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파란 서리가 되어 너에게로(1)
쾅!!!
어딘가에서 수송 캡슐이 떨어지면서 고정되어있던 팔과 다리가 풀렸다. 서란은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잠시 기절했다가 깨어났다. 결박이 풀린 것을 확인한 서란은 아직 몸이 아파왔지만,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억지로 몸을 일으켜 칼을 소환해냈다.
위잉~~~~
캄캄했던 캡슐 안에 칼이 서란과 공명하면서 만들어낸 서늘한 빛이 벽이 어디있는지 비춰주었다. 됐다. 온몸이 아파 얼굴을 찡그려지는 데도 다시 센티널 능력을 쓸수 있다는 생각에 서란의 입술 끝이 살며시 올라갔다. 본디 이 캡슐은 센티널을 가두기 위해 센티널 캔슬링 장치가 켜져있었는데, 아까 그 충격으로 부숴진 게 틀림이 없었다. 일단 나가야겠다. 다시 표정을 사늘하게 가라앉힌 서란은 바로 크게 팔을 휘둘렀다.
키이이익~!!!
곧 빛이 비추던 벽은 금속성의 파혈음을 내며 갈라졌다. 오랫동안 갖혀있느라 습했던 캡슐 안과는 달리 밖은 해가 진 후의 싸늘하고 건조한 가을 바람이 불고 있었다. 밖을 나와보니 수송선 잔해들과 잔혹하게 찢어진 사체들이 널려있었다. 바닥에 크게 긁힌 자국을 살핀 서란은 수송선이 괴수들의 습격을 받았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R등급의 듀얼 센티널인 서란은 숨을 후 불어 앞으로 쭉 뻣은 도로에 얇은 살얼음을 깔았다. 그리고는 쓰윽~ 그 얼음 위를 미끌어지며 빠르게 현장을 벗어났다.
. . .
한참을 가도 민가가 나타나지 않았다. 신도시 건설 예정지였는지 구획에 맞춰 도로만 깔려있는 이곳은 허허벌판이나 다름없었다. 이런 곳에 있으면 금새 잡힐 것이 틀림없었다. 주변을 살피던 서란은 멀리 불빛이 켜져있는 건물을 발견하고는 그 곳으로 향했다.
건물 뒷편으로 있던 문손잡이를 차갑게 얼린 서란은 소리가 나지 않게 칼로 손잡이를 예리하게 잘라 안으로 잠입했다. 이동하면서 꽤 많은 능력을 사용한 서란은 이제 슬슬 가이딩 수치가 떨어지고 있었다. 게다가 아까 그 충격으로 인해 멍이 든 온몸이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열린 문으로 들어간 공간에는 주방시설이 있었다. 살짝 밖을 내다보니 카운터가 보이고 그 너머로 식탁과 의자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서는 식당같아보였다. 식당이 문을 닫기를 기다려야겠다고 생각한 서란은 주방 한켠의 창고에 몸을 숨긴 채 조용히 벽에 기대 앉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