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BL)

태형 쌤!

나는 달뉴고에서 기간제 교사로 일하고 있는 전정국이다. 나는 최근, 한 사람에게 빠져버린 것 같다. 이름은 김태형이고 나이는 나보다 2살이 많다. 잘생긴 얼굴에 착하고 웃는 게 너무 예쁘다. 매력적인 부분이 참 많으신 것 같다. 태형 쌤은 그래서인지 학생들은 물론, 우리 학교 선생님들 중 안 좋아하는 선생님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가 많다. 태형 쌤은 딱히 누구를 좋아하는 것 같지도 않다. 만약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나였으면 좋겠다.

"아, 태형 쌤! 이거 드세요!"

"어, 고마워. 공부 파이팅 하고!"

저러는데 안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당연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람이 이렇게까지 완벽할 수도 있다니…놀라울 뿐이다.

"태형 쌤! 점심시간인데, 저희 같이 밥 먹어요!"

"아, 그럴까요? 근데 정국 쌤! 저 이거만 정리하고 가도 될까요?"

"아! 네네,"

나는 이 완벽한 태형 쌤을 꼬시기 위한 완벽한 계획을 실행하려고 한다. 우선, 친해져야 무엇을 하든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태형 쌤에게 치대는 중이다.

"정국 쌤! 저 정리 끝났어요, 빨리 가요!"

"아, 태형 쌤! 오늘 급식 뭐 나오는지 아세요? 갈비 나온대요! 태형 쌤 갈비 좋아하시지 않아요?"

"헐, 가, 갈비요? 저 진짜 길비 왕팬이에요! 와, 급식 먹으러 가는 길이 이렇게나 행복할 수가 있다니!"

그냥 한 명의 아기를 보는 기분이었다. 아기들은 '고기'만 보면 환장하잖아, 물론 내가 어렸을 때도 그랬지만. 태형 쌤은 딱 그런 아기 같았다. 귀여워…

"와, 오늘 급식 역대급으로 대박인 것 같아요! 진짜 다 맛있어!"

"그니까요, 그니까. 와…너무 행복해요,"

더 자세히 말하자면 '태형 쌤과 이 맛있는 급식을 먹어서 행복하다'가 맞는 것 같다. 내가 학생 때를 다 통틀어도 지금보다 행복하게 급식을 먹은 적은 없었던 갓 같은데…태형 쌤이랑 먹으니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 중 하나가 뚝딱, 완성됐다.

나와 태형 쌤이 행복에 잠겨 열심히 밥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어떤 애가 우리 쪽으로 달려오더니 태형 쌤 머리 위로 우유를 부었다. 뭐야, 이 새끼는.

"좀 닥쳐요. 교사가 존나 민폐 되게 뭐 하는 거야,"

"어…어, 미안하다,"

어이가 없었다. 우리는 꽤 조용하게 떠들면서 밥을 먹고 있었고 태형 쌤보다는 내가 더 시끄러웠는데 왜 태형 쌤한테 그래? 왜 내가 힘들게 만든 데이트를 방해해? 짜증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야, 니 뭔데 사람한테 우유를 부어? 너 몇 학년 몇 반이야? 어?"

"야, 기간제. 나 몰라?"

"ㅁ, 뭐? 야?"

아니, 내가 기간제는 맞지만 저건 선 넘는데? 내가 누구냐고 물어봤는데 지 누군지 모르냐니. 모르니까 물어보지, 새끼야. 싸가지가 너무 없는 거 아니야? 가뜩이나 우짅 쌤한테 우유 부은 애라 짜증이 났는데, 나한테 반말이나 하는 얘가 진짜로 죽이고 싶을 정도로 짜증이 났다.

"나 이사장 손잔데? 진짜 나 몰라?"

"…이사장님 손자라고?"

젠장. 그러면 징계도 못 먹이잖아. 이보다 멍멍이 같은 상황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아야 되는데, 참아야 되는데. 참기가 너무 힘들었다.

"야, 니가 아무리 이사장님 손자여도, 선생한테 우유 붓는 건 잘못된 거 아니야? 어?"

"풉. 태형 쌤. 제가 잘못한 거예요, 이거?"

"어…그게…"

"내가 우유 부어서 화났냐고요."

"아, 아니? 괜찮아…"

"봐요, 정국 쌤. 내 잘못 아니라잖아. 왜 태형 쌤도 괜찮다는데 나서요?"

아니, 태형 쌤이 진심으로 괜찮다는 게 아니잖아. 나는 이러다가는 일이 더 커지겠다는 것을 인지하고 대충 미안하다고 하고는 태형 쌤을 화장실로 데리고 갔다.

"…괜찮으세요?"

"아, 네네. 괜찮아요."

"…태형 쌤, 그거 새 옷이라고 아침에 자랑했잖아요. 근데 괜찮아요?"

"네, 괜찮아요. 근데요, 정국 쌤. 쌤은 제 말 왜 그렇게 잘 기억해요?"

"그야, 태형 쌤이 하는 말이니까, 당연한 거 아니에요?"

"저 좋아하세요?"

아, 아니. 내 예상에서는 이렇게 빨리 내가 태형 쌤을 좋아하는지 밝히는 것이 전혀 없었는데? 어떻게 안 거지? 설마 내가 태형 쌤 말이니까 당연히 기억하는 거라고 한 그게 잘못된 건가? 그게 아니면, 그 미친 애가 태형 쌤 머리에 우유 부었을 때 편을 들어주어서 그게 티가 났나? 아니면 뭐지? 아니, 그건 됐고. 이거 좋아한다고 말해야 되는 거야, 말아야 되는 거야?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그런데 나는 느꼈다, 이미 내 두 볼이 빨개져서 들켰다는 것을.

"어떻게…아셨어요?"

"헐, 저 그냥 찔러본 건데."

"…뭐요? 저 가지고 놀아요? 재밌어요? 태형 쌤 그렇게 안 봤는데 어떻게 본인 좋아한다는 사람한테 그래요? 저는 태형 쌤이 착하시고 잘생기시고 그런 줄만 알았어요. 왜 사람 속여서 이렇게 만들어요, 왜요? 진짜 싫어,"

"푸흐- 정국 쌤, 제가 왜 정국 쌤을 가지고 놀아요, 저도 쌤 좋은데?"

"…거짓말. 진짜 너ㅁ…"

나 말 안 끝났는데, 태형 쌤이 내 입속으로 본인의 혀를 집어넣었다. 깜짝 놀랄 정도로 갑자기. 근데, 좋았다. 마냥 좋기만 했다. 나 첫 키스인데, 태형 쌤은 아닌 것 같이 진짜 잘했다, 내가 못하는 것이 조금 부끄러울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