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과 유해한 물건의 언급, 유혈, 폭력의 언급이 나오니 주의해주시길 바랍니다.)
[짝-]
"때리면 어쩔 건데, 내가 '살려주세요'하고 용서를 구할 것 같냐?"
"꼬우면 더 때려보던가."
"오늘 죽어봐 그러면."
그리고 한참을 맞았다. 다행히 학교를 갈 수 있을 정도의 컨디션이니, 맞느라 놓았던 짐을 서둘러 챙기고 문밖으로 나갔다.
┈┈┈┈┈┈┈┈┈
***
오늘 날씨는 맑고 화창했다. 아침부터 맞긴 했지만 속은 후련했다. 그때, 누군가 내 어깨를 툭툭 쳤다.
"이여주... 맞나?"
민규 선배님이다.
"안녕하세요!"
"왜 그렇게 다쳤어요?"
"별로 안 다쳤는데···."
"무슨 일 있었어요?"
"그냥 좀 맞았어요, 괜찮으니까 학교 가요!"
"어디가 괜찮은데요, 빨리 우리 집에서만 치료하고 가요."
"아니 괜찮은데···!"
***
민규 선배님의 집이다. 깔끔한 집이고 무척 깨끗한 공기만 있는 것 같다. 우리 집과는 다르게... 민규 선배님이 상처를 치료하며 얘기했다.
"집에 무슨 일 있어요?"
"엄마는 바람피워서 나갔고, 아빠는 알코올 중독에 많이 때려요."
"그래도 적응해서 괜찮아요!"
"안 괜찮은 것 같은데..."
"당분간 우리 집에서 지낼래요?"
"네? 아뇨... 부모님은요...!"
"괜찮아요, 죽어서."
"무슨 그런 말을 그렇게 쉽게..."
"자세한 건 나중에 알려줄 테니까, 그냥 여기서 사세요."
"정말 그래도 돼요?"
"저는 상관없는데? 일단 다 했으니까 학교 가죠."
***
학교가 끝난 후, 과자가게로 향했다. 오늘은 오픈할까? 하면 안 될 것 같은 기대를 하며 가게로 향한다.
***
[끼익-]
"안녕하세요."
문을 열고 들어와 보니 2명 이상의 손님이 와 있었고, 카운터엔 사장님이 있었다.
"어, 여주야. 카운터 좀 봐주고."
사장은 짧은 한마디로 날 반겼다. 조금은 서운했지만 그러려니 하며 넘겼다. 오늘도 같은 향기와 분위기만 남아있다.
"아가씨, 계산할게요."
손님이 곱게 포장된 과자 한 개와... 웬 장난감 모형을 들고 왔다.
"손님, 과자는 3500원이고요. 이 모형은 판매하지 않는 물건이에요."
"뭐? 3500원? 과자 하나가 그렇게 비싸?"
"좀 깎아줘~"
"손님, 가격 변동은 불가해서요."
"아, 진짜 좋게 말했더니... 고작 그것도 못 해?"
"그리고 그 모형은 내 돈 주고 사면 되잖아!"
"모형은 얼마 주면 돼? 얼마 주면 되냐고!"
흔히 말하는 진상이다. 하지만 아르바이트를 많이 해본 나는 진상 하나쯤, 처리할 수 있다.
"아, 진짜 좋게 말했더니 내 말 바득바득 대꾸하고 반말도 찍찍하네?"
"과자 한 개에 3500원이고, 모형 못 산다고!"
"3500원도 없으면 깎아달라고 사정사정하던가, 왜 당당하고 난리야?"
"안 먹을 거면 네 손에 있는 거 여기다 그대로 두고 나가!"
큰 소리에 사장은 지하실에서 서둘러 뛰어왔다. 많이 놀란 표정으로 뛰어오더니 날 향해 애매한 눈빛을 보낸다.
"여주야, 무슨 일이야?"
"아, 그냥. 설득이요."
"그래서 손님, 3500원 결제 도와드릴까요?"
그러자 곧장 손님은 문밖으로 뛰쳐나갔다.
"뭐야..."
"어, 여주야 너 왜 다쳤니?"
"그냥 맞았어요, 신경 쓰지 마세요."
신경을 안 쓰려 해도, 가득한 반창고와 붉은 자국들이 신경 쓰이는 듯하다. 사장은 뭘 하고 있었길래 급하게 지하실로 내려갔었을까?
"사장님, 아까 지하실엔 무슨 일이었어요?"
"아... 그건, 아직 네가 알기 힘들 수도 있는데. 볼 거면 보고 와."
궁금한 것 못 참는 내 성격 때문인지, 자연스레 발걸음이 지하실로 향해졌다.
***
조금 추워 으스스한 지하실, 벽은 회색 시멘트로 되어있다. 벽이 굉장히 까칠거려 스쳤다간 피부가 까질 것 같다. 지하실의 문을 열어보니 웬 남자와 여자가 묶인 채 앉아있었다. 뒤에서 따라오던 사장이 내 귀에 속삭였다.
"아, 재료는 범죄를 한 번이라도 저지른 사람들인데. 이쪽들은 우리 조카 죽인 애들. 나는 괜찮으니까 일단 마음대로 구경해."
남자와 여자는 눈과 얼굴이 부었고, 온몸엔 피 칠갑을 하고 있었다. 상태가 꽤 심각해 보였고, 당장이라도 병원에 가야 할 듯한 꼴이었다.
"오... 우리 가게 되게 정의롭네요."
"그치, 우리 조카 죽인 그 방식대로 한번 해봤어."
"그, 범죄자 제보도 받아요?"
"제보? 찾을 수만 있다면. 원하는 대로 해줄게."
"오늘 밤에 범죄자 데리러 갈래요? 아는 사람 있거든요."
"알았어."
1층에서 무슨 소리가 났다. 누군가 온 듯한데...?
"사장님~"
"사장님~ 어디 계세요~"
민규 선배님 목소리다.
"사장님, 민규 선배님 오셨어요."
"선배님? 왜 선배야?"
"아, 학교 선배라서요."
그 말을 끝으로 지하실에서 나왔다.
***
열심히 일한 뒤, 퇴근 시간이다. 이제 내가 아는 범죄자를 데리러 갈 시간이다. 사장과 민규 선배, 모두 같이 가기로 했다. 오늘도 하늘은 어둑해졌고, 함께이니 더욱 든든한 기분이 느껴진다.
"여주야, 근데 그게 누군데?"
"아, 저희 아빠요. 저희 아빠가 좀 그렇거든요."
"다치게 한 것도 아빠야?"
"네, 뭐 하루 이틀이겠어요?"
"사장님, 이 상처 치료한 것도 저에요."
"오, 진짜? 꽤 쓸만한 애네?"
"꽤라뇨, 많이라고 해주세요."
···
***
어느새 우리 집에 도착했다. 드디어 이 시궁창에서 벗어나는 건가? 벌써부터 저릿한 냄새가 나는 집에 들어간다.
***
"어우 담배 냄새."
집에 들어오자마자 사장과 민규 선배님은 같은 말을 하며 헛기침을 해댔다. 나 역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웬 남자 목소린가 싶어 일어나는 아빠가 보였다. 이젠 곧 과자의 재료겠지만.
"이여주, 이 남자들은 뭐야?"
"걸레짓이라도 하려고?"
"여주한테 못 하는 말이 없어, 이 아저씨는."
"얘랑 그런 짓 할 거면 조용히 해라~"
"진짜 뇌가 썩었나? 저기요, 아저씨 새끼야."
"당신 지금 그런 소리 할 처지 아니야."
"아, 됐고. 방이나 들어가. 확 술 병으로 머리 깨져볼래?"
"아, 진짜 이 새끼가... 너도 곧 술 병으로 머리 깨질 거니까, 기대하고."
역시 사장님... 독설은 사장님이 최고다.
"여주야, 한 마디 할 거 없어?"
"말할 건 이따 하면 돼요. 사장님이 계속 욕 먹여주시면 돼요!"
"아, 알았어~"
그리곤 아빠를 끌고 가려 한다. 저 돼지 새끼를 어떻게 옮기려나 싶지만.
***
"아 시발, 돼지 새끼 존나 무겁네."
"어휴, 술 냄새."
"아니, 얼마 동안 저 시궁창에서 버틴 거예요...?"
"저도 제가 대단하다 생각해요. 사장님 힘드시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