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BL)

조직폭력배

 나는 김태형이다, 조직폭력배 보스의 오른손이라고나 할까. 나를 보면 사람들은 말한다, 천사의 탈을 쓴 악마라고. 나는 6살 때 큰 수술을 했는데, 그 이후로 감정이란 것을 느끼지 못한다. 동물을 죽이는 것도 일상처럼 해왔다, 아무한테도 들키지 않게. 그렇지만 그 어린 나이에 사람을 속인다고 다 속아주겠어? 내 행동이 이상하다면서 나를 뒤따라 다니는 사람도 있었지, 내가 아무한테도 내 비밀을 들키지 않게 죽이긴 했어도. 의사는 나를 보면서 항상 말했다, 나 혼자라면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지만 다른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가 생긴다면 다른 사람들처럼 살 수 있다고. 나도 어릴 때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평범하게 살고 싶어서 연애를 많이 해봤다. 그렇지만 결과는 항상 바람이었다. 나도 잘해줬는데, 나도 잘해줄 수 있는데. 사람들은 모두, 나를 떠났다. 나한테 남은 건 이제 없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지? 나는 이 생활을 퍙생 즐길 것이다. 나를 굳이 이해하려고 하지 마, 나는 이런 인간이니까.



 "하···오늘은 또 누구지?"

 "오늘은 달뉴고에 재학 중인 전장국이라는 ㅅ···"

 "그니까 고등학생을? 미쳤냐?"

 "···보스 지시입니다."



 내가 아무리 쓰레기라고 해도, 성인이 고등학생을 치는 게 말이나 되나. 평소라면 보스 지시라고 하면 그냥 따랐지만, 이전에는 느낌이 안 좋았다. 하기 싫었다. 왜 나한테 이런 일을 시켜, 나 이래 봬도 미성년자를 상대로 범죄는 안 저지르거든. 이거 나 안 해, 아니? 못해. 애초에 내가 이 조직과 계약을 하게 된 게, 미성년자 안 건드린다는 것을 조건으로 들어온 거 아니었나?



 "TH 님, 한 번만요. 네? 안 하시면 저희 다 죽어요,"

 "그럼 뒤지든가."

 "ㅇ, 아니- 한 번만 저희 도와주시면 안 돼요?"

 "내가? 왜? 나는 이거 진짜 하기 싫어. 죽어도 안 해."

 "이번 일만 잘 끝내면 저 소고기 사드릴게요,"

 "···약속 어기는 거 내가 제일 싫어하는 거 알지? 내가 이거 했는데 소고기 안 사주면, 너는 내 손으로 죽일 거야. 알겠어?"

 "네네, 알겠어요."



 나 김태형, 고기에 약한 남자. 젠장, 이거 진짜 괜찮은 거 맞겠지? 아니, 얘 조금 불쌍한데···내가 내 손으로 얘 겁나 세게 때려도 되는 거 맞아? 아아, 왜 이래? 나한테 감정 따위는 없어, 소고기를 받는데 애새끼 하나 못 죽이겠어?











 "아씨. 여기서 기다리면 된다는데 왜 안 와, 짜증 나게."



 그냥 돌아갈까? 싶을 때 내가 사진에서 보던 모습의 한 고등학생이 보였다. 틀림없이 전정국이었다. 이 새끼가 미성년자라고 조금 봐주려고 생각했는데 겁나 늦어? 천하의 김태형이 기다리는데 겁나 늦어? 너 나한테 죽었어.



 "야. 니 전정국 맞지?"

 "네, 맞는데요. 누구세요?"

 "나? 니 기다리던 사람. 니 인생 살기 참 싫지? 나한테 그럼 오늘 죽으면 되겠네, 어?"



 전정국이라는 애는 내 말에 울상이 되어있었고 나는 그런 그의 얼굴에 내 주먹을 가져다 댔는데 얘가 생각조다 예쁘네? 순간 움찔했다, 내가 이 애새끼한테 예쁘다고나 하고 앉아있다니.



 "ㅈ, 저, 진짜, 주, 죽일, 거예요···?"

 "···그러면 니를 내가 살리겠냐, 시발아?"

 "···그라면 저 안 아프게 죽여주세요, 아무도 못 찾는 곳에 제 시신도 좀 숨겨주세요."

 "뭐 이리 부탁 사항이 많지? 어?"

 "···죄송해요,"



 뭐야, 얘는. 다른 새끼들 같았으면 살려달라고 빌고, 빌고, 또 빌었을 텐데. 죽일 거라는 말에 안 아프게 죽이고 시신까지 유기하라고? 이러니까 죽이고 싶은 마음이 없어지는데? 너무 귀엽잖아, 데려다가 평생 나만 가지고 싶은 애였다.



 "나 너 안 죽일래!"

 "···네?"

"대신, 나랑 사귀자, 애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