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과 유해한 물건의 언급이 나오니 주의해주시길 바랍니다.)
"우린 정상적인 재료가 아니니까, 함부로 먹지 마."
"재료가... 달라요...?"
뒤에서 민규... 그래, 민규 선배님이 귓가에 속삭였다.
"사장님은 무서우신 분이야, 조심해. 말로 안되면 폭력이거든."
"폭력의 최후가, 과자의 재료야."
"네...?"
┈┈┈┈┈┈┈┈┈
이 가게에서 제대로 일할 순 있을까?
***
"대충 이 정도면 가게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겠지?"
사장이 말했다. 아까 말을 들어서 그런지 사람이 더 무서워 보이는 건 사실이다. 그래도 30만 원이라도 벌 수 있는 이곳에서 불쌍하고 무서운 마음을 가지면 안 될 것이다.
"여긴 언제 오픈하나요?"
"재료가 준비되면?"
"음..."
'재료가 준비되면?' 생각해 보면 굉장히 무서운 말이다. 이곳의 실체를 알았을 때의 생각이지만.
"일단 오늘은 가봐도 좋아. 민규랑 여주 퇴근해."
"아, 벌써 퇴근..."
그러자 사장이 헛웃음을 뱉으며 말했다.
"왜, 아쉬워? 아쉬우면 따라오던가."
그러자 민규 선배님이 내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가면 안 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왜 가면 안 될까...? 그래도 혹시 모르니 가지 않는 게 좋겠다.
"아, 아뇨... 괜찮아요."
"그래? 알았어. 그럼 가봐."
***

과자가게를 나오니 어느새 어둑해진 저녁시간이었다. 하늘엔 선명히 빛나는 보름달이 보인다.
"그 혹시,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상관없어요. 오빠라고 하던지 선배라고 하던지, 알아서 해요."
"아, 네..."
"근데 아까 사장님 따라가면 어떻게 되는 건데요?"
"아까 말해줬잖아요. 폭력이라고."
"그 사장 새끼도 좀 미친놈이에요."
"사이코패스라니까요?"
"아... 근데 그럼 선배님은 어쩌다 아르바이트하시게 된 거예요?"
"일단 처음엔 돈이었죠. 그쪽도 돈 때문에 온 거잖아요."
"그리고 뭣도 모르고 계약했죠. 근데 그 사장 새끼가 그렇게 미친놈인진 모르고, 하..."
민규 선배님은 고개를 떨구고 후회하는 듯 한숨을 크게 쉬었다. 나도 모르게 위로해 주고 싶어 민규 선배님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어깨를 어루만졌다.
그리고 민규 선배님은 당황한 듯 나를 쳐다보고, 내 손은 허공에 멈춰있었다.
"어쨌든, 그 새끼 믿지 마요. 그리고 복종해야 돼요. 까딱하다 손모가지 과자에 들어가는 수가 있으니까."
"아... 네."
"집까지 데려다 드릴까요? 그 새끼 쫓아올 수도 있으니까요."
"아뇨, 괜찮아요. 제 집이 좀 멀어서..."
"어디 쪽인데요?"
"마을 끝 쪽이에요. 여긴 마을 입구인데."
"아, 괜찮아요. 저도 집이 끝 쪽이라."
"오, 진짜요?"
"제 집의 앞 집은 옆에 예쁜 나무가 있더라고요."
"어, 그거 우리 집인데."
"진짜요? 그럼 자주 보겠네요?"
"뭐, 그렇죠."
***
민규 선배님과 대화를 하며 걷다 보니 벌써 마을 끝 쪽에 다다랐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간 것 같은 건 기분 탓일까?
"안녕히 가세요, 내일 봬요!"
민규 선배님은 고개를 끄덕이곤 집에 들어갔다. 난 다시 시궁창 같은 집에 돌아왔다. 아빠는 알코올 중독에 가정폭력, 엄마는 바람피우고 집에 안 들어온다.
***
집에 들어오자마자 술 냄새와 담배 냄새가 저릿하게 풍겨온다. TV는 고장 난 지 오래이고, 술 병은 하나같이 집 구석구석에 내팽겨져 있다. 깨진 술 병을 밟지 않고 싶어 조심하며 걷는 내가 한심했다. 일단 서둘러 내 방으로 향했다.
***
나의 유일한 피신처, 내 방이다. 더울 땐 덥고 추울 땐 추운 방이지만, 술 냄새와 담배 냄새가 풍기는 방 밖보단 낫다. 오늘 하루는 그나마 보람찼다. 새로운 사람들을 알게 되었으니.
아침이다. 오늘도 학교를 갔다가 가게를 들를 예정이다. 빨리 나가서 민규 선배님이랑 같이 나가는 게 좋지 않을까? 하지만... 언제 나올지 모르는 게 함정이다.
***
오늘도 저릿한 냄새가 나는 집이다. 아빠가 외출하셨으면 좋겠다. 이런 나의 바람이 무색하게 아침부터 술을 드시는 아빠가 있다. 저 술을 살 돈으로 병원을 가지.
"야, 이여주. 너 어디 가?"
"학교 가요."
"어제는 집에 어떻게 왔냐?"
"그냥 잘 왔어요."
"그냥 잘? 구체적으로 설명해."
왠지 모르게 오늘은 반항심이 들었다.
"싫어요."
"뭐? 싫어? 이게 어디서 반항을 해?"
"아니, 반항할 수도 있잖아. 그거 하나 가지고 짜증 내?"
"야, 이게 보자 보자 하니까 진짜?"
[짝-]
"때리면 어쩔 건데, 내가 '살려주세요'하고 용서를 구할 것 같냐?"
"꼬우면 더 때려보던가."
"오늘 죽어봐 그러면."
그리고 한참을 맞았다. 다행히 학교를 갈 수 있을 정도의 컨디션이니, 맞느라 놓았던 짐을 서둘러 챙기고 문밖으로 나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