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모음

[석진/현대판타지] 능력을 잃은 마녀 - 후편



"그래서, 잘 다녀왔어..?"



레스토랑의 마녀가 햄찌, 아니 그녀의 손자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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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르르륵... 

그녀의 손길에 햄스터였던 손자는 마법이 풀렸다.
사람의 모습으로 변한 그녀의 사랑스런 손자, 
수빈이 천천히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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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능력은 타인을 둔갑시키는 것. 그녀를 닮은 건지, 그녀의 손자는 스스로 둔갑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마녀는 수빈이 더 애틋했다. 

수빈을 낳은 친모였던 마녀의 딸은 아들을 낳은 것이 부끄러웠는지, 아기를 엄마에게 맡긴 채 사라져 버렸다. 

마녀들의 영역에서 마녀들의 사회에 충성하며 살아온 그녀였지만, 딸이 두고간 아기를 그냥 둘 수 없어서 그녀는 정성껏 키웠다. 다행히 그녀의 능력은 수빈이를 토끼나 햄스터와 같은 작은 동물로 바꾸며 숨길 수 있어 매우 유용했다. 
 
이후, 더이상 이 곳에 살 수 없는 나이가 다가오자 그녀는 손자가 믿을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15살이 되자  마녀들의 영역 밖으로 내보냈다. 

단, 햄스터로 변한 모습으로 나갔던 것은 평상시 누군가를 만날때면 사람이 햄스터 모습으로 만났기에, 수빈이 나름 편안해 하는 모습으로 누군가를 찾으려 했던 것이었다. 다만 수빈이는 그 모습으로 나가면 야생동물들이 업신여길 수 있음을 잘 알지 못 했다. 

자신의 원래의 모습을 보여줘도 괜찮은, 믿을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나는 것.. 그것이 수빈이 마녀들의 영역 밖을 돌아다니게 된 이유였다.



"어.. 잘 다녀왔어."



수빈의 말에 마녀가 다시 묻는다. 



"어떻게 할꺼니..? 너.. 성인이 되기 전에 떠나야해"


"... 떠날께... 그 형이 사는 곳으로 가려고.."



수빈은 할머니와 곧 헤어져야한다는 생각에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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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그리고 일주일 뒤,

며칠전 돌아온 막내 때문에 북적거리는 마녀의 집, 정확히는 마녀 아들들의 집에 누군가가 찾아왔다. 


누구...?


석진이 문을 열자 문앞에는 수빈이 서있었다.
수빈은 석진을 보자마자, 빙그래 웃었다. 



"석진이 혀엉~~ 저 햄찌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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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찌...??


석진의 눈이 커졌다가 수빈을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알겠다는 듯 방긋 웃었다.. .

 

"...너도... 마녀의 아들이었어...?
 아무래도 너와 깊은 얘길 좀 나눠야겠군.. ㅎㅎㅎ

그런데 ... 혼자 온 거지..?"



수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할머니는 포털 밖으로 나오지 않으셔.."



아... 할머니... 불현듯 그 날 일들이 떠오르며 석진은 헛웃음을 지었다. 



"우리는 마녀들의 아들이라면 
 누구든 환영인 거 알지...?

 어서 들어와..."


.    .    .



수빈은 석진이 따듯하게 맞이하자, 차가웠던 마음 한켠이 녹는 것 같았다. 누구든 마녀들의 아들이면 환영이라니...  그 말이 너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석진은 수빈을 거실로 맞이했다. 



"이쪽에 와서 앉아.. 아, 그리고 정국이 소개해줄께"


"정국아~ 이리와봐~~"



석진의 목소리에 왠 커다란 남자가 캥거루처럼 겅중겅중 뛰어왔다. 


"여기 .... 햄찌이자, 음.. 그러니까.."


석진이 이름을 몰라서 수빈을 바라보자, 
수빈이 대답했다. 



"수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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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햄찌의 원래 이름은 수빈이야. 
 정국아 잘 부탁해! 내 소중한 친구야"



석진의 말에 정국은 뒷통수를 긁으며 인사했다. 석진이 보여준 15살의 정국에 비해 팔 한가득 문신이 있어 어른스러워보이는 정국은 얼굴 만은 어릴 때의 모습이 남아있어보였다. 



"아니, 햄찌라고요? 이상하다... 햄스터인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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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은 의아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수빈은 큰 눈알을 굴리는 정국을 보며 석진이 보고 싶어하던 모습이 어른이 된 정국이형 안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쨋든, 수빈씨..? 반가워요...ㅎㅎ
 석진이형한테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죄송해요.. 저로 변해달라고 해서 고생하셨다고... ㅠㅠ 
 제가 철없는 저희 형 대신 사과할께요.."



정국이 사과를 하자 주방에서 과일을 챙겨나오던 석진이 정국을 말렀다. 



"야, 왜이래~
 내가 수빈이한테 먼저 사과할라 그랬는데..

 니가 선수치네..?"


"아니 형, 그렇게 미안했으면 
보자마자 냅다 사과부터 갈겨야지~ "


"그런 의미로 내가 사과를 갈기려고,
 진짜 사과를 들고 왔지롱~~"



석진이 품에서 사과를 꺼내자 정국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에 아랑곳 않고 석진이 말을 이어갔다. 


 "이 현물이 있어야 뭔가 또 맘에 와닿지 않겠니..?
 수빈이 햄찌였을 때 사과 좋아했는데... 괜찮지..?"



정국과 투닥거리다가 자신에게 불쑥 사과를 내미는 석진을 보자, 수빈은 처음으로 할머니가 아닌 누군가에게 온전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을 잊은 채 그냥 그 사이에서 박장대소 하며 웃어버렸다. 

뭐 때문에 이렇게 조심스러웠던 걸까..?

비로소 수빈은 어떤 모습이던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봐준 사람을 만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날은 밤이 늦도록 마녀의 집이 시끌벅적하였다. 





능력을 잃은 마녀 fin


에헴... 
갑자기 생긴 후편... 
갑자기 쓴 글이라.. 후편도 급작.. ㅋㅋㅋㅋ
구상 완료 ㄱㄱㅅ했습니당...

다들 즐감하셨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