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집

우리의 페이지를 책에 새기다_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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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가을 바람이 그와 나를 에워싼다.


말랑공 씀.




*본 글의 소재는 영광스럽게도 츄러슙 님께서 주신 소재입니다.




  쓸쓸했던 가을 바람이 불어왔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십 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그는 꽤 유명한 작가가, 나는 출판사 직원이 되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달라진 게 있다면 그저 단골 손님과 서점 알바생이었던 사이가 연인 사이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와 내가 연인 사이가 되기까지 꽤 오래 걸렸다. 서로를 배려하다가 고백이 미뤄지고, 또 미뤄지다가 결국 내가 먼저 용기를 내어 고백했다. 그랬더니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흔쾌히 사귀자고 말했고 쓸쓸했던 가을 바람이 따스해지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네, 여본데요~”


  “남준 씨. 또 그 장난이에요? 그러면 내가 또 막 웃으면서 좋아할 줄 알았어요?”


  “피식 피식 웃으면서 그 말하면 아무런 효과도 없거든요, 다희 씨.”


  “네? 제 얼굴이 보여요?”


  “뒤돌아봐요.”


  나는 그의 말에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그가 핸드폰을 흔들며 보조개를 품고서 나를 향해 다가왔다. 뭐야, 여긴 웬일이에요? 내가 의문스런 표정을 하자 그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저 작가잖아요, 그리고 여긴 출판사고. 나는 그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그에게 다가가 안겼다. 그는 나보다 15cm 정도 더 커서 그와 나 사이에 딱 설레는 키 차이가 완성되었다. 사실 그가 이곳에 왜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일에 지쳤었는데 그를 봤다는 것에 너무나도 기뻤을 뿐. 그는 안겨 있는 나의 뒷머리를 쓰담더니 달달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오늘 많이 힘들었죠.”


  “그랬는데, 남준 씨 얼굴 보니까 하나도 안 힘들어요.”


  “하하, 왜 이렇게 스윗해요?”


  “남준 씨 한정이에요!”


  “귀여워라.”


  그는 달콤한 말을 속삭이며 내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 순간 따스한 가을 바람이 불며 그의 베이지색 코트가 단풍잎을 머금고 휘날렸다.


  “사랑해요, 다희 씨.”


  “나도 사랑해요.”


우리의 페이지를 책에 새기다_외전_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