우씨, 저 은서에요. 오빠가 원우씨 자고 있다고 해서 쪽지 남겨요. 과일 사왔는데 그것 좀 드세요! 아까 몇개 먹어봤는데 달더라구요, 맛있게 드세요!-
은서의 쪽지를 보고 잠시 멍하니 서있던 원우는 옆에 놓여진 과일들을 봤다. 딸기와 복숭아, 참외, 수박까지.
딸기를 제외하고는 모두 제철인-지금은 7월-과일이었다. 속이 아직 조금 불편했던 원우는 과일을 좀 먹기로 했다.
'그래도,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것 보다는 나으니까,'
다른것을 먹으려고 했을때는 거부하던 속이 과일을 먹을때는 편안했다. 복숭아를 조금 깎아먹던 원우는 하나 더 깎으려다가 손이 베었다.
"아..."
손가락에 빨갛게 맺히는 피를 보던 원우는 휴지로 상처가 벌어지지 않게 대충 감아놓고는 식탁 위를 치우기 시작했다.
어느정도 정리가 됐을 때 원우가 찬장과 벽장, 서랍을 뒤지며 구급상자를 찾기 시작했다. 한참을 찾고 있다가 휴지가 피에 젖어들자 새 휴지로 감으려는데 문쪽에서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 민규 왔나보다'
"민규야 왔ㅇ..아, 은서씨...오셨,어요"
"응, 다녀왔어."
민규는 혼자가 아니었다. 당당하게 은서와 팔짱을 끼고 들어오던 민규는 원우를 보더니 일부러 은서쪽을 보고는 활짝 웃어보였다.
"은서야, 아까 사온 과일 먹을까?"
"좋아!"
식탁에 앉은 은서가 해맑게 과일들을 과일칼과 도마를 꺼내오는 민규를 보다가 방으로 들어가려는 원우에게 말을 걸었다.
"원우씨...? 원우 오빠라고 불러도 돼요?"
"아, 네..마음대로.."
"이거 좀 같이 먹어요! 아까 맛있던데,"
"아..지금 별로 생각이 없어서.."
"그래도..그럼 조금만 앉아있다 들어가요- 오빠한테 궁금한 것도 있고.."
"은서야, 형 낯 많이 가려. 지금 좀 낯설어서 그럴거야"
자신을 걱정하는 듯 하면서도 은근 떨어트려 놓으려는 말에 원우는 죄송하단 말을 하며 방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 때,
"어..? 원우오빠, 손에 피..."
"아..이거.."
은서와 민규가 들어오고 나서 깜빡 잊고 있던 손의 상처가 다시 쓰리기 시작했다.
"..어쩌다 다친거야?"
걱정하는 목소리였지만 어쩐지 짜증이 섞여있는 민규의 말투였다. 은서는 알아채지 못한 것 같았고 원우만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원우는 서러운 것을 애써 삼키며 말을 이었다.
"아, 아까 과일 먹으려다가 베어서... 은서씨랑 너랑 오기 전에 구급상자 찾고 있었어, 근데 안보이길래 그냥 이러고 있었..는데.."
"오빠, 구급상자 어딨어?"
"내 방 협탁 서랍에 하나 있고, 신발장 쪽에 하나 있어. 위치 옮기면서 말 안해줬나보네"
민규의 말에 원우는 신발장 쪽의 벽장을 뒤지기 시작했고 은서는 민규를 책망하기 시작했다.
"에이- 어떻게 그걸 말 안해줘... 원우오빠, 같이 찾아 드릴까요?"
"아뇨, 찾았어요. 괜찮아요"
그럼에도 다가온 은서는 원우의 손을 치료해 주겠다며 소파에 앉혔다.
"손 다친거라 한 손으로 치료하기 어려워요. 제가 해줄게요"
"아..고마,워요.."
은서의 이유모를 친절에 원우는 어쩔 줄 몰라했고 민규는 불쾌한지 계속 원우를 노려보았다.
"아, 저....이제 된 것 같은..."
"앗, 오빠 낯 많이 가린다고 했죠..미안해요,"
"아니, 아니에요.. 들어가볼게요...몸이 좀 안좋아서.."
"엇, 그럼 쉬어요! 저희 조용히 놀게요 ㅎㅎ"
은서의 말에 고개만 살짝 끄덕인 채 방으로 들어온 원우는 이불 속으로 들어가 밖에서 들리는 웃음소리를 무시하려 애썼다.
'미워하고 싶어도, 이렇게 친절하면 미워할 수가 없잖아... 은서씨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은데, 차라리 나한테 막 대하지. 그러면 마음편히 미워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숨죽이며 눈물을 흘리다 자신도 모르게 배를 잡고 있던 원우는 그것을 자각하고는 몸을 웅크렸다.
'엄마가, 미안해 아가야... 아빠 사랑 못받게 해서 못난 엄마라서 미안해...'
그렇게 배를 끌어안고 한참을 숨죽여 울던 원우는 그대로 잠에 들었다.
한편, 밖에서는...
"오빠, 원우오빠 몸 많이 안 좋으신 것 같은데... 병원 가봐야 되는거 아니야..?"
"어제 갔다 왔대. 약 타 왔을거야."
"그래도..걱정되는데..."
"은서야,"
"응?"
"계속 다른 사람 신경 쓸꺼야? 오빠 좀 섭섭한데,"
"에이~ 나한테 오빠 밖에 없는거 알잖아~"
'음...괜찮으시겠지...'
원우가 걱정되지만 잘 삐지는 제 애인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기로 한 은서였다. 원우가 미워하고 싶지만, 착해서, 아무것도 모르기에, 미워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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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보단 조금 더 많이 쓴 듯..?
이번화는 원우 입장에서는 불청객이지만 은서는 그저 순수한 의도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는 원우의 심리를 어느정도 나타낸 화입니다!
원우는 어릴때 병원 신세를 많이 져서 그닥 병원을 좋아하진 않아요!! 1화에 쓰는거 깜빡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