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해요. 못 드려요"

"아…. 네.."
카페 앞에서 너의 번호를 얻으려 했지만 실패한 일, 그게 끝이었다. 아니 끝인 줄로만 알았다. 그곳에서 널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벚꽃이 피는 봄날 나는 대학교 2학년이 되었다. 너는 우리 학과의 신입생이었고, 그랬기에 우린 운명이라 생각했다.
왜냐, 너와 나의 만남이 카페가 끝이 아니라 계속 이어진 것이니까.
나는 그때부터 계속 너를 따라다녔다. 네가 알지 못하게끔 살금살금.
너를 따라다니다 보면 서러울 때도 많았다. 나와 같은 학년에 여자들과 친하게 지내는 너를 볼 때마다 속상했고, 그년들은 너의 앞모습을 보는 데 나는 너의 뒷모습밖에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분하고 서러웠다.
그렇지만 난 버틸 수 있었다. 널 볼 수 있었으니까, 너의 옆자리가 비어 있었기에 가능성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내 그 생각은 몇 주 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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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그렇듯 너를 따라다니고 있었다.너는 갑자기 주변을 둘러보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곳엔
"지민아!"
너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오는 귀여운 얼굴의 여자와
"누나!"
이때까지 내가 한 번도 보지 못한 미소로 그녀를 안아주는 너, 그리고 그 모습을 힘들게 지켜보는 나만이 있을 뿐이었다.
내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렸다. 내 희망이 산산이 조각나버렸다. 대학교 2학년 성적까지 내 팽개치며 너만을 바라보았는데..
혹시 내가 너무 큰 욕심을 낸 건 아닐까? 너의 옆자리까진 바라면 안 되는 것이었나? 아니 그럴 것이다. 널 내 것으로 만들 거란 기대를 해선 안 됐다.
더 너를 따라다니다간 내 정신력이 버틸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그날 이후 널 따라다니는 것을 포기했다.
그렇다고 너를 포기한 지 않았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포기할 만 하면 내 앞에서 웃는 네가 있었다. 나와 이야기하며 웃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저 네가 웃는 모습에 널 포기하는 걸 미룰 수밖에 없었다.
그 후 너에 관한 이야기가 나돌았다.
"야! 지민이 여친 생겼데!"
그날 내가 본 여자와 너의 연애 관련 이야기, 찢어질 듯 마음이 아팠다.
이젠 정말 널 놓아주어야 하는 걸까.. 아직 널 이렇게나 좋아하는 데..
나는 포기하기로 마음을 다잡았다. 내가 아무리 쓰레기라도 임자있는 사람은 건드리는 게 아니니까..
너를 포기하기 위해 휴학을 선택했다. 그보다 좋은 선택지는 없었을거라 생각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이 맞았는 지 휴학을 하며 아르바이트도 하다보니 자연스레 지민의 생각이 적게 들었다.
1년 정도 지났을 때 나는 '그리고 완전히 너를 잊었다' 생각이 들정도로 너에 관한 감정들이 사라졌었다. 그리고 복학을 했다.
너와는 마주치지 않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다. 다행히도 2개월정도는 마주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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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카페에서 알바를 하고 있었다. 오늘도 역시나 항상 같은 시간에 오시는 단골손님 빼고는 아무도 없었다.
띠링
"어서오ㅅ..요.."
지민이였다. 옆에는 그때 본 여자와 같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와 다른 거라면 여자는 폰을 보고 있고.. 지민이는 그녀를 보고 있는 것?
"저기 주문할게요."
"아..! 네"
"뭘로 하시겠어요?"
지민이와 그녀를 관찰하느라 나도 모르게 얼타고 있었나보다. 그녀는 아메리카노, 지민이는 바닐라 라떼를 시켰다.
"누나, 자꾸 폰만 볼거야?"
카페에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지민이의 말은 카운터까지 들려왔다.
"어."
"나 좀 보고 있으면 안돼?"
"나 지금 바빠"
"근데도 너보러 나와 줬잖아. 그럼 된거 아니야?"
"왜 자꾸 칭얼거려. 질리게."
"미안.."
놀라서 입이 닫아지지 않았다. 이게 무슨 일인가. 분명 둘이 좋아죽지 않았나..
지금 지민이의 모습은 축 처진 강아지 같았다. 그에 반해 그녀의 모습은..
"미안, 미안.. 미안!"
"미안이라는 말 좀 그만해"
"진짜 질린다. 그만하자. 그냥"
"어? 누나.. 누나!!"
그녀는 자신의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가게 밖으로 나가 버렸다. 지민이는 갑작스러운 이별에 충격이었는 지 조금 멍하니 있더니 울음을 터트렸다.
나는 조용히 티슈를 지민이 옆에 두었다. 내 인기척을 느꼈는 지 한 번 흠칫- 하더니, 고맙다며 인사를 했다.
띠링
기다렸던 문자가 왔다.
[임수현]
보셨죠. 헤어졌습니다.
입금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지민이는 다시 내것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