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파란 서리가 되어 너에게로 (4)
W.내머릿속에지진정
"누, 누구야..?"
여자애는 몸을 일으키면서도 석진의 손을 놓지 않았다. 잡힌 석진의 손으로 자신을 위협하는 한기가 느껴졌다. 듀얼인건가..? 석진은 당황해하며 일어나는 여자애를 잠시 바라보다가 자신의 라이더 신분증을 꺼내보였다.
"현 라이더, 전 가이드"
"그, 그게 뭔데?"
"아, 정부군이나 반정부군 소속은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진 말고"
석진의 라이더 신분증을 본 서란은 여전히 긴장한 표정으로 손을 놓질 않았다.
"아니, 그냥 가려다가 가이딩 수치가 많이 떨어졌길래.."
석진은 그녀의 손목에서 화면을 빛내고 있는 워치를 가르켰다. 언제 이런게 채워져있었지? 서란이 당황해하는 틈을 타 손을 빼낸 석진은 서둘러 워치를 풀어주었다.
"이건 내 거야. 이제 돌려받을게. 구버전이라 가이딩 수치를 재는 것 외에 다른 기능은 없어."
여전히 말이 없는 그녀를 두고 석진은 돌아섰다.
"여긴 크리쳐들이 나오는 곳이라 위험해. 듀얼센티널이니 크리쳐 몇 마리쯤은 괜찮으려나...? 그래도 정부군 지역이라 오래있으면 붙잡힐 수도 있어. 아직 정부에 등록이 안된 센티널인 것 같은데 정부군이 되고 싶은게 아니라면 적당히 하고 돌아가."
문을 열고 나서려는 석진의 옷자락을 여자애가 붙잡았다.
"돌아갈 곳이 없어. 어디든 좋으니까, 도시까지만 데려가줘."
석진은 뒤돌아 여기저기 핏방울이 튀고 엉망인 여자애를 바라보았다. 귀찮은 일에 휘말리긴 싫은데... 하지만 아이를 이 곳에 두고가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 입구까지만 데러다줄께. 그 이상은 우리도 정부나 반정부 쪽에 협조할 수가 없어서..."
석진의 말에 서란은 여기저기 욱신거리는 몸을 바틀거리며 그를 따라 나왔다.
...
"이렇게 된 김에 통성명이나 하지...이름은 뭐고 어디서 왔어?"
"곽서란. 원래 나는 해방 자치지구 소속인데, 얼마전 정부군에게 잡혀서 어딘가로 이송 중이었어."
서란의 말을 들으며 석진이 서란을 스캔했다. 검은색 전투복차림. 아까 전투의 흔적인지 얼굴에 튀긴 핏자국 외에도 잡혀오면서 강한 저항이라도 있었던 것인지 여기저기 다툼의 흔적이 있었다. 석진도 해방 자치구라면 들은 적이 있었다. 크리쳐가 자주 출몰하는 지역 한 가운데 있는 자치구인데, 센티널 발현율이 높아 정부군이 눈독 들이고 있다는 아야기를 윤기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결국 이들을 어떻게 해보려고 정부군이 비밀리에 움직인 건가..?
"정부군에 잡혀갔다고? 그럼 정부군 소속은 아닌 거네?"
"우린 우리 땅만 지킬 수 있으면 굳이 정부군에도 반정부군에도 협조하지 않을 생각이었어. 우리 쪽 센티널 만으로도 영토를 지키는데는 문제가 없었으니까..."
"그런데?"
"아버지가 잡혀가셨어. 반정부군을 도와줬다는 증거가 있다나...? 처음에는 조사에 협조하느라 아버지가 ...."
"뭐야.. 그럼 반정부군인 거야?"
"아냐, 아니거든? 우린 그쪽이랑 아무 관계 없다니깐? 나는..!!!"
서란이 석진을 노려보자 석진은 살짝 움찔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서란에게 한기가 살짝 풍겨나오며 위압감이 풍겼기 때문이었다.
"워워... 거기까지,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볼께. 어쨋든 양 진영에 속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린 서로 적은 아니군. 일단 움직이자."
"그쪽 이름은..?"
"난 김석진. 자세한 건 검색하면 나올테니 나중에 알아보고, 나도 정부군에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진 않아. 그리고 도시에 가서는 센티널이라는 것은 숨기고 다니도록 해. 이곳에서는 발현한 센티널은 모두 등록하도록 되어있으니까, 미등록 센티널로 잡혀가던, 도망 센티널로 잡혀가던, 무조건 잡혀가게 되어있어."
석진이 차가운 얼굴로 말을 했다.
여기저기 피가 묻은 그대로 오토바이 뒤에 서란을 태울 수 없던 석진은 얼굴이라도 닦고 가라며 잠시 뒤에 있던 주방에 서란을 데리고 갔다. 주방 싱크대에서 찬물로 세수를 한 서란은 대충 물기를 소매로 닦아냈다. 그냥 가려던 서란을 붙잡고 석진은 물을 짜낸 깨끗한 수건을 건냈다. 서란이 여기저기를 닦아내고 얼추 정리가 끝나자 석진은 서란을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뒷쪽에 타. "
밖으로 나온 석진은 오토바이 뒷 좌석을 가르켰다. 서란이 타자 석진은 오토바이의 앞쪽에 올라타고는 헬멧을 건냈다.
"다른 사람들은? 너네 자치지구는 여기서 많이 멀어?"
"글쎄. 일단 아버지 행방부터 찾아야해서.."
서란이 쓸쓸하게 말했다. 석진은 조용히 욕을 읍조리고는 오토바이를 출발 시켰다. 고요한 적막이 흐르던 도로 위로 오토바이 엔진 소리만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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