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모음집

그 사람은 항상 내게 진심이었다 (1)






눈 내리는 추운 겨울날.

우리는 한 카페에서 헤어졌다.

그렇게, 4년간의 뜨겁던 사랑에 마침표가 찍혔다.




























나는 헤어지자는 그 말을 듣고는
그냥 그 자리에서, 알겠다고. 그러자고 얘기했다.

딱 한번, 연애하던 기간 우리가 헤어지면 어떻게 될까 얘기를 해 보았었다.

아마 그 날이 되면 엄청 울겠지, 힘들어서 못 버티겠지 그러면서
절대로 헤어지지 말자고, 우리 끝까지 가자고 얘기했었다.

근데, 그 말이 무색하게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다.

아니, 어쩌면 너무 슬퍼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저 이 상황이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나에게는 꿈만 같아서
그래서 그랬을거다.

너무 슬프면 눈물도 안난다는 그런말이 있는 것 처럼.

그렇게 이별을 고한 그와 헤어지고 나서, 집으로 걸어왔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이게 무슨 상황인지도 인지할 수 없었다.
마치 모든게 다 멈춘것처럼.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서 하나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런 친구 세계에게 전화를 했다.






- 어, 우리 쭈~ 무슨일이야?!

- 세계야

- 어이구, 쭈 목소리 왜그래. 왜, 호석씨랑 싸웠어?

- 나 헤어졌다

- ....ㅇ.. 어?

- 반응 왜그래ㅋㅋ 아니 나 근데 신기하게 아무렇지도 않다..?

- 괜찮은거 맞냐? 어디야 내가 갈까?

- 됐어. 오긴 뭘 와, 너 피곤할거 아냐

- 그게 문제냐. 아니다 지금 갈게, 집에서 딱기다려













그렇게 한손에는 술과, 다른 한손에는 먹을거리를 잔뜩 사들고 온 세계였다.














photo
''여주야, 이 언니왔다~''
''뭐야, 우리 쭈 자나?!''






''에이.. 자면 재미 없어지는데...''
''서여주우 일어나라아-''

''아으.... 왔냐..''

''누가 밥도 안먹고 자냐!!
얼른 나가자, 우리 쭈''



















--------------------------------------------------------------------------------------------------------------




















그렇게 여주를 깨워 데리고 나와서는
사온 것들을 펼쳐놓고 하나씩 얘기를 하는 둘이었다.



''왜, 도대체 왜 헤어졌는데. 좋았잖아, 안그래?''

''나도 그런줄 알았지.
근데, 헤어지자면서 같이 하던 말..''

''설마 그거냐...?
아니잖아, 아니었잖아''

''돈... 그거 보고 만났대''

''호석씨가 왜.. 너 표정보면 알잖아''

''봤지.. 봤는데... 나도 모르겠다''

''왜, 왜 모르는데. 천하의 서여주가 모르는게 어디있다고''

''나도 다 아는 줄 알았지.
근데, 4년동안 정말 거짓말 안치고 한번도 못 본 얼굴이었어..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뭐, 그냥 놔줬다고?!
그게 말이 되냐고, 왜 그랬는지 붙들고 따졌어야지''

''그래봤자 뭐하냐, 그냥 이런 운명이구나 하고 살지 뭐..''

''짐은.. 언제 뺐는데...''

''어제까지만 해도 있었으니까.. 오늘 아침에 뺐을거야''

''아니 근데 너 진짜 괜찮은 거 맞어?
말을 해 봐, 말을.
언제까지 맨날 그렇게 혼자서만 알고 있을건데''

''세계야... 세계야..''































































나 하나도 안 괜찮아.
이게 뭔지 하나도 모르겠어..
아파 죽을 것 같어.... 끕









그 말과 함께 눈물이 터진 여주였다.
그에 아무 말 없이 꼭 안아주는 세계였고.































--------------------------------------------------------------------------------------------------------------

그렇게
다음 날 아침




''아흐... 머리야..''

''일어났냐?''

''안갔네..''

''이거이거, 나 가길 원했네?''

''왜 지 혼자 난리야 진짜''

''어이구, 알았네요. 얼른 밥먹게 나와라~''














''하.. 머리야. 언제 가서 사왔대?''

''전정국 시켰지 뭐ㅋㅋㅋㅋ''

''아.. 같이 먹고 갈 것을 뭐하러 갔대''

''됐네요, 여자들끼리 먹는거지 뭐''

''너 전정국한테 얘기했냐...?''

''에이, 나를 뭘로 보는거야. 그런거 얘기 안하지''

''그래... 얘기 안했으면 다행이지''

''얼른 먹어, 얼른. 너 어제 엄청 달렸다??''

''누가보면 나만 먹은 줄 알어, 자기도 엄청 먹었으면서''

''난 별로 먹지도 않았거든?! 됐고, 식는다 빨리 먹읍시다''

''그래.. 먹자''


















''쭈.. 나 뭐 하나 물어봐도 돼...?''

''낯간지럽게 왜 이래, 그냥 얘기해''

''진짜한다.. 너 막 방금 먹은거 체할 수도 ㅇ.. 아니다''

''아 뭐야, 더 궁금하잖어. 빨리 얘기 해봐봐''

''아니... 그냥.. 호석씨 짐 언제 빼갔는지..''

''아.. 난 또 뭐라고. 어제 오전에 빼 갔을거야.
저녁에 왔는데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그나저나 너 안 갈거냐?''

''그래. 이 언니 간다 가
저녁에 또 올테니까 무슨일 있으면 전화하고''

''저녁에 오긴 뭘 와. 집으로 안 들어가?!''

''내가 너를 어떻게 혼자 두겠냐고''

''어후, 이제는 멀쩡하거든?''

''멀쩡하기는, 또 혼자 그럴거면서''

''안그러니까, 제발 좀 오지말자 응?''

''이번만이다..''

''알았어, 얼른가. 늦겠다 너''

''그래그래, 나 간다- 전화해''

''엉냐, 옷 잘 입고 다니고''
























그렇게 세계가 갔다.
뭐, 물론 병원 출근 때문에 내가 급하게 보낸건 맞지만.

무릎을 꼭 끌어안아 소파에 앉았다. 그러고, 텔레비전을 틀었고..
그냥, 시끄러운게 싫어서, 그래서...

























어쩌면 여주의 습관일지도 모르는, 속마음을 숨기는 일.
그 속마음을 털어놓은 사람이 딱 3명있,
아니 어쩌면 이제는 2명일지도 모르지만..



photo
부모님들과의 사이도 좋아 어렸을 적 부터 친해졌던 전정국.




photo
고등학교에 들어가 처음으로 차갑던 여주에게 다가와준 한세계.




photo
옆에 없지만, 마음속에는 크게 자리잡아 있는 정호석.






이 세명은 여주에 대해 모르는게 없다 할 정도로
여주가 많이 믿고, 의지했던, 아니 지금도 의지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어렸을 적 부터,
그저 자기 부모님이 세계 제일 유명한 회사의 대표들이라고,
그래서 친구들이 많이 달라붙었을지 모른다.
그저 ''돈''이라는 그 한 글자만 보고.

어쩌면 여주는, 그저 자신이 사줄 수 있는 거니까 그래서 사 주었던 건데,
오히려 그걸로 여주에게 더 돈만 보고 와서
어느 순간부터는 여주도 애초에 친구들에게 다가가지 않고,
그저 정국이만 두고 혼자 보내왔다.

친하게 지내고 싶다며 다가온 친구들도,
사랑한다고 사귀자고 다가온 남자들도,
모두 지금 사회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돈 하나를 보고 다가왔어서.




그렇지만, 그런 여주에게 처음으로
진심으로 다가온 친구가 세계였다.

여주도 처음에는 물론 다 가식이라 생각하고 쳐 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옆에서 계속 챙겨주는 세계에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되고,
중학교에서 만났던 아이들이 고등학교도, 심지어는 대학교도 같이 다녔다.
그렇게 평생을 둘만, 아니지 정국이와 셋이 지냈다.

그러던 와중, 세계처럼 처음으로 진심으로 다가와준 사람이 호석이었고
처음으로 부모님에게서도 못 받아본, 그런 사랑을 준 사람도 호석이었다.
그러기에 더 믿었을 여주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셋에게도 가끔은 속마음을 숨기는 여주였다.
그냥 습관처럼, 자기 힘든건 자기만 알고 있으면 해서.

그래서, 어제 세계 앞에서도 겨우겨우 힘들다는 얘기가 놔왔을지도 모른다.
오늘 아침, 또 아무렇지 않은 척 해도 자기 마음을 들킬까 봐.
흔들리는 눈빛을 애써 감춰버리며 세계의 눈을 마주보는 여주였다.
 

























--------------------------------------------------------------------------------------------------------------
 


























그렇게 1주일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
어쩌다 보니 정국이도 알게 되고, 집에 자주 찾아오는 둘이었다.
그렇게라도 와야 밥을 먹는 여주였기에.













띵동-

이날도 어김없이 찾아온 정국이었다.




''서여주, 밥 좀 먹었냐''

''그만 오라니까...''

''뭐래, 빨리 일어나봐. 오늘도 죽 싸왔는데''

''오늘은 진짜 아니야.. 이따가 먹을게''

''그럼 좀 더 쉬고 나오든가. 나가 있을게''

''기다리지 말고, 알았지?''

''됐어, 나 알아서 해.''












조금 누워있다가는 정국을 먼저 보내야 할 것 같아
몸을 일으켜 나가는 여주였다.





''ㅇ..어, 형. 나 이따가 다시 전화할게''

''누구길래 그렇게 놀라..''

''아... 아 그냥 아는 형. 얼른 가 밥 좀 먹자 서여주''

''나 알아서 먹을테니까 좀 가라..''

''오늘 낮에 먹은거는, 있어 없어?''

''.....''

''봐, 그래놓고 뭘 알아서 먹어. 얼른 앉아봐''

''조금만...''








그렇게 정국이 준 죽을 떠 겨우 목으로 삼키는 여주였다.
한편 그 앞에 앉아 여주를 바라보는 정국이었고.









''계속 회사는 안나가고 집에서 할거고?''

''좀 괜찮아지면, 그때 나가야지..''

''그래.. 얼른 좀 먹어라''




그렇게 몇입이나 겨우 먹었을까,
급하게 화장실로 가는 여주였다.



''서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