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모음집

죽은 와이프가 4년만에 돌아왔다 (完)










그렇게 태형의 무릎을 베고 누워서는,

태형이 그동안 써왔던 태은이의 성장일지를 보고는 괜스레 투명한게 고이고

애써 꾹 참아봐도, 참아지질 않아서.

그렇게 한번 더 울고나니, 드디어 오래오래 기다려왔던.

태은이가 오는 시간이 되었다.








자기가 없는동안에도 잘 커준 태은이가.

그동안 태형오빠, 즉 아빠부터, 태은이 할머니 할아버지. 지민씨. 석진씨.

그리고 다른 모든 사람들로부터.

엄마인 나보다도 더 많은 사랑을 주어서 잘 자랄 수 있었던 태은이를.









어쩌면, 다시 볼 수도, 만질수도, 목소리를 들을수도 없어서.

그래서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자기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태형이와 태은이 둘 다..







죽어서 여주가 본 것은 온통 검은색으로 둘러싸인 길고 긴 터널속에서

어둠이 조금 익숙해졌을 때 보이던 자신.

고개를 내리면 보이는 자신의 손, 팔, 다리, 신발 등.


죽어서 여주가 만져본 것은 고작 자기 자신.

그 어둡고, 길고 긴 터널속에서도 만져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어서.


죽어서 여주가 들은것은 자기가 내는 소리.

태형이 너무 보고싶어서, 자기가 낳은 딸이 너무 보고 싶어서.

그래서 울기만 했던 소리 말고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그 컴컴하고, 길고 긴 터널속을 4년간 방황하면서.

다시 만날 수 없을거라는 것을 잘 알아서.

그래서 뭐라 얘기 해 줘야 할지,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


태은이가 나를 나쁜 엄마라고 생각하고 있진 않을까.

내가 누군지 못 알아보면 어떻게 할까.

아주, 아주 혹시나 그동안 엄마가 없다고 손가락질을 받지 않았을까..

물론, 아닐거라고 확신하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괜히 불안함에 태형의 팔을 살짝 잡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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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가만히 눈을 맞춰주는 태형이었다.

걱정하지 말라고. 태은이는 여주 알아볼 거라며 그런 확신을 주는 얼굴.














그 뒤로 이어진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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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 가서 데려올게. 걱정하지 말고 울지말고 있어야 돼, 알았지?''

''나 안그래, 갔다와ㅎ''
















그렇게 태형이 나갔다.

그 뒤로 나도 화장실을 향했다.

지금이야 이렇게 한다고 하더라도 뭐가 바뀌겠냐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우리 딸 처음 보는 건데.

차마 이런 얼굴로 마주하기는 싫었다.

뭐, 물론 태은이 보면 또 눈물 터질게 뻔하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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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 나오셨어요?ㅎ''

''아빠아-!!''
 
''우리 딸 왔어?ㅎ''

''아 맞다, 선생님 내일부터는 태은이도 같이 집으로 하원 가능할까요?''

''엇, 오늘처럼요?''

''넵ㅎ 태은이 엄마 들어왔거든요. 치료 다 받고''





마지막 말은 태은이에게는 들리지 않게.

태은이의 선생님 귀에 대고 말한 태형에,

궁금하다는 듯 옆에서 계속 알려달라 조르는 태은이었다.




''우리 딸은 이따가 집 가서ㅎ 얼른 선생님께 인사하세요''

''피이... 안녕히 가세요..''










자기한테만 안 알려줘서 삐졌다는걸 입을 쭉 내밀어 표현한 태은에게

쪽- 하고 입을 맞춘 태형이다.








''아니, 왜 태으니는 안 알려주는데에''

''집 가서 얘기해 줄게. 태은이 엄청 놀랄텐데?!''

''선물있나....?!''

''선물보다도 엄청엄청 좋은거지.
아무래도 태은이 생일선물로 나타나서 놀라게 해 주려 했나보다...ㅎ''

''베에- 맨날 얘기 안해줘''

''가자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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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형이 나가고 난 뒤로,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향하던 여주.

그래도 사진으로 태은이를 봤다지만, 실제로 보는건 다르기에

안방에 있는 창문으로 저기 아주 멀리 보이는 태은이를 본 여주였다.





''하아....''




태은이를 보고는, 그동안 너무 흘려보내서,

더 나올게 있나 의심될만큼 많이 흘렸던 눈물이

또 다시 여주에 눈에서 나오고 있었다.


그 눈물로 인해 점점 흐려지는 태은이를

어떻게든 보려고 계속 닦아내보는 여주였다.


그렇게 보이지 않을 때까지 보고있다가는,

눈앞에서 사라진 태형과 태은에. 곧 올라올 거라는 걸 인지하고

급하게 화장실로 들어가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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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압빠. 이 신발 누구꺼야?!''

''일단 태은이 가방부터 벗고, 손도 씻은 다음에''

''치, 맨날 태으니한테만 얘기 안해줘''

''그래도, 이거 다 해야 얘기해 줄거야. 안돼''

''우리 압빠 시러''


''너 아빠한테 그 얘기 하면 안될걸? 선물 안주ㄴ..''

''아, 아라써!! 아빠 조아,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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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진짜. 누굴 닮았나 몰라ㅎ''

''아빠 닮았지, 모''

''얼른 손 씻으러 가자-''














그렇게 가방을 내려두고, 손도 씻고 나와서는

태은이에게 했던 말과는 다르게

옷까지 갈아입히고 나서야 얘기를 꺼내는 태형이다.





''태은아, 아빠 딸''

''빨리 빨리이!!''

''방에 들어가면 태은이가 엄청엄청 오래 기다렸던 사람이 있을거야.''

''진짜로?! 나 빨리 들어갈래''

''얼른 들어가봐ㅎ''






그래도 엄마 왔다고 얘기 해 주기 전에,

얼굴만 보고 여주라는 걸 알아차리길 바랬는지

별다른 말은 안하고 태은이만 방에 들여보내는 태형이다.
























아빠, 아무도 없는데?! 라며, 방에 들여보낸 태은이가 밖으로 나오며 얘기했다.

그에 태은이와 다시 같이 들어간 태형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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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아무도 없는데?! 라며 얘기하는 태은이의 목소리가.

아니, 사실은 그 전부터 들렸는데

태은이의 목소리를 들어서, 그동안 참았던 눈물이 더 터진건 아닌가

내가 너무너무 보고싶었는데, 목소리라도 들으면 좋겠다 했는데.

막상 들으니 눈물밖에 나오지 않았다.

너무 미안해서, 너무너무 너무 미안해서.

차마 나가지도 못하고 울고만 있었는데, 그랬는데..




''여주야...''



태형이 와서는 꼭 안아주었다.

괜찮아, 괜찮아, 응? 그러면서 가만히 등을 토닥여 주었고,

그 품에서 더 서럽게 울었는데...




''엄마아...?''




그 고사리만한 손으로 내 손가락을 조심스레 잡으면서

올려다보는 태은이었다.




한순간 잘못 들은건가 싶어 태형을 올려다보니,

태은이가 엄마 알아봤네...ㅎ 라며 놔주었다.

동시에 태은이의 눈높이에 맞춰 쭈구려 앉았고.



''태은아... 태은아..''

''진짜 엄마야...? 진짜 태으니 엄마야?!''

''응... 태은이 엄마네..끅''


















그 뒤로 태형의 말에 어찌저찌 방으로 들어온 셋이었고,

침대에 앉아서는 태은이를 꼭 안은 여주였다.

여전히 눈물샘은 마르지 않고 계속 흐르는채로.



''미안해.. 미안해 태은아...''

''진짜로.. 진짜 태으니 엄마야?''

''으응... 끅''

''엄마 이제 아야 안해? 다 나아써...?''

''응, 엄마 다- 나았어.. 엄마 이제 괜찮아''

''그러면.. 그러면... 엄마 이제 계속 태으니랑 같이 있어..?''



자기와 같이 있을 거냐는 그 질문을 하면서,

목소리가 많이 떨리는 태은이었다.



''응, 엄마 어디 안가고 이제 태은이랑 계속 있을게.
엄마가 너무 늦게왔다... 미안해, 미안해 태은아''











자기와 계속 함께 있겠다는 여주의 말에.

그동안 참아왔던 눈물이, 안겨있던 여주의 품에서 터진 태은이다.



어쩌면, 그동안 아빠에게 엄마 얘기를 꺼내면서도 많이 힘들어 했을지도.

아무렇지 않은 척 넘겨도 많이 보고싶었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에게는 차마 털어놓지 못했던.

속으로만 꾹 참아왔을 태은이가.

그런 태은이가, 오늘만큼은, 엄마 품에서 펑펑 운다.


왜 이렇게 늦게 왔냐고.

왜 전화 한번 안 해줬냐고.

왜 한번도 태은이 보러 안 왔냐고.

엄마 늦게와서 밉다고.

너무너무 보고싶었다고.

아빠한테는 얘기 안했는데, 정말 너무 보고싶었다고. 만나고 싶었다고.

그저 5살로서 부릴 수 있는, 그런 투정을 부리며 펑펑 울었다.

평소의 의젓한 모습은 다 사라지고, 그저 엄마의 딸로서.

어린 아이로서 엄마에게 짜증같으면서도 사랑인, 그런 투정을.



태은이가 펑펑 우는 모습에, 여주는 미안하다며.

엄마가 우리 딸 많이 보고싶었다고.

전까지는 차마 죄책감에 이름만 불렀지만,

우리딸이라고. 엄마 딸이라고 부르며 지금보다도 더 꼭 안아주었다.

그리고, 울지 않으려 하고.

자기가 울면, 그게 더 미안해서.

안그래도 미안한데, 더 미안할 것 같아서, 그래서.












그렇게 시간이 꽤 흘러

진작에 울음은 그쳐 좀 괜찮아진 여주와.

그 품에서 펑펑 울다 그대로 잠든 태은이.

그 옆에서 한 손으로는 여주 어깨를 감싸고,

남은 한 손으로는 태은이 발등을 손가락으로 쓸어보는 태형이다.


''태은이... 이렇게 우는거 처음이네..''

''그동안 많이 참았네, 우리 태은이..''

''아빠한테 얘기 좀 해 주지.. 아무것도 몰랐네''

''그래도.. 그동안 잘 해줬으니까 이렇게 잘 컸지, 우리 딸ㅎ''

''아주 좋아 죽네, 우리 여주.''














































그렇게 그날 새벽.

아니 시간상으로 따져보자면 다음날 새벽.


잠 한숨 안자고 여주랑 태은이 자는 것만 보다가 나와서는

술도 꽤 마신 상태이다.

이 사실이 믿기지 않아서일지도.

물론, 여주도 그랬겠지만 다 기억나는 태형은 오죽했을까..


"기적" 기적이란 말이 있다.

정의를 내려보자면

1. 상식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기이한 일                                                            2. 신에 의하여 행해졌다고 믿어지는 불가사의한 현상

그리고, 아주 짧은 시간에 일어나는거. 그러고 나서는 사라질 수도 있는..


죽은 사람이 다시 돌아오는거,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다.

누군가에게는 기적일수도, 혹은 불행일수도 있겠지만

후자는 별로 없을 것이다.

그만큼, 그 사람을 많이 아꼈고, 사랑했기에.

여주가 다시 살아 돌아온것.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동안 여주가 어떻게 기억되었을지는 몰라도,

적어도 태형에게는, 태은이에게는 정말 기적같은 일이다.

그러기에, 태형이 더 두려운 것.

갑자기 기적처럼 나타나서는, 언제 갑자기 사라질 지 몰라서.

이렇게 다시 본거? 그거 너무나도 좋은데, 언제 못 볼지 모르니까.

그것때문에 차마 누구한테 말도 못하고, 혼자 술만 마시며 삼킨다.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물어도 웬 미친놈이라고 말할 일이 일어났으니까..

괜스레 불안해져서 술만 벌컥 마시는 태형이다.











여주가 깨서 나왔는지도 모르고.



''오빠아...''

방금 막 잠에서 깨어 잠긴 목소리로 태형을 부르는데..

''ㅇ...어 여주야, 계속 자지''

''어후.. 술냄새 진짜. 뭐 이리 많이 마셨어''

''그냥...ㅎ 왜 깼어?''

''그게 중요한가, 내가 분명 얘기 많이 했었을텐데. 술만 마시지 말라고.''

''오늘이 처음인데''

                          ''됐네요. 지민오빠랑 같이 먹을 때 아니면 술만 먹었을거면서.                                                             내가 모를까봐 그러나. 김태형 와이픈데''

''그러지, 우리 와이프지...ㅎ''

''그래서, 왜 혼자 마시고 있어, 응?''

''여주야아.. 우리 여주....''

''뭔일인데, 말 안할거야?''

''그냥.. 너무 좋아서. 그래서..ㅎ''

''그리고''

''그냥.. 무서워서... 언제 또 사라질지 모르니까''

''어이구, 우리 오빠 그동안 힘든거 말 못해서 어떻게 했대.''

''....여주야, 우리 여보오''

                                     ''나 안 사라져. 안 사라질게, 이제 평생 김태형 아내로,                                      태은이 엄마로 그렇게 남아 있을게. 걱정하지 말어, 응?''

''진짜지.. 약속했어''

''당연하지, 내가 약속 안 지키는거 봤나ㅎ''

''4년 전에, 그때는 안 지켰었으면서...''

''그래도, 다시 와서 이렇게 김태형 품에 안겨 있는데?''

''내가 못살아 진짜....ㅎ''

''자기야, 근데 비밀 하나 알려줄까?''

''뭔데?''

                                                       ''누가 엄청엄청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다시 만나서 너무, 너어무 좋은데 그 사람이 지금 술냄새가         엄-청 난대ㅋㅋㅋ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너무 사랑한대. 그 사람을                                 아, 그리고 그동안 고생했다고, 너무 수고했다고 전해주래.                          이제 옆에서 많이 지지해 줄 사람 생겼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안 사라질거라고. 그러니까 이제는 힘든거 다 털어놓으라고.''

''뭐야 진짜ㅋㅋㅋㅋㅋㅋ''

''왜애- 그렇게 전해주라는데 뭘''

''어이구, 그랬어요? 누가 그랬을까?ㅎ''

''음.. 술냄새 엄청 나는 사람한테 안겨있는 어떤 여자가?ㅋㅋ''

''그 여자한테, 나는 당신 엄청 미워했다고 전해줄래요?ㅋㅋㅋ''

''...진짜 나 밉지. 그래 나도 밉다 미워ㅡㅡ''

''밉기는. 사랑스러워 죽겠는데ㅎ''

''아직 안 풀렸어. 한번 더''

쪽) ''사랑해, 엄청 많이.''

''나도 우리 여보 엄청엄청 사랑해,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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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아는지 모르는지 잘 모르겠네                                                                여기다가 뽀뽀 몇번 해주면 알 것 같기도 하고ㅋㅋㅋ''

''어휴 진짜, 못말려

태형의 품에 안겨 다시 전처럼, 아무일도 없었던 것 처럼.

그렇게 여주가 돌아온 새로운 하루가 지나, 또 새로운 하루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맞이하고 있다.








이런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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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동안 여주가 없었던 4년동안에도,

매일매일 기적은 일어났을 것이기에.

나는 그렇게 앞으로도, 매일매일을 기적이라 생각하고

괜히 사라져 버릴까바 두려워 하지 않고,

하루하루 더욱 더 사랑하며 보낼 것이다.

기적은 매일 일어났고, 일어나고 있고, 일어날 것이므로.

내 옆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어느 하루도 낭비하지 않고, 기적을 안고 갈 것이다.

그게 무엇이 되었건, 항상 좋은일만 있을것이므로.

나는 그렇게 매일 새로운 기적과 함께 살아가려 한다.








''사랑해, 우리 남편ㅎ''

''나도, 내가 더 많이 사랑해. 우리 여주, 내 여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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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잘 지내셨나요..

예... 작가가 일이 있어 조금 늦었습니다아ㅠ

생각해 놓은 건 많은데, 쓸 시간이 없었어서..ㅠㅠ

금방 또 새로운거 들고 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