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집

우리의 페이지를 책에 새기다 前篇

Gravatar

머리말


항상 서점에 들렀다 가는 그 남자.


말랑공 씀.




*본 글의 소재는 영광스럽게도 츄러슙 님께서 주신 소재입니다.




  따뜻하지만 어딘가 시린 가을 바람이 불어온다. 벌써 가을이구나. 시린 바람에 날린 낙엽들이 서점 앞에 널브러져 있다. 주황빛으로 물들어간 서점 앞 시멘트 바닥. 어쩐지 물감으로 그려낸 것 같아 치우기가 애매해진다. 그러나 사장님께서 나오시며 낙엽을 치우라고 말씀하신다. 일개 알바생일 뿐인 나는 그런 사장님의 말씀을 잠자코 들으며 서점 앞에 널브러져 있는 주황빛 낙엽들을 빗자루로 쓸어버린다. 아아, 아쉽다.


  “아쉽네요.”


  누군가 내 생각을 읊기라도 한 듯 아쉽다는 말을 내뱉는다.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는, 익숙한 목소리를 가진 사람은 대체 누구일까. 이미 짐작이 가지만 확신하고 싶어 뒤를 돌아본다. 아, 역시나 우리 서점 단골손님이신 김남준 씨다. 그는 오늘도 베이지색 코트를 걸치고선 서 있다. 따뜻하고도 시린 가을과 잘 어울리는 색이다. 그는 오늘 어떤 책을 사러 왔을까.


  “저도 아쉽다고 생각해요. 마침 저희 서점과 딱 잘 어울리는 주황빛인데 말이에요.”


  “또 사장님께서 시키셨군요.”


  “맞아요. 그나저나 요즘에 되게 자주 오시네요. 평소에도 자주 오시긴 하셨지만…”


  “가을은 책을 읽는 계절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흐음, 들어 본 적 있는 것 같긴 해요. 아무튼 들어오세요. 따뜻한 가을 바람도 제법 시리니깐.”


  그는 서점에 들어오자마자 최근에 출간된 책들이 모여있는 곳 앞에 선다. 나는 평소와 똑같이 카운터에 서서 그가 책을 골라오길 기다린다. 이번에는 어떤 책일까. 그가 골랐던 책들 중 궁금해서 읽어본 게 꽤 있었는데 전부 다 괜찮은 책들이었다. 책 보는 눈은 정말 좋다니깐. 내가 턱을 괴고서 책을 고르는 그를 바라보고 있을 무렵 따스한 햇살이 그를 비췄다. 책을 고르는 그는 여전히 아름답고 멋지구나. 가을이란 계절과 정말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그는 책을 다 골랐는지 신중하게 고른 한 권을 카운터에 올려놓는다. 이번에는 한 권이네요? 항상 두 권 이상 사시더니. 그는 내 말에 그저 방긋 웃을 뿐이다.


  “다음에 또 오세요, 남준 씨.”


  “내일 또 올게요, 다희 씨.”


  그는 따스하고도 시린 가을 바람을 맞으며 서점을 나간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그는 언제나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내딛을 때면 온몸이 무거워지는 것만 같다. 뒷모습만 봐도 책을 고를 때와 너무나도 달라 보인다. 책을 고를 때만 해도 참 신나 보였는데, 이상하게 집으로 향할 때면 왜인지 붙잡고 싶어진다. 가지 말라고. 그도 그것을 바라는 것처럼 보인다. 가기 싫다고. 그러나 전부 내 느낌일 뿐. 나는 그저 흩날리는 주황빛 낙엽을 바라본다. 아, 또 쓸어야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