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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디디디 띠디디디 -
귀가 따가울 정도로 크게 울려대는 알람 소리 때문에, 오늘도 너를 제대로 배웅해주지 못했다. 신기하게도, 넌 내가 잘 때만 날 찾아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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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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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움.. 잠에 들었던 걸까. 늘 그래왔듯 같은 공간에, 이곳이 어디인지 정확히 모르겠다. 꿈인지 혹은 현실일지 모를 이 공간은, 마치 이상과 현실의 경계점 같다. 내 볼을 꼬집어 봐야겠다. 아야 -! 쓰흡.. 아프다 못해 눈물이 핑도는 걸 보니, 그래, 현실이었다. 꾀죄죄한 옷과 쓰레기들이 가득한 나의 자취방.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있는 사람.. 잠깐, 사람이라니? 서서히 눈을 따라 시선을 올리며 얼굴을 본 나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지..ㅈ, 지민아.. 날 떠나버린 네가 여기 있다는 건.. 이건 평소처럼 그저 꿈일 뿐인걸까? 생생하디 생생한 꿈을 통해.. 널 회상하는 걸까. 아니, 이건 현실이다. 지민이가 웃고있다. 그 전의 꿈에선 볼 수 없던, 너의 미소였다.
" 안녕, 여주야. 오랜만이지..? 보고싶었어, 우리 여주. "
지민아.. 보고싶었어. 나, 네가 너무 그리웠다? 너무 힘들어. 나도, 널 따라 떠나버리면, 널 볼 수 있을까? 내게 전부는 너인데. 왜 진작 꿈에서 웃어주지 않았어, 왜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던 거야.. 네가 웃는 모습이, 우는 모습이, 기뻐하는 표정.. 하나하나 기억이 나는데, 내 앞에 네가 없었어.
" 미안.. 힘들었지.. "
" 앞으론, 자주 올게. 여주야. "
" ㅈ.. "
그녀가 답하려고 한 그 순간이었을까. 희미하게 들려오는 세탁기의 큰 알림소리와 철컥거리는 소리에 그녀의 감겼던 눈이 떠졌다. 눈물이 촉촉히 젖어들어 있는 그녀의 눈은, 너무나 슬퍼보였다.
" .. 지민아? 지민아.. 지민아!.. 어디, 어디갔어.. 미안해, 내가 미안해.. 다시 보고싶어. 응? 어디간거야.. 자주 온다며!.. 내 눈앞에 있었잖아,. 여기, 내 눈앞에.. 네가 있었잖,아... "
마치 꿈에서 본 그가 실제로 있었던 것처럼 행동하는 그녀는 매우 불안해 보였다. 비쩍 마른 나뭇가지같은 손과 발은 덜덜 떨리고 있었고, 오랜 기간 깎지 않은 듯이 보이는 그녀의 손톱은 물어뜯기고 있었다. 다른 손톱에 비해 검지의 손톱이 짧은 걸 보아하니, 아마 자주 물어뜯었던 것도 같았다. 눈은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고, 누워서 계속 꿈에서 그가 있었던 곳을 향해 손을 뻗기도 했다.
그것도 잠시, 그녀는 무언갈 결심한 듯 보였다. 무슨 심산이었는지 옷을 챙겨입기 시작했다. 머리는 기름져 쩍쩍 갈라져 있엏고, 몸에선 냄새가 났지만 전혀 신경쓰지 않는 듯 했다. 모자를 쓰고 롱패딩을 입은 그녀는 빠르게 뛰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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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온 그녀의 손에는 약봉지 하나가 들려있었다. 그 표지에 쓰인 이름은, 수면제였다. 상당히 많아보였는데, 그 여자는 쓰레기 더미 근처에서 찾아낸 생수와 함께 벌컥 들이키고선, 다시 침대로 가서 중얼거렸다. 지.. 민이를 만나야.. 해.. 사과.. 해야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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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여긴, 그래! 지민이가 있는 곳이야. 몸도 아프지 않은 걸보니, 여긴 내 생각대로 꿈 속인 것 같다. 아, 아니지. 지민이가 함께하는 나의 현실이지. 뭐, 상관없다. 내 사랑만, 지민이만 내 곁에 있다면 행복하니까. 근데, 여기 뭔가 익숙하다. 푸르디푸른 하늘과 화분에 심어진 작은 화초들. 그 사이의 테이블과 의자. 어, 어? 이 곳은, 지민이와 처음 데이트한 날에 온 카페이다. 절대 잊을 수 없는, 행복한 곳.

지민아!
... 지민이가 보였다. 어딜 보고 있는 걸까. 날보며 한번만 웃어주지. 허공을 바라볼 게 뭐람.. 저 모습도 잘생겼어. 내 남친. 안아주고 싶다. 눈물이 도는데, 넌 내가 울면 속상하댔으니까 참을거야. 그래도 뒤에 서서 한번쯤 안아주는 건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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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두통에, 지민이에게 말도 붙여보지 못했다. 깨어나보니, 이 곳은 더 이상 카페가 아니었다. 요리학원 건물과, 공원사이의 횡단보도가 있는 이 장소도.. 익숙했다. 가슴이 쓰라려오고, 심장이 옥죄어지는 기분. 머리는 터질 것만 같아 숨이 가빠온다. 호흡하기 힘들어져 눈을 서서히 감았다 떴다.
천천히 움직이는 눈꺼풀, 그녀는 잠에서 깼다. 꿈을 오래꾸지 않은 듯 했다만, 여주는 상당히 오랜시간 잠에 들어있었다. 지민이라는 남자에게 집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건 아니었다. 지민이란 그 사람은, 그녀를 데릴러 오다가 그녀가 보는 앞에서, 대형트럭에 치여 사망한 그녀의 남친이었다. 여주는 지민의 사망이 제 탓이라 치부했다.
어쩌면 다시 볼 수 없는 이를 만나려고, 자신의 이루어질 수 없는 소원을 잠시나마 이루기 위해, 그녀는 한낮의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