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모음집

비비디 바비디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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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디 바비디 부









ℂ𝔸𝕃𝕃𝕀𝕆ℙ𝔼 크미 글임을 알립니다.














어렸다. 생각이 참 순수하고 단순했던 어린 날. 고작 6살 남짓 되던 나이에 푸른 바다에서 난 널 보고, 한순간에. 그 짧고 짧은 시간에 수많은 감정이 오갔다.
설렘. 행복. 벅참. 그리고,


"... 내 운명님?"


운명.


"운, 운명이야!"


난 네가 내 운명이라고 확신하며 그날부터 널 운명이라 불렀다. 맑은 눈망울로 내 눈을 마주하는 너의 모습이, 내가 다치면 조용히 뽀로로 밴드를 책상에 올려두는 너의 착한 마음씨가, 내 마음을 두들겼다.

야.


"웅?"
"넌 왜 나만 보면 딸기처럼 변해?"
"따, 딸기?"
"응."
"너 딸기 좋아해?"
"... 사과가 더 좋은,"
"그, 그, 그럼!"
"...."
"사과라고 불러! 난 너 운명이라 부르니까!"
"이사과. 이렇게?"
"응! 김운명!"
"... 이상한데."


아니야! 절대!

다급한 마음에 고개를 엑스 자로 저었다. 너는 껌뻑껌뻑이다 고개를 위아래 두 번 젓다 자리를 떴다.


"... 어떡해."


너무 귀엽잖아!!!

아빠, 딸 결혼 상대 찾았어!
















12살. 초등학교 5학년. 내가 너보다 훌쩍 커버렸을 때, 넌 높은 고층 빌딩으로 빼곡하게 차있는 서울로 떠났다. 선생님의 말씀의 끝맺음으로 몇몇 친구들은 뚝뚝 눈물을 흘렸지만, 난 울지 않았다.


"울지 마. 너 울면 더 못생겨져."


눈물 대신 소원을 품었다. 널 다시 만나게 해달라고. 내 운명인 김석진. 너를 보고 꼭 고백하고 싶다고.

김석진. 이 석자를 마음에 품고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 모르겠다. 걷다가도 김석돌 소머리 국밥집, 김도진 손맛 집 밥 둥.. 너의 이름과 비스름한 반판을 보기만 해도 멈칫, 잠시 멈춰 섰다가 빠르게 들어갔다.


"사장님! 그 뒤지게 잘생긴 김석진이 혹시 아드님이신가요?"


... 이겠냐 이여주야.

뭐 물론 그럴 때마다... 밥만 열심히 먹고 왔다.


식당뿐만이 아닌 무섭게 찾아냈다.

파래김 섞인 진미채, 이 수달과 석진이의 세탁소, 김빠진 숙달 진 짜장면... 등등.


그만큼 네가 그리웠다. 아니, 보고 싶었다.















18살. 차근차근 각자 꿈을 향해 공부할 나이. 모두가 책을 펴고 펜을 집을 때 난 밀가루 반죽을 피고 피자 커터기를 집었다. 피자이오로. 그것이 내 꿈이었다.


"피자가 그렇게 좋아?"
"응."
"왜? 난 많이 먹으면 질리던데."
"토핑이 골고루 잘 어울리는 게,"
"어울리는 게?"
"새롭고 맛있어서."
"근데 너 꿈 배우라며?"
"... 어떻게 알았어?"
"1학년 때 자기소개할 때 들었어ᄒᄒ"
"맞아. 그래서 크면 피자 광고 찍을 거야."
"...."
"그럼 피자 왕창 먹을 수 있겠지?"



그때부터 피자이오로를 꿈꿨다. 네가 떠나고 몇 년 후엔 피자 맛집 탐방부터 가끔 집에선 백종원 아저씨를 따라 어설픈 반죽을 조물거린적도 있다. 요즘엔 이웃 주민들에게 선물 겸 연습으로 만든다.


"여주야. 옆집 할머니가 고구마 피자 하나 만들어달래."
"고구마 피자? 그럼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해줘."
"그리고 다음 주에 우리 서울로 올라갈 거야."
"서울? 그럼 조금만 기다려...."


잠시만,



"서울??? 김석진이 있는 서울???"
"응. 너 피자로 사업하고 싶다며. 시골에서 이럴 바엔 올라가서 전문 학원에서 배우는 게 낫지."


시방 이게 무슨 일이여???

그 한마디에 심장이 터질 듯이 쿵쾅거렸다. 서울. 김석진. 피자. 모든 것이 너와 연관 있는 단어들이었다. 내 손에 쥐여져 있던 밀가루가 빠져 바닥으로 추락해 몽글한 가루들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마치, 마치 널 처음 본 날의 구름처럼.

어떻게 석진아.


나 아직도 널 내 운명이라 너무 믿고 있나 봐.















24살. 여러 번의 실패와 한 번의 성공. 고구마 맛탕 피자로 대박을 친 내 피자가게가 끝내 유명 기자의 기사 헤드라인에 올랐다. 비비디 피자디, 신인 배우 운명 광고 모델로 섭외. 내 피자 가게가, 아니 브랜드가 배우를 첫 광고 모델로 선정했다.

어린 나이에 피자 사업을 대성공하고 CEO라는 높은 자리로 올랐다. 기업계에선 모두가 날 비비디 피자디 이 사과 회장으로 기억되었다. 본명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별명을 사용하는 게 내가 정한 특별한 규칙이었다. 널 오래 기억하고 싶었기에.


"사과 회장님! 지금 운명 씨가 뵙자는데, 괜찮을까요?"
"운, 운명이가요??"
"혹시 구면이세요?"
"그, 구면은 맞는데,"


절 기억할지 모르겠어요.


활동명 운명. 본명 김석진.

내가 널 지금 만나러 간다.















"...."
"...."


우와. 김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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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배우 운명입니다."
"... 피자디, 아, 아니 비비디 피자디 회장 이사과입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예.. 저도...."


반가운데...


12년이란 시간이, 너무 길었던 탓인가. 넌 날 기억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나만 김운명, 아니 김석진 널 기억했던 거였을까. 한편으론 섭섭했지만 널 만난 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테이블에 예쁘게 플레이팅 된 사과 파이 한 입을 베어먹었다. 씨... 나 사과파이 좋아하는 거 어떻게 알았지.

사소한 얘기를 시작으로 자신의 인생사를 꺼내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건 뭐고, 싫어하는 건 뭐였는지. 이미 알고 있는, 뻔한 정보였지만 애써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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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은, 꿈이 피자이오로였어요?"
"아,"
"...."
"... 네."
"왜요?"
"어릴부터 제가 좋아하던 남자애가 피자를 좋아했어요."
"그만큼 남자애가 좋았어요?"
"좋아했고, 좋아하고 좋아할 거예요."


고백.




"좋아합니다. 그 남자."




처음이자 마지막일 고백을,




"저도 보고 싶다고 전해주세요."




너에게 전한,


"...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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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 여자애 보고 싶다고 전해주세요."
"...."
"보고 싶었고 보고 싶고 보고 싶을 거라고."
"... 너. 너어!"
"이사과한테 전해주세요."


ㅁ, 뭐?

운명의 입꼬리가, 아니 너의 입꼬리가 씰룩이다 이내 12년 전을 마지막으로 들었던 특유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기억, 기억하고 있었어? 내 격양된 목소리에 반대로 차분한 너의 목소리로 대답이 들려왔다.


"기억하지. 계속 운명, 운명하고 다녔던 넌데."
"근데 왜..."
"그냥 조금 놀리고 싶어서."
"... 나는, 나는...."
"울지 마. 너 울면 더 못생겨져."
"죽는다..."
"미안."


내가 널, 네가 날. 서로 그리워했다는 생각에 눈물이 도르륵 흘렀다. 어깨가 들썩이는 걸 본 너는 자리에서 일어나 성큼성큼 걸어와선 내 어깨를 감싸 안았다.

이제 모든 것이 맞춰진다. 너의 활동명이 운명이었던 것도. 사과파이를 시킨 것도. 수많은 브랜드 중에서 비비디 바피자를 선택한 것도.


나여서였다.

이사과. 이여주 때문이었다.


"보고 싶었어."
"나도. 나도 김석진."
"광고랑 촬영 중인 드라마 끝내고, 우리 놀러 가자."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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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운명과 이사과가 시작된 그곳으로."


이제 우리 함께하자.

여주야.















30살. 휴대폰을 집어 드니 수많은 카톡들과 부재중 문자들이 쌓여있었다. 평소라면 무시할 테지만 살포시 미소 짓고 내용들을 확인했다. 일일이 답해주고 기사 페이지에 들어가 오늘의 기사를 확인하고 폰을 내던진 뒤 상체를 일으켰다.


"여주야."
"응?"
"아침 먹자."
"피,"
"피자 말고."
"ㅇ, 으응."


옆에 누워있던 너를 보자 또 웃음이 피어났다. 넌 진짜 내 운명인가 봐. 계속 설레. 너만 보면.


"나도 그래."
"그래?"
"너만 보면,"
"보면?"
"내 심장이 사과 같아."
"뭔 개소리래."


평범한 일상. 어쩌면 네가 있어서 조금 더 특별해진 나날들.


[ 배우 운명, 비비디 바피자 회장 이사과와,]



이제 난 또 다른 소원을 빈다.



[ 약혼. 이젠 김석진 ♡ 이여주로 살아간다며 공식 입장 발표.]