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4 - 부제 : 들켜버린 비밀
한바탕 울다 잠든 원우가 몇시간 후 일어났을 때는 이미 밤이었다. 일어나려다 어지러워 휘청거리고 나서야 자신이 아프다는 것을 깨달았다. 몸이 약했던 탓일까, 그저 좀 많이 운 것 뿐인데도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계속해서 드는 오한에 얇은 담요 하나를 꺼내들어 어깨에 대충 걸치고는 민규한테 말이라도 해볼까, 라는 생각에 거실로 나갔다. 아무도 없어 물을 먹으려 부엌에 들어가니 있는 쪽지.
-일요일까지 안들어와요-
민규의 글씨체였다. 씁쓸하게 웃은 원우가 쪽지를 그대로 식탁위에 올려놓고 물을 마셨다. 문득 아까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지만 속도 좋지 않고 지금은 딱히 무언가를 먹고싶은 마음이 없었기에 소파에서 아까 정신이 없어 놔두고 들어갔던 휴대폰을 찾았다. 혹시나 해서 시간을 확인해 보는데 날짜가 눈에 들어왔다.
'7월 16일 금요일 오후 11시 30분'
가만히 날짜를 보고 있던 원우는 문득 30분 뒤가 자신의 생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올해는 생일 혼자 보내야겠네,'
최근 몇년동안 원우는 생일을 민규와 같이 보냈었기에 그가 자신의 생일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심지어 본인도 최근에 많은 일이 일어난 탓에 생일인것을 잊고 있었으니, 그것들 깨닫자 더욱 기분이 안좋아졌다. 배를 한 번 쓰다듬고는 이것저것 생각을 하다가 소파에서 그대로 앉아 잠들어버렸다.
오전 10시가 되자마자 시끄럽게 울리는 초인종 소리때문에 깨어났다. 급히 세수를 하고 인터폰을 확인하다 표정이 밝아졌다.
"누구..아..!"
몇 안되는 친한 친구중 2명, 준휘와 순영이 찾아온 것 이었다.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문을 열어주고는 그들을 반갑게 맞았다.
"너 생일인데 혼자 있으려고 했지? 내 그럴줄 알았...너 어디 아파?"
당연하다는 듯이 들어오며 원우에게 잔소리를 하던 순영은 그의 안색이 좋지 않다는걸 알아차리곤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바뀌었다. 그에 그냥 감기기운이 살짝 있다는 말만 한 원우가 문을 막고 있는 순영을 보곤 빨리 들어오라며 재촉했다.
"너때매 준휘 못 들어오잖아, 빨리 들어와"
"원우야, 고맙다. 밖에서 한시간 서있을 뻔 했네,"
"야, 그정도는 아니거든..!!"
오랜만에 활기가 띈 원우는 친구들과 이것저것 얘기를 나누었다. 최근에 민규와 사이가 서먹해진걸 알고 있었기에 민규 얘기는 최대한 하지 않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순영과 준휘가 파티하자며 사온 음식때문에 일이 터졌다.
"우리 뭐 많이 사왔다? 빨리 먹자!"
"잠깐ㅁ..우,우욱.."
냄새가 나지 않게 밀봉되어있어 괜찮았지만 밀봉을 푸는 순간 원우의 헛구역질이 시작됐다.
"야, 너 괜찮아..?"
"별거, 아니니까..저것 좀 치ㅇ..웁.."
결국 원우가 화장실로 달려갔다. 순영과 준휘는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다가 문득 정신을 차린 것인지 준휘는 원우를 따라 화장실로 들어가 그의 등을 쳐주었고 순영은 차려놓았던 음식을 치우고는 환기를 하기 시작했다. 원우가 나오자마자 순영의 추궁이 시작되었다.
"야, 전원우, 너 왜그래?"
"아무것도, 아니야.."
"무슨 소리야, 너 또 위염이야? 약 먹어야되는거 아니야?"
"아니..."
"잠깐만, 가져올게"
순영이 방으로 들어가자 급하게 따라가려는 원우를 준휘가 억지로 앉혔다.
"너 아프잖아, 앉아있어"
"아니, 아픈게 아니라 나....."
"잠깐만...이거..야...!!!"
갑자기 들리는 순영의 비명소리에 준휘는 깜짝 놀랐고 원우는 올 것이 왔다는 듯 표정을 굳히고 소파에 주저앉았다. 순영이 급하게 무언가를 들고 나왔다.
"이거..이거 뭐야..?"
"왜? 그게 뭔데?"
"문준휘 넌 꺼지고, 전원우. 니가 말해봐. 이거 뭐야?"
순영이 내민건 수첩이었다. 원우의 이름이 적힌, 그리고..아이의 초음파 사진이 붙어있는.
"너, 이거 김민규도 알아? 아니, 알아야지. 걔가 애 아빠일텐데,"
"무슨 소리야, 아빠?"
"민규,도..알아.."
"그새끼는 니 상태 알면서도 나간거야? 니 생일에?"
"아니, 너네끼리 무슨 얘기 하는건데? 권순영 손에 든건 뭐고?"
순영이 신경질적으로 준휘에게 수첩을 던지자 원우의 눈빛이 흔들렸고 그걸 보고 의아해하던 준휘는 수첩을 보자마자 눈이 커졌다.
"야, ㄴ, 너 이거.."
원우와 수첩을 번갈아 처다보던 준휘가 원우의 옆에 앉았다.
"왜 말 안했어? 말 했으면 우리가...아니다..."
원우에게 타박을 하려던 준휘는 그의 표정이 서글퍼지는 것을 보며 급히 말을 멈췄다. 잠깐의 침묵 후 순영이 말을 꺼냈다.
"정국이는 알고 있어?"
"...말 할 수 있었을리가 없잖아."
"그렇지...하아..."
"태형이형한테도 말 안했지? 그 형은 믿을 수 있잖아,"
"근데, 정국이..한테 말하면.."
"그 형이 그럴리가 없잖아. 정국이보다 너한테 더 잘해주는거 몰라서 그래?"
"..."
원우가 아무말 하지 않자 동의한거라고 생각했는지 순영이 태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원우가 급하게 막아봤지만 이미 전화가 연결된 뒤였다.
"아, 형 오랜만이에요 지금 잠깐 시간 돼요?"
'응, 오늘 쉬는날이야. 무슨 일이야?'
"지금 원우집인데 한두시간정도 시간 내주실 수 있어요?"
'무슨 일 있어? 정국이 데려갈까?'
태형의 말에 순영이 잠시 뜸을 들이며 원우를 슬쩍 쳐다보고는 말을 이었다.
"아뇨, 정국이는 몰랐으면 하는거라.."
'알겠어, 정국이 자니까 대충 쪽지 남겨놓고 갈게'
"네, 감사합니다"
결국 태형을 부른 순영이 전화를 끊고 나서 그를 노려보는 원우를 보더니 옆에 앉았다.
"넌 뭘 잘했다고..."
"..내가 잘못한건 아니잖아.."
"그건..그렇긴 하네..하아,"
주눅이 든 듯 고개를 숙인 원우가 오한이 드는지 팔을 잡으며 몸을 살짝 떨자 준휘가 떨어져있던 담요를 가져와 그에게 덮어주었다. 그러자 원우는 준휘에게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피곤한지 눈을 몇번 깜빡 거리다가 습관처럼 배를 감싸안고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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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등장인물

문준휘/24살/중학교때부터 친구/순영과 동거중/자주 아팠던 원우가 신경쓰임/순하다..?
"원우야, 진짜 괜찮아? 너 약, 아 먹으면 안된다고 했나..? 따로 받아 온거 없어?"

권순영/24살/중학교때부터 친구22/준휘와 동거중/좀 지랄맞은(?) 성격/츤데레
"김민규 그새끼는 어디서 뭐하고 있는거야? 내가 언젠간 도륙을 낸다"
특이사항 : 원우를 좋아''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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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등장인물이 등장했습니다! 준휘와 순영이는 전개에 많은 도움을 줄 예정입니다-! 1화 등인소개에서 나왔던 국뷔는 이제서야 언급이 됐네요ㅠ
다음화에는 모든 등장 인물이 나올 예정(아마도..?)
)최소 1주일에 한편 올릴 예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